집으로 돌아오니 어느덧 새벽 1시가 넘었네요. 부산에 계신 어머님이랑 오랜만에 통화를 하고 지인들 전화를 받고 그러다보니 시간이 금세 지나갔어요. 그런데 좀 전에 한국에 있는 한 친구가 저한테 이렇게 물어보더라고요. “신수야, 너 인터뷰하면서 이치로를 넘어서겠다고 얘기한 거 맞아?”라고.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자세히 물어봤더니 어느 기사에서 제가 인터뷰 중에 이치로를 언급하며 곧 그를 넘어서겠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그동안 저에 관한 여러 가지 기사들이 많이 나오고, 또 절 직접 만나고 돌아가신 기자 분들도 저에 대해 계속 기사를 쓰고 있는데, 다른 건 몰라도 이런 식으로 다른 선수와 비교해서 기사가 나가는 건 좀 더 조심해주셔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전 분명히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치로는 대단한 선수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나와는 다른 스타일이다.
미국에선 안타보다 홈런을 치는 선수를 더 높게 평가한다. 그래서 홈런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그동안 여러 차례 이치로와 관련된 질문을 받아도 전 매번 비슷한 생각을 밝혔습니다. 같은 선수로서 이치로를 대단한 선수로 평가하고 있고, 아직은 제가 그와 비교 대상이 될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섣불리 유명한 선수 이름을 거론하며 ‘그를 넘어서겠다’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올스타전 또한 전 정말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제가 나가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올스타전을 위해 경기를 뛰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전 지금 올스타전 자체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올스타전에 뽑힌다면 엄청난 영광이겠죠. 선수로서 욕심이 날 수도 있는 거고요. 그런데 올스타전보다 더 중요한 건 시즌 성적이고, 성적을 잘 내다보면 감독이나 팬들한테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미국에서 오랜만에 한국 기자 분들을 만나면 굉장히 반갑습니다. 한국말로 인터뷰를 하는 재미도 있고 한국 야구 소식을 간접적으로 전해들을 수 있는 기회도 있거든요. 그러나 가끔 클럽하우스에서 짧게 주고받은 내용이 마치 계속 인터뷰를 한 것처럼 다양한 주제들로 기사화되는 것도 힘들고, 이치로 얘기처럼 ‘아’ 다르고 ‘어’ 다른 식으로 제가 한 말이 왜곡돼 보도되는 게 감당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세상 일이 모두 제 맘 갖지 않겠죠. 제가 원하는 대로 기사가 나올 수도 없는 게 사실이고요. 하지만 적어도 제가 한 말만큼은 본의와 다르게 전달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솔직한 바람입니다. 경기 내용이나 제 성적에 대해 비판을 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건 충분히 달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내뱉은 말이 이상하게 포장돼서 다른 사람의 흥미를 끌 만한 내용으로 비춰지는 건 정말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클리블랜드에서 추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