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밀러 기자는 한국 방문 목적에 대해 “정몽준 FIFA 부회장의 초청으로 한국의 2022년 월드컵유치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언론에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정몽준 부회장 등 대한축구협회 고위관계자들과 만나 한국의 두 번째 월드컵 유치에 대한 협조를 부탁받고, 또 자문을 전했다.
밀러 기자의 방한은 이번이 9번째로 1984년 첫 방문 이래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 2002한일월드컵 등을 모두 직접 취재했다.
재미있는 것은 항공대란으로 영국으로 돌아가는 일정이 늦어지는 바람에 대한체육회의 협조를 받아 동계올림픽 유치 3수에 나선 평창을 처음으로 직접 방문했다는 사실이다. 밀러 기자는 “평창이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잘 준비하고 있는 까닭에 내년 IOC 총회에서 독일의 뮌헨, 프랑스의 안시 등을 상대로 좋은 결과를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경쟁력에 대해서는 “한국 스포츠는 국제대회 성적 등 모든 면에서 중국 일본과 함께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A급 국제대회를 유치하는 데 보다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IOC와 FIFA는 대단히 예민하고, 예측하기 힘든 세계다. 2018동계올림픽이나 2022월드컵 유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또 나름대로 경쟁력도 있는데 객관적인 평가 요인이 아무리 좋아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평창에 대해서는 “50표 이상을 받은 지난 두 번의 2등이 3번째 도전의 승리를 장담하지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 직접 체험한 21번의 올림픽(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포함) 중에서 88올림픽, 92바르셀로나, 94릴레함메르를 가장 기억에 남는 올림픽이라고 꼽았다. 서울올림픽은 아주 감동적이고, 혁신적이었으며 한국을 세계에 알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고, 바르셀로나와 릴레함메르는 분위기가 아주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최고의 IOC 전문기자지만 밀러 기자는 태권도의 미래에 대해서는 유독 말을 아꼈다. 향후 태권도의 퇴출 가능성을 꼭 짚어 물어보자 “살아남을 것으로 기대한다(hope)”면서 “태권도의 미래를 예측할 만큼 잘 알지 못한다”고 발을 뺐다.
밀러 기자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만큼 많은 지인이 있는데, 가장 먼저 김운용 전 IOC 수석부위원장을 꼽았다. 서울올림픽 대성공, 국제 스포츠계에서의 엄청난 영향력, 뛰어난 상상력과 경험 등이 그의 장점이라고 언급했다. 또 국제축구계의 리더 중 한 사람인 정몽준 부회장과도 ‘당연히’ 친분이 두텁다고 했다.
올림픽과 스포츠에 관해 유명한 서적을 많이 출판한 밀러 기자는 저서의 한국어 출판 계획에 대해 “전적으로 한국 출판업계에 달려 있다. (<올림픽 100년사>에 대한) 번역출판 요청이 있다면 흔쾌히 수락하겠다”며 아직 출판제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밖에 밀러 기자는 향후 올림픽운동의 가장 큰 문제로는 ‘약물’을 꼽았다. “IOC와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갈수록 금지약물에 대해 엄격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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