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만 어민들의 기자회견 모습.
[일요신문] 통영시 성동조선이 울산에서 폭발한 선박 ‘스톨트 그로이란드’호를 앞바다에 입항하려 하자, 이를 두고 거센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선박이 입항에 반대하는 어민들과 환경단체는 강력투쟁에 나설 뜻임을 밝혔다.
어민들은 지난 8월 31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갖고 “화학물질이 가득한 선박은 진해만에 한 발자국도 들여놓지 못한다”며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해양환경을 지키고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해 마련된 이날 기자회견에는 어선 20여 척이 운집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단체는 거제어업피해대책위원회, 고성어업피해대책위원회, 안정국가공단환경대책위원회, 진해만굴어업피해대책위원회, 통영어업피해대책위원회,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등이다. 이들은 “성동조선의 배반행위와 통영시의 안일한 행정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논란의 대상이 된 선박은 울산에서 폭발할 당시 선체 균열로 인해 유독물질인 ‘스틸린모노머(SM)’가 선저 평형수에 대량으로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4·5번 탱크 폭발 손상으로 밸브조작도 불가능해 관련 조사조차 실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오염물질의 양과 유출 여부가 불투명해 선체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음에도, 선주 측이 선박을 울산에서 130km이나 떨어진 통영으로 운행해 청정해역인 진해만과 통영일대를 오염시키고 선박들의 폐기물 처리장으로 둔갑시키려 한다는 게 환경운동연합 측의 주장이다.
통영 성동조선 앞바다에서 시위 중인 진해만 어선들.
청정해역으로 이름난 진해만은 우리나라 최대 어업생산지역이다. 진해만의 전체 양식장은 2229ha에 이른다. 이는 경남도 전체 양식장의 20% 수준이다. 굴양식장은 968ha 규모로 굴 박신장 170곳에서는 8000여 명의 지역민이 일하고 있다.
멍게, 미더덕, 오만둥이, 홍합, 피조개 등 양식업과 각종 정치망 등 200여 어장주에 종사자는 1000여 명에 달한다. 등록어선 수는 1만 척 규모로 어선 당 종업원을 2명씩으로 산정하면 2만 명가량이 진해만을 삶의 터전으로 하며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어민들은 폭발 선박이 해상에서 해체 수리될 경우 발생할 진해만 오염을 염려하고 있다. 만에 하나 오염물질이 새어 나와 양식장을 덮칠 경우 발생할 바다오염과 양식장 폐쇄는 생존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울산 선박전문업체에 따르면 해당 선박은 중간 9번 화물창 상부가 3m 정도 찢어져 선체 균열에 취약하다. 폭발 당시 18시간 만에 진화될 정도로 고열에 열화됨으로써 선체가 매우 약화됐다. 고체 상태, 겔 상태, 액상 상태로 남아 있는 SM 폐기물은 해상이동 과정에서 2차 폭발 우려까지 있다.
특히 손상된 선박을 야드에 올리기 전 SM이 섞인 평형수를 바지선으로 옮길 때 바다로 오염수가 흘러들 가능성이 높다. 선박을 성동조선 야드에 올릴 때 약화된 선체가 균열되거나 파손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사항이다.
진해만 어민 A 씨는 “환경부의 ‘수입허가’를 받아 엄격하게 처리하고 있다는 일본차 화재선박도 당국의 무관심 속에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다. 관리가 부실할 수밖에 없는 폐기물 ‘수입신고’를 받은 울산 폭발 선박의 해양환경오염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