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거열산성 일대 전경. 사진=경남도 제공
[일요신문] 경남 거창군의 진산인 건흥산에 자리한 ‘거열산성(居列山城)’이 경남도의 7년간 체계적 보존 노력 끝에 도기념물에서 국가사적으로 승격됐다. 향후 경남 서북부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상남도는 거창군 거창읍과 마리면에 걸쳐 자리한 거열산성이 국가문화재 지정절차를 모두 마무리하고 9월 24일을 기해 ‘사적 제559호’로 최종 지정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경남연구원 역사문화센터가 거열산성의 국가사적 지정을 위한 학술연구용역을 시작한 지 7년 만에 거둔 성과다.
경남의 고대 성곽유적으로는 열한 번째로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거열산성은 돌로 쌓은 산성으로, 해발 572m의 건흥산 정상부를 둘러싼 형태로 이뤄졌다. 1974년 도기념물 제22호로 지정됐고, 1983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체계적인 복원정비와 보존관리가 이뤄져왔다.
거열산성은 역사적 배경에서 중요성을 찾아볼 수 있다. 거창군 일대는 6~7세기 백제와 신라가 서로 영토 확장을 위해 치열하게 각축하던 곳이었다. 삼국통일 후에는 지방행정구역의 하나인 거열주가 설치될 정도로 고대 동서를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였다.
때문에 거열산성은 ‘삼국사기’에 ‘거열성(居列城)’, ‘만흥사산성(萬興寺山城)’으로 기록된 성곽으로 삼국항쟁기와 백제부흥운동기의 고대사를 밝혀 줄 중요한 유적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이에 경남도와 거창군은 거열산성의 역사적 가치를 조명하기 위해 1997년 지표조사를 시작으로 지난해의 집수지 발굴조사까지 다섯 차례에 걸친 학술조사와 두 차례의 학술대회를 추진·지원해왔다. 이 같은 노력 끝에 삼국항쟁기의 모습을 간직한 고대 성곽으로서의 보존 가치를 높게 평가받으며 국가사적 승격 지정이라는 결실을 맺게 됐다.
특히 그간의 학술조사와 연구를 통해 거열산성은 신라 시대에 축성된 1차성과 통일신라시대에 증축된 2차성으로 이뤄진 독특한 형태가 확인되며, 신라산성의 변화과정을 밝힐 수 있는 핵심유적임이 증명됐다.
1차성의 둘레 길이는 원래 약 418m, 1차성에 덧붙여 축조된 2차성의 둘레는 약 897m에 이른다. 2차성과 연결되지 않는 1차성 안쪽을 헐어낸 구간과 1·2차성 중복구간 등을 제외한 현재 전체 산성 길이는 약 1115m에 달한다.
경남도 류명현 문화관광체육국장은 “거열산성은 삼국항쟁기의 모습 간직한 고대 성곽으로서 보존가치가 탁월하다”며 “이외에도 함안 남문외고분군, 합천 삼가고분군 등 주요 가야유적에 대한 문화재청의 국가사적 지정 절차가 현재 진행 중이다. 해당 시군과 합심해 빠른 시일 내에 지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