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부진으로 자금사정 악화도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규제는 큰 반면, 중소기업에게 주어지는 정부의 각종 정책혜택도 받지 못하는 것이 회귀를 검토한 주된 이유로 꼽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사업에 중견기업도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결산 기준(산업부 발표) 대구에는 111개의 중견기업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 중견기업 비중은 지역기업 전체 0.1% 정도지만 지역고용의 약 3%, 매출액의 16% 정도를 차지하면서 지역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중견기업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지만 이들 기업에 대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10월 7일 대구상공회의소가 대구지역 중견기업 41개사를 대상으로 한 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24.4%가 정책적 수혜를 위해 ‘중소기업으로 회귀를 검토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하더라도 지난 2월 산업부가 발표한 ‘2019년 중견기업 실태조사’에서 나온 전국 평균 5.1%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일부 기업들이 중소기업 때 받던 각종 지원 축소와 배제 등으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조사에서도 중소기업에게 주어지는 ‘일자리·인력지원(44.5%)’, ‘세제 혜택(33.3%)’, ‘정책금융 지원(22.2%)’ 등을 중소기업으로의 회귀를 고민했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중소기업으로의 회귀를 검토한 경험 여부 (단위: %). 자료=대구상의 제공
대구상의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중견기업들이 대기업에 가까운 규제를 받은 반면, 중소기업 위주의 지원사업과 제도 혜택은 받기 어려웠다”고 진단했다.
이어 “금융지원 이용 시에도 높은 신용도 요구 등 불이익을 경험했다는 답변이 나온 가운데 응답기업들의 자금사정은 악화되고, 채용규모도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에서도 응답기업의 65.9%가 지난해 상반기 대비 올해 자금사정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주원인으로는 10곳 중 9곳이 ‘판매부진’을 꼽았다.
자금사정 악화에도 중견기업들의 올해 코로나19 관련 정책자금 신청률은 저조했다. 활용할 수 있는 정책자금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상의 관계자는 “중견기업은 정책자금 신청이 불가할 뿐만 아니라, 자동차업종 자체가 현재 금융권에 리스크업종으로 분류돼 신규차입이 어렵고, 오히려 일부 상환 및 금리인상 등을 요구 받고 있다. 해외법인 역시 코로나19로 유동성 위기가 심각하지만 정부 금융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못해 애로가 많다”는 지역 한 자동차부품업체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또 “코로나19처럼 단기간 충격이 아니라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소상공인, 중소, 중견처럼 기업규모에 따라 지원을 굳이 나눠야 하느냐”는 지역 한 서비스업계 관계자의 말도 덧붙였다.
이번 조사 응답기업의 지난해 채용 총인원은 1262명으로 기업 당 평균 30.8명을 채용했지만, 올해 채용계획 인원은 총 469명으로 전년 대비 793명이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로 응답기업의 19.5%가 올해 신규채용 자체를 하지 않겠다고 답한 가운데, 지난해 대비 채용인원이 감소할 것으로 응답한 기업은 전체의 63.4%를 차지했다.
2019년 채용실적 및 2020년 채용 계획 (단위: 명). 자료=대구상의 제공
대구상의 관계자는 “지역 중견기업은 관련된 거래처가 400여 개가 넘을 정도로 관계된 회사도 많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연결하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지역 주력산업 부진과 코로나19 충격으로 어려운 상태”라며 “자생력 있는 대기업과 지원사업 혜택이 큰 중소기업 사이에서 중견기업의 경영애로가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와 국회에서 중견기업도 일정부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고, 중견기업을 정부 지원사업에 적극 포함시키고 지원 폭을 늘리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영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