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20일 열린 프로기사 입단제도 개선을 위한 학부모 공청회. |
지난번에 본란에서 한국기원 연구생 제도가 없어질 것이라는 얘기를 했거니와 이번에 바둑발전위원회가 제시한 입단제도 개선안의 주안점이 바로 연구생 제도의 폐지다. 현재는 프로기사 입단과 한국기원 연구생은 동전의 양면인데, 입단제도 개선안이 여론의 지지로 확정될 경우, 연구생 제도는 내년 상반기 입단대회까지만 존속시키고, 2012년부터는 개선안의 방식대로 프로기사를 선발한다는 것.
현행 입단 시스템은 다음과 같다.
▲연구생 내신입단—남자 연구생은 1군(1~5조) 60명, 2군(6~10조) 60명 등 120명이 있다. 이들이 상반기 5회, 하반기 5회 등 1년에 총 10회의 리그전을 치른다. 약 30주가 소요되는 장기 페넌트레이스를 통해 상·하반기 리그 우승자 2명이 입단한다. 별도의 입단대회를 거치지 않고 평소 실력으로 입단하는 것이다.
▲연구생 입단대회—연구생만이 참가하는 입단대회. 1년에 한 번 열리며 1명이 입단한다.
▲일반 입단대회—연구생과 일반인이 같이 참가한다. 1년에 두 번 열리며, 한 번에 2명씩 4명이 입단한다. 예전에는 일반인도 이를 통해 입단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지만 연구생들의 실력이 갈수록 높아짐에 따라 일반 입단대회라고는 해도 입단 티켓은, 실질적으로는 연구생이나 연구생으로 있다가 나이가 18세까지 입단을 못해 연구생에서 나온 젊은이들이 차지하는 게 보통이다.
▲지역 연구생 입단대회—서울이 아닌 지방에 있는 한국기원 지원에서 기량을 연마하는 연구생을 위한 입단대회로 1년에 한 번, 1명이 입단한다.
▲여자 입단대회—1년에 두 번, 연구생과 일반인 모두 참가해 한 번에 1명씩 2명이 선발된다.
▲특별입단—오픈기전 포인트 입단이다. 아마추어에게 참가를 허용한 프로기전에 참가해 통합예선을 통과하거나 본선에 올라가 32강, 16강, 8강 등의 성적을 내면 그에 따른 점수를 받는데, 점수의 합계가 소정의 점수에 이르면 프로로 인정을 받는다. 숫자의 제한이 없다. 예컨대 누적 점수 20점 이상은 입단이라고 한다면 20점 이상을 획득한 사람은 다 입단인 것.
특별입단을 빼면, 입단의 방법은 다섯 가지나 되고 좀 복잡한데 그에 비해 1년에 입단하는 숫자는 불과 10명이다. 2009년에 새로 만든 특별입단을 통해 몇 명이나 입단할지 모르지만, 거기서는 현실적으로 많은 숫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니 그것까지 합해도 잘해야 12~13명이다. 게다가 여자 2명을 빼면 남자 연구생 중에서 입단하는 숫자는 도로 10명이다. 적기는 적고 과연 어렵긴 어렵다.
2012년부터 시행한다는 개선안을 보자. 우선 연구생 제도를 폐지하고 입단 통로를 간소하게 만들었다. △1년에 한 번 입단대회를 열어 거기서 한꺼번에 7명을 선발한다. △여자입단대회는 대회를 1년에 한 번으로 줄이고, 숫자는 현행 2명을 유지한다. △대신 영재입단대회를 신설, 1년에 한 번 대회를 열어 2명을 뽑는다. △특별입단은 지금과 같다.
바발위의 얘기는 이렇다. 현행 입단제도의 문제점과 부작용은 연구생 제도에서 기인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 입단을 하려면 연구생으로 들어가야 하고, 연구생으로 들어가려면 바둑도장에 다니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따로 바둑공부를 해야 하니 정규 학교 공부는 뒷전으로 밀리고 이른바 바둑 사교육비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 또 현재 연구생 리그는 주말에 치르기 때문에 연구생들은 주말이 없고, 쉴 시간이 없다는 것. 따라서 연구생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청소년들의 학습권과 행복추구권을 돌려주는 의미가 있다는 것. 그리고 한꺼번에 7명을 선발함으로써 적체-병목 현상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것.
개선안의 연구생 제도 폐지는 일리가 있고 개인적으로도 찬성이지만, 입단 문호 확대는 현재의 여론과는 좀 거리가 있다. 개선안에 따르면 정규 입단대회를 통해 11명이 입단하는 것인데, 지금보다 1명이 늘어날 뿐이다. 프로기사 지망생 주변과 일반 바둑팬 다수가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프로 지망생 숫자에 비해 입단 문호가 너무 좁고, 당장 프로에 들어가도 실력을 낼 인재들이 줄을 서 있으니 무엇보다 입단자 숫자를 대폭 늘려 적체-병목 현상부터 개선해 보자는 것 아닌가. 우리 바둑계의 실정에 비추어 입단자 숫자를 늘리는 것이 꼭 바람직한 것이냐의 논의는 다음 문제다.
그리고 ‘나이 문제’가 분명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18세, 15세 등이 중간 중간 보이고는 있지만, 명시한 건 없다. 나이, 이게 중요하다. 연구생 제도 존치 여부를 떠나 지난번에도 말했듯 입단 응시 연령을 15세 정도로 낮추는 것을 연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바둑계의 발전, 한국 바둑의 백년대계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청소년들의 인생, 그들의 삶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입단자 숫자를 늘리는 것도 간단히 넘어갈 사안은 아니다. 늘리자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주로 골프 동네를 예로 들면서 “원하는 사람, 능력 있는 청소년들은 다 입단시키자, 그 다음은 각자 알아서 하는 것 아니냐. 토너먼트 프로가 안 되면 레슨 프로로 돌든 보급 프로를 하든 다른 직업을 찾든 할 거 아니냐”고들 말한다. 그러나 바둑과 골프는 다르다. 무엇보다 시장의 규모와 볼륨이 다르다. 바둑은 골프의 100분의 1 정도도 안 되는 것 아닐까. 바둑엔 산업이 없고, 기업체가 없다. 산업이 없으니 돌아가는 돈의 규모도 지금 이 정도일 수밖에. 레슨 프로나 보급 프로로 돌고 싶어도 돌 데가 없다. 중국처럼 바둑을 국가가 관리해 준다면 또 모르지만.
입단제도, 연구생 제도를 생각하다 보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곤 한다. 시장을 키워야 한다. 방법은 두 가지다. 제도의 디테일만을 자꾸 만지는 것보다는, 원론적으로 바둑이 우리에게 필요하고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실히, 꾸준히 인식시키면서 학교에 들어가는 것. 현실적으로는 영어권, 특히 미국 시장에 들어가는 것. 천천히 더 오래 연구할 문제다. 확, 확 바꾸는 게 능사가 아니다.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