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 폐기물 매립장 전경
[청주=일요신문] 충북 청주시 오창읍 과학산업단지 아파트 정면으로 1㎞ 떨어진 지점에 둥그런 공 모양으로 위치해 있던 에어돔. 고속도로나 비행기 등을 통해 근처를 지나가던 사람들이 청주에 새로운 실내체육관이 들어섰나 생각하기도 했다는 이 에어돔은 사실 ‘쓰레기 매립장’이다. 그리고 이 매립장은 폐기물 매립용량 한계에 도달해 운영을 중단하면서 쓰레기 에어돔도 함께 사라져 버렸다.
이곳 오창과학산단 폐기물 매립장은 옛 청원군 시절 산단이 들어서면서 지난 2006년 7월 허가가 난 매립장으로, 당시 도시건설계획의 기본을 도외시한 개발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오창 주민들에게 많은 원성을 산 이 매립장은 ㈜JH개발이라는 업체가 설립한 것으로, 해당 업체는 중간에 사명이 ㈜ES청원으로 변경됐다.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과학산업1로 155번지에 자리잡은 폐기물 처리업체 ㈜ES청원(옛 명칭 ㈜JH개발)은 1990년대 말 오창 제1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산단의 폐기물 매립장 설립을 허가받았다. 이 업체의 영업대상 폐기물은 지정폐기물 제외 매립대상 일반폐기물로 시설용량은 171만0488㎥이며, 매립은 에어돔형으로 1단계 44만1490㎥, 2단계 43만3476㎥, 3단계 83만 5522㎥에 걸쳐 진행됐다. 허가 당시에는 산단 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만 매입하는 것으로 청원군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이 업체는 영업부진을 핑계로 전국의 일반 폐기물을 받아 매립해 2020년 현재 약 68만t 가량의 폐기물이 매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JH개발은 지난 2007년 4월 5일 청주지방법원으로부터 사업장 기준 반경 150㎞ 폐기물 반입 조정권고 과태료 처분 및 행정권고 취소 처분을 받았다. 이 업체는 폐기물 처리 영업 범위가 전국으로 확대되자 업체 내에서 허가를 받은 또 다른 소각장 건립 추진에 나서 주민들과 갈등을 빚었다. 같은 해 11월 5일 소각장 건립을 반대하는 오창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주민들은 각종 시위나 토론회에 나서면서 업체와 대립을 지속했다. 결국 해당 업체는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설립하려던 과학산단 내 소각장을 포기해야 했다. 2012년 8월 ㈜ES청원으로 업체 이름이 바뀌고 다시 열병합발전소를 진행하면서 또 한 차례 마찰을 일으켰지만, 이번에도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ES청원은 2012년 10월 전국의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던 매립장이 임계점에 다다르자 3단계 매립장을 신설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과 언론사의 폭로를 통해 업체가 허용 용량보다 과도하게 매립장 공사를 진행한 것이 알려져 금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500만원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주민들은 ‘솜방방이 처분’에 불과하다며 이에 대해 항의의 목소리를 높였다. 2014년 7월 1일 청주시와 청원군의 통합으로 통합청주시가 출범하고 이승훈 청주시장이 취임하면서 이 시장과 당시 이 시장이 소속된 새누리당 시의원 일부가 이 시장의 공약사항이던 오창과학산단 폐기물 매립장의 이전을 공식화하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2015년 3월 26일, 수면 아래에서 논의되던 청주시와 ㈜ES청원 간 오창 폐기물 처리시설 이전 업무협약이 진행됐다. 당시 오창읍에는 과학산단 폐기물 매립장을 이전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주민 사이에서도 찬반 여론이 불거졌고, 결국 이전이 아닌 오창 후기리 매립장 신설이 본격화됐다. ㈜ES청원은 협약서를 바탕으로 청주시를 압박하면서 청주오창테크노폴리스(이하 오창TP)에 입주 의향을 드러내고 폐기물중간처리업(소각·건조) 사업계획서를 검토 의뢰했다.
이에 같은 해 6월 22일 청주시 자원정책과는 도시재생과에 폐기물 매립장 및 소각장 이전 협조를 요청했고, 7월 7일 오창TP는 ㈜ES청원의 폐기물 처리시설 입주로 인한 부지 축소는 불가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9월 2일 금강유역환경청은 청주시 자원정책과 및 도시개발과에 사업장 부지 내 2개의 폐기물 및 소각장이 중복되지 않을 것을 통보하고 11월 5일 ES청원·ES청주의 청주시제2매립장 전략환경영향평가 및 환경영향평가 준비서를 반려했다. 그러나 청주시 자원정책과는 12월 4일 ES청원의 폐기물처리 매립시설 사업계획 적합을 통보했다.
이후 오창TP는 2016년 7월 15일 ES청원 폐기물 처리시설에 대한 3400여 평 제척에 대한 최종안을 통보했고, 2017년 11월 ES청원은 오창 후기리 매립장 시설이 늦어져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폐기물 매립시설 용량 변경을 신청, 오창과학산단 폐기물 매립장에 19만8000㎥ 규모의 매립용량 증설을 신청해 허가를 받아 추가 매립에 들어갔다. 후기리 매립장을 건설하면서 연장 매립 허가를 얻어낸 ES청원은 후기리 박말 마을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매립장 용량을 2배로 늘렸다.
2018년 9월 ES청원은 상호를 ESG청원으로 변경했고 같은 해 11월 오창과학산단 폐기물 매립장은 허용 매립 용량을 모두 채워 운영이 중단됐다. 12월 ESG청원은 폐기물 처리시설 종료 신고서를 청주시에 접수했고, 2019년 11월 오창과학산단 에어돔이 하강하면서 폐기물 시대에 종말을 고했다. 2020년 10월 현재 하강한 에어돔을 헤체하고 복토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근 15년에 걸쳐 ‘쓰레기 에어돔’이 사라진 것은 반갑지만 인근 후기리에 또 다시 매립장이 들어서고 소각장과 건조장 신설로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마음이 무겁다”며 “ESG청원이 앞으로 30년 동안 침출수 및 매립장 관리를 체계적으로 해줘야 하는데 지금까지 해온 관행으로 보면 심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오창 소각장 반대추진위 관계자는 “오창과학산단 매립장을 15여 년간 운영한 회사는 욕심만 부렸지 고통받는 오창 주민들의 복지나 환경 문제 등에 대해서는 뭐 하나 제대로 한 것도 없으면서 걸핏하면 님비 정신으로 몰아붙이기만 했다”며 “주민 간 갈등이나 유발시키는 이런 회사 오창에는 필요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오창 후기리 매립장은 주민들의 의견이 갈라져 막지 못했지만 후기리 소각장과 건조장은 목숨을 걸고 막을 준비를 하고 있다”며 강조했다.
남윤모 충청본부 기자 ilyo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