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는 것 만으로 더위가 가시는 속초 바닷가. |
동해 : 속초 아바이순대, 울진 강도다리회, 포항 물회, 울산 고래고기
▲ 울진의 싱싱한 ‘강도다리’. |
아바이순대는 돼지 대창에 선지와 찹쌀, 우거지, 숙주 등을 버무려 넣고 쪄낸 것이다. 오징어순대는 돼지 대창 대신 오징어를 쓴다는 점이 다르다. 냉면도 별미다. 가오리나 편육 대신 명태나 가자미식혜를 넣는다. 청호동은 최근 들어 하나의 먹거리촌으로 변하고 있는데, 그중 ‘단천식당’(033-632-7828)과 ‘다신회식당’(033-633-3871)이 가장 유명하다.
7번 국도를 따라서 아래로 쭈욱 내려가자. 강원도를 벗어나자마자 만나는 경북 울진. 이곳에는 강도다리라는 놈이 있다. 울진과 영덕 등이야 대게가 유명한 것은 익히 알려진 바. 하지만 여름철은 대게 금어기다. 울진의 강도다리는 그 빈자리를 대체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강도다리? 강에서 나는 도다리인가? 이름만 들어서는 도무지 그 정체를 가늠할 수 없다. 강도다리는 가자미목 가자밋과의 물고기다. 강 하구나 근해에서 잡히기 때문에 강도다리라는 말이 있고, 육질이 단단해서 그렇게 부른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그 이름과 관련해서는 어느 누구도 속 시원하게 궁금증을 풀어주지는 못 했다. 울진 죽변항에서 만난 어부들도 매한가지.
▲ 속초 아바이순대. |
길을 더 내려가 포항으로 향한다. 이곳에는 물회가 있다. 물회야 어디든 없을까마는 그 앞에 ‘포항’이라는 지명을 붙일 정도로 맛에 자신을 가지고 있다. 포항에는 죽도시장이 있는데, 이곳에 아주 이름난 물회집이 있다. ‘해양회대게센터’(054-255-0055)가 그곳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극찬한 집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다. 각종 해물을 넣어 직접 만든 육수를 쓴다. 보통의 포항 물회집에서는 육수로 생수를 쓴다. 해양회대게센터의 비법은 또 있으니 매실고추장으로 양념 맛을 낸다. 맵고 단 맛 속에서 느껴지는 신맛이 비린내도 잡고, 입맛도 돋운다.
이번엔 울산으로 넘어간다. 울산 하면 역시 고래고기다. 울산은 고래와 인연이 깊은 곳이다. 선사시대에 고래사냥을 하던 모습이 담긴 반구대암각화도 울산에 있다. 고래고기집은 장생포에 모여 있다(장생포는 1950~1970년대 한국 최대의 고래선단 기지였던 곳이다). 그중에서 ‘고래명가’(052-269-2361)를 추천한다. 고래고기를 도매로 취급해서 같은 값이라도 푸짐하게 나온다. 고래고기는 영양학적으로 고단백, 저칼로리에다가 비타민A, B1, B2, 나이아신 등이 골고루 함유되어 성인병 예방에 그만이다. 모둠을 시키면 순살코기, 뱃살을 삶아 익힌 우네, 꼬리를 소금에 절인 뒤 데친 오베기, 콩팥, 배꼽, 내장, 목살 등이 나온다.
남해 : 거제 멍게비빔밥, 여수 하모유비끼
▲ 참장어를 샤브샤브로 먹는 여수 하모유비끼. |
멍게비빔밥은 ‘백만석식당’(055-638-3300)이 알아준다. 거제포로수용소 옆에 있다. 이곳에서는 생멍게를 쓰지 않는다. 가장 맛이 좋을 때 단장을 해두었다가 김가루, 깨소금, 참기름 등에 비벼 먹는다. 생멍게비빔밥을 맛보려면 학동해변 ‘고구려횟집’(055-636-0708)을 찾아가면 된다. 적당히 따뜻한 밥에 양배추, 당근, 오이, 상추, 김, 사과 등을 채 썰고 거기에 싱싱한 멍게를 회쳐 올린다. 입맛에 맞게 초고추장을 넣고 젓가락으로 슬슬 비벼 먹으면 그만이다.
거제를 나와 전라도로 들어간다. 맛이 익는 바다야 여럿 있지만, 여수를 뺄 순 없다. 여수 하면 생각나는 먹거리는 서대회와 하모(참장어). 여수항여객선터미널 앞쪽에 서대회전문식당들이 있다. 그중 ‘구백식당’(0612-662-0900)은 전라남도 별미집으로 선정된 곳. 주인아주머니의 인심도 좋아 양도 푸짐하다. 매콤달콤한 서대회무침 1만 원, 물살이 험한 바다 바위틈에 숨어 산다는 금풍생이구이 1만 원.
하모는 잠수기수협 주변과 그 앞 바다에 있는 작은 섬 경도의 음식점들이 맛나게 내놓기로 유명하다. 특히 경도는 섬 전체가 하모집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곳이다. 왕복 1000원인 배를 타고 2~3분쯤 가면 경도에 도착. 오른쪽에 ‘경도회관’(061-666-0044)이라는 음식점이 있다. 샤브샤브로 먹는 하모유비끼(데침회) 5만 원, 하모사시미(회) 3만 5000원.
서해 : 무안 세발낙지, 부안 바지락
▲ 서해 무안 세발낙지. |
무안의 세발낙지는 발이 세 개가 아니라 가늘 세(細)자를 써서 세발이다. 그만큼 다른 낙지에 비해 발이 가늘어 한입거리로 쏙이다. 낙지골목이 무안에 있는데, 무안읍 버스터미널 앞에 자리해 있다. 어느 집을 더 잘한다고 못 말하는 것이 다들 먹는 방법이 똑같기 때문이다. 어디건 주인장 인상 좋아 보이는 곳에 들어가 주문하면 될 터다. 초무침이니, 낙지돌솥비빔밥이니, 볶음이니, 연포탕이니 요리는 많지만 최고는 역시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아 기름장이나 초장에 찍어 먹는 것이다. 숙달되지 않은 사람은 낙지발이 콧구멍으로 들어가기 일쑤. 그래서 생긴 것이 ‘기절낙지’다. 낙지를 기절시킨 후 옴짝달싹 못 하게 해서 먹는 것이다. 물론 재미는 덜하다.
마지막 맛의 바다는 전북 부안이다. 부안은 백합과 바지락요리가 일미. 그중에서도 추천할 것은 바지락이다. 기껏 구이나 국 등의 재료로 쓰이는 게 보통인 바지락이지만, ‘변산 명인 바지락죽’(063-584-7171)에서는 마치 칠면조처럼 화려한 맛과 색깔의 요리로 변신한다. 20여 년 전 최초로 바지락요리를 세상에 내놓은 김순여 씨(58)가 운영하는 곳이다. 부안댐 가는 길에 있는 집으로 일단 죽으로 유명해졌지만 이곳에서는 바지락회무침과 바지락보쌈·바지락전 등 그 메뉴가 다양하다. 모두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요리들이다.
특히 돋보이는 것은 바지락보쌈. 데친 후 표고버섯과 함께 조물조물 양념을 한 바지락과 파프리카·무순·새싹채소·6년근 수삼 등을 상추나 깻잎에 싸서 먹는 요리다. 보쌈의 간을 맞추는 소스는 겨자에 식초를 가미해 시큼하면서도 개운하다. 이 집 음식은 무엇보다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다는 점이 믿음직스럽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