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오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광장에서 송영길 인천시장 취임식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서구 주민들이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신축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
“시장 마음대로다. 서구 주민들과 대화를 시도한 적도 없다. 주경기장 신축 사업이 손바닥 뒤집듯 쉽게 뒤집어질 사안도 아닌데 말이다. 송도·영종·청라 경제자유구역 중 유독 청라지역만 소외당하고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의 취임식이 열린 지난 7월 1일, 인천문화예술회관 야외광장에 하얀 피켓을 든 일행이 눈에 들어왔다. 피켓에는 ‘문학경기장 철회’란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청라국제도시연합회 조 아무개 씨는 “서구지역에 와보셨나. 쓰레기 매립지 등 온갖 혐오시설이 즐비해 있다. 사람 살 곳이 못 된다. 지역균형발전을 공약으로 내세우더니 결국 또 남구(문학경기장)만 발전시키려한다”며 참았던 울분을 토로했다.
▲ 송영길 인천시장. |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벌어진 주경기장 논란은 세종시 분쟁과 닮은꼴이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내건 정책이 문제됐단 점이 그렇고, 전임자가 추진한 사안을 후임자가 뒤집어 지역 주민의 반감을 샀다는 점, 정책 싸움이 정치 분쟁으로 번졌다는 점에서 또한 그렇다. 인천 역시, 이학재 한나라당 국회의원(인천 서구·강화군갑)을 비롯해 민주당 인천 서구·강화군갑 당원협의회 김교흥 위원장, 전년성 서구청장 등 서구 지역 관계자들이 송 시장의 재검토 방안에 맞서며 정치 세력 간 다툼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송 시장의 취임식이 열렸던 지난 1일, 인천문화예술회관 앞에서 이학재 의원을 만났다. 이 의원은 다음과 같이 재검토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서구 건설은 이미 송 시장과 같은 이유로 반대하던 대통령과 문화체육부를 인천 시민이 설득 끝에 ‘인천시 계획대로 추진해도 좋다’는 답변(2009년 1월)을 받아낸 결과물이다. 기본 실시설계가 이미 89% 진행됐고, 사업비 집행으로 91억 원의 비용이 소요된 상태다. 서구지역 주민들의 토지 보상도 이미 76.8%(사업비 집행 1232억 원)나 진행됐다. 송 시장의 재검토 주장은 뒤늦은 감이 있다.”
2007년 아시안게임을 유치한 인천시는 서구 연희동에 4741억 원을 들여 주경기장을 신축하기로 했다. 기존 문학경기장이 4만 8590석에 불과하고 행사진행을 위한 공간이 협소하단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관중의 보안구역 확보가 불가능한 수준이고 진출입구가 부족하단 기술적, 운영상 문제점도 지적됐다. 결국 2년여간의 논란 끝에 인천 서구에 새로이 주경기장을 신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지난 7일 기자와 통화한 김교흥 위원장은 민자사업추진 방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명예를 걸고 치르는 국제대회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게 맞다. 그런데 우선협상자인 포스코에게 30년 운영권을 주면서 총 비용의 20%(1200억 원)만 부담케 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다. 민자사업으로 추진할 경우 대개 사업자가 50~70%의 비용을 부담하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인천시는 총 5600억 원 중 4400억 원(80%)의 비용을 부담케 됐다”면서 “대회지원법(제13조 1항) 개정으로 근거를 마련해 민간투자비를 제외한 사업비를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5일 기자와 통화한 인천시청 관계자는 “서구 주경기장 신축 개발이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재검토 지시를 아직 받은 바가 없다”고 전했다. 실무에서 문학경기장을 아직 검토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재검토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결국, 지난 9일 인천 서구청에서 송 시장과 주민들 사이에 대화의 창이 마련됐다. 전년성 서구청장, 이학재 의원, 김교흥 전 의원 등 주경기장과 관계된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특히, 김영옥 서구의회 의장은 “서구 주경기장을 신설할 경우 추가로 약 3740억 원(총 5600억-포스코 지원 1200억-추가 보상비용 660억 원)의 비용이 든다. 문학경기장을 리모델링 할 경우 육상 트랙을 별도로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총 3300억 원이 든다. 400억 원을 아끼자고 기존 계획을 백지화하잔 것이냐”며 경제적 근거를 들어 원안고수를 주장했다. 서구 지역 관계자들과 토론회를 마친 송 시장은 “서구 지역의 발전과 재정적인 부분을 모두 해결할 수 있도록 관계자분들과 지혜를 모으겠다. 여러분이 뽑은 시장을 믿어 달라”며 한 발짝 물러섰다.
2022년 월드컵 개최지가 한국으로 확정될 경우 서구 주경기장에서 개막식 및 개막전이 치러질 계획이다. 오는 24일 FIFA에서 유치실사가 나올 예정이기도 하다. 때문에 인천시는 24일 전까지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논란의 종지부를 찍어야만 한다. 원안이냐, 수정안이냐. 아시안게임이 부른 인천판 세종시 논란이 어떻게 막을 내릴 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