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 번역 아시아 시 작품 번역가 시상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 공동 수상
제이크 레빈(Levine Jacob)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제이크 레빈(Levine Jacob)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교수가 한국 문학작품 최초 미국 전미번역상 수상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23일 계명대에 따르면 제이크 레빈 교수는 서소은·최혜지 씨와 김이듬 시인의 ‘히스테리아’를 공동 번역, 전미번역상을 수상했다.
전미번역상은 미국문학번역가협회(ALTA)가 주관하는 미국 대표 번역전문 문학상이다.
1998년 제정돼 매년 시와 산문 부문에서 뛰어난 번역으로 영문학에 탁월한 공헌을 한 번역자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레빈 교수는 영어로 번역된 뛰어난 아시아 시 작품 번역가에게 시상하는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도 수상,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문학작품이 전미번역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명 작품이 아닌 비주류 작품의 수상은 더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이듬 시인의 ‘히스테리아’는 국내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작품이었다.
레빈 교수는 “김이듬 시인의 작품 20여 편을 번역해 왔다. 이후 한국문학번역원이 주관한 ‘서울국제작가축제’에서 만난 미국 출판사 대표의 제안으로 번역을 맡게 됐다”고 했다.
‘히스테리아’는 페미니즘을 다룬 시다. 레빈 교수는 “외국인 남자로서 한국의 정서를 이해하며 여성의 이야기를 번역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면서 “연세대 강의 시 학생으로 만난 서소은, 최혜지 씨와 함께 번역을 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크게 주목 받지 못한 작품이었지만 재미있고 과감한 표현들로 인상 깊은 작품이어서 미국에서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고 했다.
그는 “번역은 단순히 언어를 직역해 바꾸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며, 작품의 의미를 그대로 전달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문학 활동”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양에서는 한국의 문학 작품들은 진지하고 우울하다는 평이 강한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유머러스하고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은지만 한국의 정서와 번역하는 언어에서 문화적 차이가 있어 그렇게 평가되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시는 함축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이 많아 더욱 까다로운 작업이긴 하지만 한국 시는 재미있고 인상적인 작품들이 많아 한국문학을 공부하고 번역하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레빈 교수는 “최근 작품 번역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다양한 세계의 문화를 이해하고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은 번역이 큰 역할을 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 문화는 한류란 이름으로 전 세계에서 위상이 높아졌지만, 고전이나 대표적인 문학작품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다“며 ”한국의 문학작품이 한류와 함께 할 수 있도록 번역 활동을 계속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제이크 레빈 교수는 2012년 미국에서 석사학위를 마친 뒤 세종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한국에 왔다.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몰랐던 상황 속에서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교수직을 그만두고 1년 간 한국어 연수를 하고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수료했다.
이후 연세대에서 강사직을 지내다 2017년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임용돼 현재 활발한 번역활동과 함께 한국문학번역원 강의 등을 맡고 있다.
김성영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