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1루주자 최정이 3루까지 파고들다 삼성 조동찬 3루수에게 태그아웃 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
‘경험의 비룡’ SK
“분명히 위기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8월 19일 문학 롯데전에서 지며 4연패를 기록한 SK 김성근 감독의 표정은 결연했다. 그도 그럴 게 정규 시즌 1위는 떼어논 당상이라던 SK는 어느덧 2위 삼성에 3경기 차까지 쫓기는 신세가 됐다.
그러나 많은 야구전문가는 SK가 위기지만 결국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할 것으로 본다. 이유가 있다. 우선 경험이다. 선수들은 입을 모아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선수와 경험하지 않은 선수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대타자 양준혁(삼성)도 “한국시리즈에 출전하고 나서야 ‘큰 경기 공포증’이 사라졌다”고 털어놓을 정도다.
SK는 김 감독이 부임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큰 경기 경험을 쌓을 만큼 쌓았다. 1, 2위가 결정되는 중요한 경기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두 번째는 ‘김광현-가도쿠라’ 좌우 원투펀치의 힘이다. 올 시즌(이하 8월 19일 기준) 14승5패 평균자책 2.42의 왼손 투수 김광현과 12승6패 평균자책 3.23의 오른손 투수 가도쿠라 켄은 SK 선발진의 핵이다. 잔여 경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두 투수는 에이스로의 면모를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외국인 투수 게리 글로버의 부진과 4년 연속 선두권 싸움을 펼치며 선수단의 피로가 누적된 게 마음에 걸린다. SK는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르는 기적을 연출했지만, 올 시즌에도 전력보강은 없었다. 물론 당근도 없다.
‘지키는 야구’ 삼성
“정규시즌 1위? 에이, 우린 꿈도 꾸지 않는다.” 삼성 선동열 감독이 자주 하는 소리다. “이러다 SK를 추격해 1위에 오를 것 같다”고 하면 선 감독은 예외 없이 죽는 소릴 한다. 선 감독이 팀을 ‘과소평가’하는 이유는 간명하다. “삼성은 아직 우승 전력이 아니다”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야구전문가는 선 감독의 판단과는 달리 삼성을 우승 전력으로 본다. SK에 막판 뒤집기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이유는 세 가지다.
먼저 강력한 구원진이다. 권혁, 정현욱, 안지만이 이끄는 삼성 구원투수진은 올 시즌 32승 8패 29세이브 평균자책 3.23을 기록 중이다. 8개 구단 가운데 유일한 3점대 평균자책이자 한 자릿수 패배다. SK 구원진의 27승 11패 31세이브 평균자책 4.18보다 좋다. 두 번째는 주전과 비주전의 차이가 적은 타선이다. 삼성의 팀 타율은 2할7푼1리로 리그 5위다. 3할 타자라 해봤자 타율 3할8리의 박석민이 유일하다. 팀 득점권 타율도 2할6푼5리밖에 되지 않는다. 팀 잔루 880개는 이 부문 부동의 1위다. SK의 769개에 비하면 거의 100개나 많다. 타율도 낮고, 기회도 잘 살리지 못하는 삼성 타선이 그런데도 좋은 평을 듣는 건 주전과 비주전의 차이가 작은 데다 노장과 신참의 조화가 절묘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론 당근의 힘이다. 삼성은 올 시즌 메리트 시스템을 적용해 중요한 경기에서 이기면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이 수당은 계속 쌓여 시즌 종료 후 공헌도에 따라 선수단에 차등 지급될 예정이다.
그렇다고 삼성에 위험요소가 없는 것도 아니다. 선 감독이 철저히 관리했지만, 삼성 구원진은 8월 들어 평균자책 4.31을 기록하며 다소 힘겨운 투구를 하고 있다. 진갑용, 이정식 등 팀의 주축포수들이 부상으로 신음하는 것도 문제다. 삼성의 ‘지키는 야구’는 투수가 중심이지만, 그들을 리드한 건 진갑용, 이정식 두 포수였다.
‘배수의 진’ 두산
“1위? 좋지. 기회가 된다면 (1위를) 하고 싶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속내는 감춰도 목표까지 위장하는 이는 아니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올 시즌 목표는 정규 시즌 1위”라고 밝힌 바 있다. 많은 야구전문가도 두산을 강력한 정규 시즌 1위 후보로 꼽았다. 그러나 시즌 초반 투수 이재우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시즌 중반엔 선발진이 무너지며 줄곧 2위를 달리던 성적도 3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두산은 특유의 뚝심으로 2위 삼성에 2.5경기 차, 1위 SK에는 5.5경기 차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일부 야구전문가는 “1위까진 어렵더라도 2위는 가능할지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에이스 김선우와 캘빈 히메네스의 구위가 좋고, 이용찬이 이끄는 구원진도 날이 갈수록 강해지기 때문이다. 타선도 주요 선수들이 부상에서 회복하며 팀 타율 3할을 기록하던 시즌 중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평이다.
무엇보다 두산의 선장인 김 감독은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이유가 뭘까. 루머와 무관하지 않다. 야구계에선 “2007, 2008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 지난해는 플레이오프까지 올랐던 두산이 올해마저 우승에 실패하면 김 감독이 알아서 옷을 벗을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두산 선수들도 그걸 아는지 정규 시즌에서 최고 1위, 최하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 지난 15일 KIA-롯데전에서 롯데 전준우가 2루 도루를 성공하고 있다. 사진제공=KIA타이거즈 |
“우리의 목표는 4강 진출이다. 지난해까진 (4강 진출이) 기적이었지만, 이젠 일상이다.”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팀의 포스트 시즌을 낙관했다. 2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여유가 생긴 듯했다.
로이스터 감독이 4위를 자신하는 건 막강한 타선과 안정된 선발진에 있다. 비록 홍성흔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이대호와 카림 가르시아 그리고 강민호가 버틴 타선은 8개 구단 가운데 최고라는 평이다.
이재곤, 김수완이 수혈된 선발 마운드도 지난해보다 낫다는 평가가 많다. 문제는 역시 구원진이다. 올 시즌 롯데 구원진은 9승 19패 14세이브 평균자책 5.50을 기록 중이다. 삼성과는 영 딴판이다. 8개 구단 유일한 한 자릿수 승수에다 평균자책도 가장 높다.
“4강 진출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한다. 전해 한국시리즈 우승의 자존심이 있지 않으냐.” 시즌 중반 16연패를 당하며 잔뜩 움츠렸던 KIA 조범현 감독은 주포 김상현과 오른손 에이스 윤석민이 돌아오며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팀도 8월 들어 9승5패를 기록하며 4강 진출의 불씨를 살리고 있다. 그러나 특정 선수 의존도가 높은 KIA가 시즌 막판 혼전이 거듭하면서 부상선수가 속출할 때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의문이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