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일요신문] 대구시가 시민이 청원하고 시의회가 채택한 ‘대구광역시 합의제 감사위원회 조례(이하 합의제감사위 조례)’의 제정을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참여연대 좋은정책네트워크(위원장 강우진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합의제감사위 조례를 거부한 권영진 대구시장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좋은정책네트워크는 지난해 9월 시민청원인 100명을 모집해 대구시의회 김동식 의원의 소개로 10월15일 시의회에 청원서를 접수했다.
그후 시의회는 11월25일 상임위원회, 같은달 30일 본회의 의결로 이 청원을 채택해 대구시장에게 이송했으나, 장기검토 회신을 받은 뒤 올해들어 지난 8일 그 결과를 통지해 왔다는 것.
대구시가 전한 통지 내용은 먼저, 시·도별 청렴도 측정결과를 볼 때 감사위원회 제도를 도입한 도시 중 몇몇 도시는 제도도입 이후 청렴도가 하락된 곳도 있어 감사위원회 도입이 청렴도 향상의 필수요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2019년 시·도별 공무원 수 대비 징계인원 비율도 대구시는 17개 시·도 중 8위로 비위 행위자에 대한 적정한 내부 통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2010년부터 감사관을 개방형 직위로 운영해 외부인사 임용이 가능하므로, 감사위원회 도입여부는 장단점과 대구시 감사 환경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친 후 결정하겠다며 사실상 조례 제정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대구참여연대 측은 대구시의 입장에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먼저 몇몇 지자체가 감사위원회 도입 후 청렴도가 하락했다고 해서 그것이 곧 이 제도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해에 부패사건이 많았기 때문일 수도, 감사위원회가 엄정하게 징계했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이 경우는 오히려 이 제도의 필요성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반박했다.
또 공무원 수 대비 징계인원 비율이 8위로 비위행위자 내부통제도 적정하게 되고 있다는 것도, ‘8위’라는 비교 수치가 ‘내부통제 적정’ 이라는 판단의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판단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감사행정을 독립적이고 투명하고 엄정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라는 단서가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제 식구 감싸기 식, 솜방망이 처분을 한 결과라면 ‘내부통제 적정’ 이라고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외도 대구시는 2010년부터 감사관을 개방형 직위로 외부인사 임용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실제로 감사의 독립성, 투명성을 확보하기가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 이유로 지금 감사관은 행정부시장 직속기관이며, 지금까지 대구시 내부 공무원이 맡아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참여연대 측은 이런 이유를 들어 대구시가 합의제 감사위원회 설치를 거부하는 것은 그 논리가 궁색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권영진 시장에게 “남은 임기 중에도 이런 식이라면 대구 혁신은 커녕 대구 공직사회의 잘못된 제도와 문화를 더욱 고착시킨 시장으로 평가를 받게 된다”며 “권 시장은 지금이라도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 제도 도입 등 공직사회 혁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훈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