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도지사 사회관계장관 화상 회의 참석 모습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오는 3월부터 시행되는 학대피해 아동 즉각분리제도에 대해 “필요하면 반드시 해야 하지만, 분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관계기관이) 즉각적이고 면밀한, 강력한 개입을 통해 아이를 보호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19일 오후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주재한 ‘2021년 제1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피해)아이들이나 현장 전문가 이야기를 들어보면 무조건 분리시키는 게 마치 목적인 것처럼 돼버리면 그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즉각분리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분리의 프로세스와 방법을 아이들의 입장에서 가장 바람직하고 꼭 필요한 방향으로 고민해야 한다”며 “부모를 분리시키고 교육, 상담, 치료를 통해 제대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부모로 전환, 변화시켜나가는 게 핵심이고, 그렇지 못하는 경우에는 근본적으로 아이들을 새로운 양육환경으로 전환시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상담 사례를 들여다보면 “잘못한 건 엄마, 아빠인데 왜 내가 집을 나가서 학교도 못 가고 친구도 못 만나고 전학을 가야하나” 하는 아이들의 또 다른 피해 호소가 있다는 전언이다.
‘즉각분리제’란 ‘아동복지법’에 의거해 1년 내 2회 이상 신고 아동 중 학대가 강하게 의심되는 경우나 보호자가 아동의 진술을 방해하는 등의 경우 피해 아동을 부모로부터 즉각 분리해 ‘학대피해아동쉼터’에서 보호하는 제도다.
김 지사는 이날 회의에서 보고된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관련 대응체계 보완방안’에 대해 즉각분리제에 대한 의견 외에도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배치와 전문성 보완, ‘학대피해아동쉼터’ 및 일시보호시설 확충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당장은 학대전담공무원을 신속하게 배치하는 것이 중요한데, 전담공무원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과 즉각분리제 시행에 따른 쉼터와 포화 상황을 고려한 일시보호시설 확충에 대해서도 사전에 검토하고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경남도의 경우 43명의 학대전담공무원과 40명의 보호전담요원이 관련 업무를 맡게 된다. 현재 34명의 전담공무원과 21명의 전담요원이 배치됐으며, 나머지 인원도 신속하게 배치할 계획이다.
김 지사는 교육부가 보고한 ‘지자체-학교 협력돌봄 기본계획안’에 대해 도와 교육청이 공동으로 추진 중인 ‘경남형 아이돌봄체계’를 소개하고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첫 번째는 학교 돌봄에 대한 요구, 그 다음이 집 가까운 곳에서의 돌봄에 대한 요구가 가장 큰데 돌봄 수요가 많은 지역에는 학교 내 유휴공간이 없고 여유공간이 많은 지역은 학생 수가 줄어 돌봄 수요 또한 많지 않는 등 수요와 공급, 수요와 공간의 불일치 문제가 있다”며 “기존 학교 돌봄과 새로 시행되는 학교 공간에서의 지방정부 돌봄이 함께 운영됨에 있어 아동의 안전 문제에 대한 책임 소재에 대한 현장의 우려나 혼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는 아동학대 및 돌봄 관련 정책 외에도 ‘2021년 사회정책 방향’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김 지사는 사회정책방향 토론에서 SK텔레콤이나 네이버 등 국내 대기업의 AI 스피커를 활용한 노인돌봄 사례를 소개하며 “현장에서 정책을 풀어나가다 보면 행정의 힘만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면서 민관의 협업, 협력 강화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회관계장관회의는 정부의 교육, 사회, 문화, 정책 조정 기능을 수행하는 회의로 교육부,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장관,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장관으로 구성돼 있다.
김 지사는 지난해 1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2020년 제1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지역혁신플랫폼(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을 정부에 제안한 바 있다.
#“배워서 남 주자”...‘살고 싶은 섬’ 가꾸기 주민대학 개강
경남도는 통영 두미도와 남해 조도 호도 주민들을 대상으로 ‘섬 주민대학’을 개강할 예정이다.
섬 주민들이 삼삼오오 마을회관에 모여 공부를 시작했다. 머리 희끗한 아재도, 팔순 할머니들도 이제부터 어엿한 대학생이다. 강사의 질문에 가끔 폭소가 터져 강의실은 자주 웃음바다가 된다.
대한민국 영토의 끝자락, 청정한 먹거리 자원의 바다를 지키는 섬과 섬 주민들을 위한 정책 ‘살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이 ‘섬 주민대학’ 개강을 시작으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지난해,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통영 두미도와 남해 조도‧호도가 그 대상지이다. 기본계획이 작성되는 기간부터 주민들은 스스로 마을을 운영하기 위해 주민자치의 역량을 배우고 익히는 공부에 돌입한다.
섬 주민대학은 ‘살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이 시작되는 시점인 1학년부터 만료되는 3년 동안 총 6학기제로 상‧하반기로 나눠 진행한다. 3년이면 섬 주민대학을 졸업, 학위복과 학사모를 쓰고 졸업장을 받게 된다. 물론 상당히 젊어진 얼굴의 졸업사진도 찍고 받는다.
19일부터 22일까지 통영 두미도와 남해 조도‧호도에서 각 섬마다 2일씩 진행된다. 올해 첫 시작하는 1학년 1학기의 수업은 4강 8시간이다.
첫 강은 우리 마을 만들기를 처음으로 시작하는 마음가짐과 지금까지의 묵은 생각을 획기적으로 바꾸어보자는 주제로 재미있는 입담으로 풀어나가는 모세환 강사(순천 지역공동체활성화센터장)의 수업이 진행된다.
두 번째 강에는 통영 두미도에서는 섬 마을공동체의 주민으로 5년간 선두에서 마을을 이끌어 온 보성 장도의 주민대표인 박형욱 씨의 현장감 넘치는 ‘우리 섬 발전 이야기’를 청해 듣고, 남해 조도·호도에서는 문체부 우수 관광PD로 오랜 기간 섬 주민들과 현장에서 호흡해온 정태균 강사(전남 섬발전지원센터장)로부터 전라남도의 섬마을 가꾸기에 대한 해법을 듣는다.
세 번째 강에는 우하영 강사(토이즈앤 대표이사)의 오랫동안 불편과 그리움을 감내하고 살아온 섬 주민들의 심리치유 프로그램인 ‘토이 드라마’(행동치유 인형놀이)가 이어진다.
마지막 시간에는 그동안 진행된 섬의 자원도 조사를 바탕으로 마련된 ‘살고 싶은 섬 기본계획’ 초안을 주민들에게 발표하고 의견을 묻는 설명회가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섬 주민 대학은 코로나19의 예방을 위해 주민 대표들만 참석한 가운데 거리두기로 진행되며, 강사진과 학습자 모두 철저한 방역 시스템 확보 아래 안전하게 진행된다.
김춘근 경남도 해양수산국장은 “이번 주민대학은 섬 주민들이 열심히 학습해 변화된 마을을 스스로 운영하고 이끌어나가게 될 지혜를 기르는 시간이라고 본다”며 “살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은 행정 중심의 개발사업이 아니라 주민들이 앞에서 끌고 행정은 뒤에서 지원하는 형태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동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