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구 신사동 ‘박찬호 빌딩(왼쪽)’과 외형은 조금 허름해도 알토란 빌딩으로 알려져 있는 양재역 ‘서장훈 빌딩’. 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
한국인 최초로 120년 역사의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 철저한 자기 관리와 노력으로 부상과 슬럼프의 고통을 이겨내 온 그는 지난 13일 통산 123승이란 아시아 출신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박찬호는 야구 성적뿐 아니라 재테크 실력까지 코리안 특급이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대로를 지나자 지하 4층 지상 13층의 현대식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 빌딩들을 난장이로 만드는 그 으리으리한 자태가 심상치 않다. 건물 임대는 이미 끝난 지 오래다. 박찬호의 매니지먼트사인 ‘PSG(Park’s Sports Group)’가 건물 4층에 자리하고 있고, 그 외 수입자동차 JK모터스(1, 2층) 한국수입자동차협회(6층) ㈜케이플러스(8, 9층) 등 빌딩 13층 전부가 사무실로 꽉 들어차 있다. 박찬호 빌딩 인근 상인들은 “이 주변에선 ‘박찬호 빌딩’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며 “빌딩에 들어가 있는 회사 직원들도 주문할 때 ‘박찬호 빌딩’으로 배달해달라고 한다”는 말로 그 유명세를 인정했다.
박찬호는 ‘투입 대비 산출’이란 재테크 공식에 따를 때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박찬호가 빌딩을 세운 2005년 당시 3.3㎡당 시세가 3500만~4000만 원 정도였다. 5년이 지난 지금 3.3㎡당 시세는 1억 2000만 원을 호가한다. 현재 박찬호 빌딩은 250억~300억대 건물로 봐야 한다. 근처 건물들과는 상대가 안 된다”고 말했다. 강남 신사동 대로변에 위치해 입지 조건이 좋아 시세가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 역시 “200억 원을 호가하는 논현동 서태지 빌딩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위치, 빌딩 외형만 봐도 박찬호 빌딩 쪽에 선호도가 높다. 개인적으로 내게 서태지와 박찬호 빌딩 중 고르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박찬호 빌딩을 선택하겠다”고 말할 정도다.
인천 전자랜드 소속 센터 서장훈 역시 박찬호 못지않은 재테크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양재역 인근 7층짜리 허름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임대 문의 광고가 여기저기 붙어있는 주변 빌딩들과 비교했을 때 건물 상가 안은 활기를 띠고 있었다. 서장훈은 지난 1999년 7월 서초동 빌딩 부지를 경매로 28억 1700만 원에 낙찰받았다. 법원이 주관하는 경매를 통해 감정가의 60~80%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부동산을 사들인 것. 게다가 외환위기로 매물 가격이 땅에 떨어진 시점이라 시기적으로도 적절한 투자였단 평이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투자 한 번 제대로 했다. 낙찰 당시 3.3㎡당 시세가 2400만 원, 현재 3.3㎡당 시세가 2억을 호가하니 7~8배나 오른 셈이다. IMF 때 샀던 분들 대부분이 5배 이상 차익을 남겼다. 이 빌딩은 입지 조건이 좋아 더 오른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서장훈 빌딩은 현재 그의 아버지 서기춘 씨(다보기획 대표)가 직접 관리한다. 이 빌딩 경비는 “서장훈 아버지가 2~3개월에 한 번씩 들른다. 훤칠한 키에 서글서글한 외모까지 서장훈을 똑 닮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다보 직원은 한 달에 한 번씩 들러 관리 상태를 확인하고 간다”고 말했다. 임대료도 주변 건물의 60%만 받는단다. 인근 부동산 업자는 “역세권이기 때문에 상당히 가치 있는 땅임에도 불구하고 주변 빌딩 임대료의 2/3만 받는다. 옥외 전광판 광고비를 제외하고 한 달에 3000만 원 정도의 임대료를 받는다. 서장훈 아버지는 자금 사정이 안 좋은 상가의 경우 임대료를 깎아주기도 한다. 그러니 다보빌딩에 한 번 들어가면 아무도 안 나오려 한다”고 덧붙였다. 건물 외형은 좀 허름할지 몰라도 여러 가지를 따져봤을 때 그야말로 알토란 같은 빌딩인 셈이다.
지난해 7월경 이승엽은 서울 성수동 소재의 옛 에스콰이아 빌딩을 매입했다. 그는 금융권에서 93억 원가량을 조달해 307억 원에 빌딩을 사들였다. 뚝섬역 근처에 위치한 ‘이승엽 빌딩’ 인근엔 분당선 연장선 지하철 공사가 한창이었다. 지하 3층 지상 10층 규모에 이르는 빌딩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왔다. 이 빌딩은 그동안 노후 건물과 소규모 공장이 대부분인 뚝섬역 일대에서 랜드마크 역할을 해오던 곳이다. 에스콰이아는 2005년까지 이 건물을 사무실과 사옥으로 사용해오다 본사를 이전하면서 국민은행에 빌딩의 신탁을 요청했다. 현재 1, 2층은 국민은행이, 3~10층은 재향군인회가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승엽이 성수동 빌딩을 선택한 점에 대해 의아함을 나타내는 이들이 많았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솔직히 300억 원이나 투자할 정도로 가치 있는 빌딩은 아니다. 개발지구로 지정됐다고는 하나 향후 발전 가치가 얼마나 될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년 3.3㎡당 시세가 6000만 원이었는데 올해 5000만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같은 가격이라면 강남에 위치한 빌딩을 매입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라며 우려 섞인 대답을 내놓았다.
또 다른 인근 부동산 업자 역시 “국민은행과 재향군인회가 전세로 빌딩에 들어와 있다. 재향군인회가 잠실로 위치를 옮기려다가 공사가 아직 완료되지 않아 계속 머무르게 된 게 오히려 다행이다. 재향군인회마저 빠져버리면 들어올 만한 회사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건축법 때문에 오피스텔로 리모델링하기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박지성의 ‘스타 프라자(왼쪽)’와 김연아가 상가 3채를 분양받은 송도 커낼워크. |
인근 부동산 업자 E 씨는 “흥덕은 앞으로 발전 가능성 있는 도시다. 광진과 동탄을 잇는 경전철도 개통될 전망이다. 스타 프라자 맞은편 건물은 3.3㎡당 시세가 1950만 원에서 올해 2500만 원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주변 30평대 아파트 시세는 4억여 원에 이른다”며 밝은 전망을 내놓았다. 현재 스타프라자 건물 1층엔 박지성 에이전트사 ‘JS 리미티드’가 분양ㆍ임대 사무실로 쓰고 있고, 약국ㆍ편의점ㆍ음식점 등 점포가 각 층에 들어가 있다. JS리미티드 분양팀 관계자는 “현재 임대가 70% 정도 완료된 상태다. 박지성 빌딩이란 이야기를 듣고 주변에서 관심을 가져주고 있다”고 전했다. E 씨는 “상가 임대가 100% 완료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80% 정도면 상가 분양에 성공한 걸로 본다. 70% 정도라면 성공한 편”이라고 말한다. 다만 “지금 당장 시세가 급등하긴 어렵다. 향후가치는 개발 중인 지역이라 일정시점이 지나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겨 여왕’ 김연아의 재테크 성적은 어떨까. 김연아는 지난해 9월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에 위치한 커낼워크 상가 3채를 30억 원에 분양받았다.
커낼워크 주변엔 아직 황량한 느낌이 감돌았다. 20층 규모의 소규모 아파트 단지와 포스코 빌딩 외에 들어선 건물이 거의 없기 때문. 상가엔 부동산 커피 전문점 분식점 등 몇 개의 점포만이 입점해 있었다. 김연아가 분양받은 상가는 402동 141호, 215호, 216호로 수로 옆에 위치한 데다 전망이 좋아 커낼워크 중에선 좋은 입지 조건을 갖춘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부동산 관계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커낼워크뿐 아니라 송도가 전체적으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단 것. 이들은 “커낼워크 내에서도 김연아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이에 포스코건설은 명품 아울렛 카드를 빼들었다. 커낼워크에 명품 아울렛이 들어서면 서울과 경기권 고객들의 발걸음이 많아질 거란 계산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로체월드아이몰과 업무 약정을 체결한 상태다”고 전했다.
커낼워크에 입점한 커피 전문점 사장은 “내년 2월쯤 명품 아울렛 입점이 가능하단 얘기를 들었다. 그럼 상가가 더욱 활기를 띠지 않겠느냐”며 기대감을 보였다. 명품 아울렛이 들어서더라도 로체와 계약하지 않는 개별 점포들은 자유롭게 영업을 할 수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김연아가 피자가게를 직접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 2011년 초 쯤으로 예상된다. 기념품점도 고려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
‘이승엽 빌딩’ 갸우뚱
한편 이승엽 빌딩에 대해선 부동산 전문가들 모두 고개를 내저었다. 안 이사는 “300억 원이나 주고 성수동 빌딩을 매입한 것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투자로 보인다. 같은 비용으로 강남 빌딩을 샀다면 벌써 어느 정도 수익을 올렸을 텐데 말이다. 게다가 세입자가 나가면 이승엽이 그 많은 관리비를 혼자 부담해야 한다. 또한 세입자에게 80억 원에 달하는 전세금을 현금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것도 문제다”고 말했다. 심 팀장 역시 “부동산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아 매매를 하지 않고 단순 금융권 종사자의 권유에 의해 건물을 구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고려하지 않고 현재까지만 본다면 어림잡아 계산해도 상당한 손해를 본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전했다.
한편, 박지성 김연아가 매입한 건물과 같은 분양 상가는 투자 대비 수익을 끌어올리기엔 부적절한 측면도 없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안 이사는 “소액투자자에겐 분양 상가가 좋다. 자금이 많이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지성 김연아와 같은 대형투자자의 경우 분양 상가의 특성이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 건물 특성상 마음대로 처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두 선수 모두 ‘투자’보단 ‘안정적인 수입’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