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업체가 하남시에 사업장으로 등록한 건물 모습.
[일요신문] 고성군이 상족암군립공원 산림레포츠시설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수의계약을 통해 특정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수의계약으로 일감을 따낸 업체가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까지 일어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특허공법이라는 이유를 들어 지자체나 정부 및 공기업에서 수의계약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같은 점을 악용하는 기업들도 많다. 특허공법을 이용한 부정거래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고성군은 공룡발자국 화석이 존재하는 상족암을 대표적인 관광단지로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이 일대에 공룡테마캠핑장과 해양관광문화·어촌문화가 혼합된 농촌테마파크사업 등 관광인프라를 구축키로 했다. 군은 상족암군립공원을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경유형 관광에서 벗어나 지역주민과 연계한 체류형 관광지로 개발할 방침이다.
군은 이에 따라 상족암군립공원에 레일바이크를 설치하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경기도 하남시 소재지 A 업체에 레포츠시설 조성 사업비 9억 원을 수의로 계약했다. 흔히들 이용하는 특허공법이라는 이유를 들어 자체심의로 결정한 이후 조달청을 통해 계약을 의뢰했다.
하지만 군은 이 과정에서 A 업체에 대한 적격성 여부도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성군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군립공원사무소에서 2020년 1월 군으로 업무를 이관 받아 추진하던 사업으로 2020년 9월 10일경 서류상 하자가 없어 계약에 이르게 됐다. A 업체가 사업을 추진할 능력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본사 방문 및 공장 시찰 등은 실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A 업체 정문에 꽂힌 우편물이 누렇게 변색돼 있어,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실체가 드러나지 않아 A 업체가 운영한 홈페이지를 확인해 보니 본사는 서울 송파구로 돼 있었다. 홈페이지에 기재된 제2공장 및 물류센터인 이천시 설성면 행죽리 370번지는 맹지였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거짓 정보를 홈페이지에 기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A 업체가 임대한 건물의 주인은 “이곳에서 뭘 만드는지 모르겠지만 가끔 이용할 뿐 마주친 적이 거의 없다”며 “11월 말 초이동 산업단지로 이사하기 위해 비워주겠다더니 다시 2월에 비워주겠다고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형식적으로 사무실을 갖추고 실제로는 운영을 하지 않으면서 서류상 운영하는 것처럼 조작하는 페이퍼컴퍼니에 준하는 회사는 국내에 수천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업체는 계약을 따내면 직접 제작·시공하기보다는 하도업체에 넘기는 수법을 사용한다. 부정한 방법으로 계약을 따낸 후 이윤만 챙기는 것이다.
고성군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이와 관련 “서류상 하자가 없다. 조달청에 본사는 하남시로 돼있지만 공장은 서울 송파구로 되어 있다”면서 “업체가 제작에 들어가면 현장실사를 통해 확인할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바로 행정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성군 관계자의 해명은 곧바로 거짓임이 드러났다. 본보 취재과정에서 취득한 A 업체 명함에는 고성군 관계자의 말과는 달리 서울 송파구가 본사로 적시돼 있었다. 공장이라고 얘기한 송파구 건물을 직접 운영하는지 내부공개를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관급공사 관련 한 종사자는 “조달청에 등록된 중소기업은 직접생산이 원칙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을 육성할 목적으로 혜택을 줬지만, 특허를 이용한 관급공사 거래는 도입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특허라는 것이 특별한 것이 없다. 사소한 차이만 존재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사기업도 납품처가 제출한 서류를 토대로 실사 후 계약하는 것이 원칙인데 관급공사는 서류심사만 하고 판단하기에 문제점을 찾아낼 수가 없다. 이런 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