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도면으로 제작된 작업장이 안전상의 문제로 사용되지 못하는 모습.
[일요신문] 정부가 어민들의 어업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위생적인 생산시설 지원사업을 펼치는 가운데, 경남 통영에서 이를 악용한 국가 보조금 횡령 의혹 사건이 발생해 우려를 주고 있다.
정부는 해마다 ‘양식지원팀 해양수산 사업자’를 모집해 해양수산부 국고보조금 관리에 관한 규정 제20조의 규정에 의해 어업인의 생산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갈수록 위생에 관한 검사가 까다롭고 수입국의 요구상황은 날로 높아짐에 따라 위생적인 생산은 이제 필수가 됐다.
정부 방침에 따라 통영시도 지난해 양식업 어업인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지원사업을 펼쳤다. 이 가운데 ‘2020년 양식어업 공동생산시설 위생개선사업’ 명목으로 A 어업협의회 등 23곳에 해상작업대 24대를 설치토록 했다. 사업비 총 28억 8000만 원(보조금 23억여 원, 자부담 5억 7600만 원)을 확정하고 사업을 진행했다.
해상작업장은 어업인이 보조금을 받아 제작자와 직접 계약하는 방식으로 이뤄짐에 따라 어업인이 업체를 직접 선정할 수 있다. 작업장 준공 시 보조금이 어업인을 통해 제작사에게 지급하는 형태가 되다 보니 제작사들에게 황금 알을 낳는 사업으로 여기며 어업인을 상대로 하는 로비가 성행할 정도다.
문제는 B 멍게양식어업협의회 C 씨가 D업체와 작업장 제작을 하는 가운데 불거졌다. D업체가 계약 시 C 씨에게 제시한 원도면에는 알루미늄 재질로 메인 프레임 정사각파이프 150mm에 두께 6mm를 사용하고 보강재는 615mm 간격으로 설치하기로 돼있었다. 하지만 D업체는 임의로 설계도를 변경해 통영시에 제출한 후, 메인 프레임 정사각파이프 100mm 두께 6mm를 사용하고 보강재는 1527mm 간격으로 설치했다.
C 씨가 받은 원도면대로 제작됐다면 작업장은 총중량이 13t에 이르게 되지만, 이를 임의로 변경한 대로 만들다보니 총중량이 5t에 불과했다. 무려 8t에 이르는 알루미늄 자재가 설계변경으로 사라진 것이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3000여만 원에 달한다.
D업체는 C 씨와 계약 시 제시한 설계도면과 다른 설계도면을 통영시에 제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시를 속였다. 분명히 국가가 지원하는 보조금을 횡령할 목적이 표출된 것이다. 또한 자부담까지 하면서 작업장 의뢰를 맡긴 C 씨는 사기를 당한 셈이 된다.
멍게 작업장 소유자 C 씨는 “D업체는 나에게 사기를 쳤다. 계약할 당시의 설계도와 달랐고 안정성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돼 인수거부하고 원래 설계대로 만들어 줄 것을 요구했다”며 “어떠한 자리에서도 분명하게 얘기할 수 있다”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이러한 일이 가능한 배경에는 통영시의 안일한 관리 감독도 한몫을 했다는 지적이다. 계약 시 어업인이 전문성이 없는 점을 감안해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지도를 펼쳤어야 했으나 이를 방기함으로써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
D업체로부터 하도급을 받아 작업장을 직접 제작한 성진기업 황인주 씨는 “설계도면을 받은 순간부터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직시하고 이의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크레인으로 들어 올릴 때 작업장이 찌그러져 설계변경 없이 그냥 보강재를 갔다댔다”고 말했다.
이어 “시키는 대로 하라는 것에 대해 문제점을 제시하고 어업인에게 문제를 알려준 대가는 작업자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돌아왔다. 또 다른 어업인 6명은 작업장을 주문하고 계약금 2500만 원을 지급했는데 제작사가 이를 편취하고 잠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통영시 관계자는 “어업인과 하도업자 등이 제기한 문제의 사실관계를 규명하자고 D업체 측에 확인을 요청했으나 답변이 없다”며 “문제가 드러나면 이에 상응하는 행정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