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제외한 신체의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중성지방(triglyceride)은 주로 고기나 생선 등에 있는 동물성 기름과 식물성 기름 등에 많다. 밥과 빵 등 곡류, 튀김 등에도 많다. 중성지방 하면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원이지만 수치가 높으면 몸에 해로운 저밀도 콜레스테롤을 많이 만들게 해 동맥경화, 당뇨 등을 유발한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지방은 트리글리세라이드 형태로 흡수된다. 콜레스테롤이 세포벽을 형성하는 블록의 역할을 한다면, 트리글리세라이드는 근육에서 사용되며 우리 몸의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잉여의 트리글리세라이드는 나중을 위해 지방조직으로 몸에 저장되었다가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거나, 필요한 경우에는 간에서 단백질이나 당으로 변화되어 사용될 수 있다.
중성지방이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지를 쉽게 체크해보는 방법이 있다. 뱃살이 어느 정도나 잡히는지 보는 것으로, 불필요한 중성지방이 주로 뱃살에 저장되는 곳이 뱃살이다. 배가 많이 나올수록 중성지방 과다로 볼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뚱뚱한 사람은 모두 중성지방 수치가 높을까? 그렇지는 않다. 지방은 크게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으로 나누는데, 피하지방은 여성에게 많고 내장지방은 남성에게 많다. 피하지방은 큰 위험은 없지만 내장지방형 비만은 중성지방의 양과 혈압, 혈당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대부분 자신의 콜레스테롤 수치에 대해서는 많이 알아도 중성지방의 위험성에 대해선 잘 모르는 게 문제”라고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지적한다.
200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고콜레스테롤혈증과 고중성지방혈증 유병률은 각각 10.9%와 7.3%로, 지난 5년간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다른 만성질환들에 비해 빠른 증가 속도를 보였다. 때문에 대한순환기학회가 혈압, 혈당, 복부비만, 콜레스테롤과 함께 중성지방을 ‘심장 5적’으로 정하고 중성지방 줄이기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서양인이나 다른 동양인에 비해 중성지방 수치가 높게 나타난다. 우리나라 성인의 3분의 1가량이 중성지방 수치가 미국에서 대사증후군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150㎎/㎗ 이상이라는 보고도 있다. 서구인의 경우 중성지방의 평균치가 70㎎/㎗ 안팎이고, 우리나라 성인의 평균치는 120㎎/㎗ 정도다.
전문가들은 “유전적으로 외국인들에 비해 다소 높은 것도 문제지만 한국 특유의 탄수화물 과잉섭취, 과음, 높은 흡연 등이 고중성지방혈증의 주범”으로 지적하고 있다.
우연히 건강검진 등을 통해 중성지방 수치가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이제부턴 건강관리에 주의해야 한다. 중성지방이 높은 사람은 혈관에 좋은 고밀도 콜레스테롤이 낮고 혈압은 높아 인슐린이 잘 작동하지 않는 대사증후군이 나타나기 쉽다. 고중성지방혈증을 그대로 두면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이 끼어 혈관이 조금씩 좁아지고,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뇌졸중, 하지혈관질환 등 심각한 질병이 찾아올 위험이 높아진다.
최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 “서울대팀이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중성지방이 150㎎/㎗ 이상으로 높은 군은 낮은 군에 비해 유방암 위험이 35%가량 증가했다”며 “특히 비만이 아닌 젊은 여성의 유방암과 관련성이 있는 만큼 중성지방을 낮추는 데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성지방은 하루 중에도 시간에 따라 변하고, 나이를 먹을수록 증가하는 특징이 있다. 또한 저장된 지방을 사용한 후에 중성지방이 증가하므로 정확한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2시간 금식 후에 체크하는 것이 원칙이다.
중성지방 수치는 혈액검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일반적인 종합검진 항목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젊은 사람들도 안심할 순 없지만 특히 40대 이상이면서 복부비만인 경우에는 콜레스테롤 수치와 상관없이 중성지방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중성지방 수치가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평소 식습관을 꼼꼼히 체크해보는 것이 좋다. 고기는 기름기를 떼어내고 살코기 위주로 먹고 식물성 식용유, 버터 등 지방 성분 섭취를 할 때는 재료를 튀기거나 볶는 것보다는 찌거나 삶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술을 좋아하는 경우 절주하는 것도 중요하다. 과음으로 인해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 경우도 의외로 많다. 술안주로 인기가 많은 기름진 삼겹살, 튀김 등의 고지방식도 삼간다. 삼겹살보다는 보쌈, 수육 등 기름기를 뺀 안주를 고르는 것이 좋다.
한 가지, 이들 고지방식이나 과음이 아니더라도 어떤 종류의 음식을 먹느냐에 상관없이 무조건 움직여서 소비한 칼로리보다 섭취한 칼로리가 많으면 중성지방이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흔히 살이 찌지 않고 몸에 좋다고 생각하는 과일, 견과류 등도 마음껏 먹기보다는 적당량 먹는 것이 좋다.
운동도 필요하다. 특별히 하는 운동이 없다면 주 4~5회 정도 규칙적으로 걷기 등 운동을 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폭음과 폭식을 한다면 중성지방 수치는 늘어난다. 때문에 중성지방 수치를 조절하고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적절히 발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중성지방 수치가 높으면서 당뇨, 심장병 등이 있다면 의사와 상의해 나이아신, 스타틴제제, 오메가3 지방산 등 적절한 약물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