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변 백1, 3은 백A에 잇는 것을 대신하려는 수. 여기서 흑은 당연히 B에 끊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 9단은 난데없이 흑4 쪽으로 손을 돌렸고, 박 9단은 한동안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고개를 몇 번인가 계속 갸웃거리다가 백5로 이었다. 이걸로 흑2와 들, 여덟 점이 졸지에 떨어지면서 승부는 끝.
<참고도> 흑1로 이으면 백도 2로 호구쳐 지키는 정도이고 다음 흑3 정도로 유연하게 삭감하는 진행이면 흑이 유망한 형세였다는 것인데, 어떻게 이런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진 것인지. <장면>의 백1이 실전 백100. 이후 이 9단은 10수쯤 더 두다가 돌을 거두었다. 이보다는 좀 덜 심하지만, 비슷한 예가 거듭 나타나고 있다.
결혼 예정일이 10월 28일 목요일. 이 9단은 번거로움을 피하고 주변에 민폐 끼치지 않으려고 날짜도 주말이 아니라 평일을 택했고, 하객도 부르지 않고 가족끼리 조촐하게 치른다. 그 날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란다. 그 다음엔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으면서.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