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단지공단 CI
[일요신문] LH 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국민적 분노가 거센 가운데,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단지 환경개선 사업’이 부동산 투기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부동산 투기 우려가 높다는 의혹을 받는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 장관 성윤모) 위탁으로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 이사장 김정환)가 진행하는 ‘2021년 산업단지 환경개선펀드 투자사업 컨소시엄’ 주간사업자 선정 사업이다.
해당 사업의 시초는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명박 정권 시절 ‘산업단지 리모델링 및 관리시스템 개선방안 발표’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노후화된 산업단지를 새롭게 구조화하자는 게 이 사업의 골자로, 국내 생산 및 수출의 70% 이상이 전국에 산재된 산업단지에서 나옴에 따라 △노후 산업단지 제조업 경쟁력 강화 △노동자 일터 환경 개선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도모하자는 목적으로 추진된다.
문제는 지금까지 추진된 노후 산업단지 개선사업이 대형 건설사 중심의 부동산 개발(호텔, 백화점, 오피스텔) 위주로 진행돼 왔다는 점이다. 이른바 ‘건피아’를 위한 부동산 이익 획득사업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이 사업들은 ‘일반공업지역 및 산업시설구역’의 부동산이 ‘지원시설 부지 부동산(오피스텔, 지식센터)’ 등으로 절차에 따라 용도변경이 이뤄진다. 삭막한 공업지역에서 상업지역에 준하는 ‘호텔 및 오피스텔’이 들어서게 됨에 따라 부동산 가치는 오르게 된다. 이는 결국 막대한 차익 실현으로 이어진다.
분양 위주의 건설사나 거대자본들은 막대한 이익을 챙긴 이후 떠나 버리면 그만이다. 산업단지의 미래에 대해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 산자부의 노후 산업단지(국가·일반) 사업대상지는 전국 총 169개에 이르고 지금까지 시행된 사업들은 대부분 이런 방식이었다.
게다가 그간 ‘스마트 산단’, ‘지식센터’ 등 노후 산업단지를 개선하는 사업의 분양 광고는 민간 아파트와 오피스텔 보다 많은 혜택과 저렴한 분양가, 전매 무제한, 대출규제 없음, 세제 혜택 등의 정부지원까지 홍보하며 차익 실현을 강조해왔다.
사실상 부동산 매매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를 모집하는 사업으로 변질된 셈이어서 ‘4차 산업 유망 중소기업 육성’, ‘청년인력 유입’ 등의 기본 취지가 사라졌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런 이유로 해당 사업은 지속성 여부가 시험대에 오르기도 했다. 2019년 10월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실과 노동자 단체 등은 ‘구조고도화 사업은 과연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올해 3월초에 시작된 창원국가산업단지의 ‘산업단지 환경개선펀드’ 주간사업자 모집에도 분양 이후 ‘모르쇠’로 이어졌던 과거의 행태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경남 창원시 팔용동 일대 마련되는 산단공의 ‘2021년 산업단지 환경개선펀드 투자사업 사업컨소시엄’(환경개선펀드) 주간사업자 선정 자료를 들여다보면 이 같은 우려가 나온 까닭을 읽을 수 있다.
먼저 평가위원회의 구성이 눈에 띈다. 5~8명으로 이뤄진 평가위원회 위원을 ‘부동산개발’ 전문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배점 방식도 △부동산 개발사업 평가(사업계획(40점), 재무관리(40점), 자산관리(20점), 가점(10점))와 △부동산 개발사업 외 투자사업 평가(사업계획(35점), 서비스(기술·제품)역량(35점), 재무계획(30점), 가점(10점) 등 두 가지가 전부다.
중소기업 육성과 청년노동자 및 스타트업, 1인 사업자를 지원하는 사업계획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더라도, 재무·자산관리 등에 점수 배정이 크기 때문에 거대자본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인 것이다.
제보자 A 씨는 “경기, 구로, 인천, 심지어 얼마 전 창원시 팔용동에 세워진 ‘지식센터 스타트업 빌딩’도 지원시설이라고는 1층에 있는 은행 하나가 전부”라며 “이런 상황들이 전국 곳곳의 산업단지에서 빚어지고 있다. 더 이상 국가의 혈세가 ‘부동산 투기’에 이용돼서는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창원 산단 환경개선펀드 사업이 과거처럼 일부의 ‘부동산 개발 차익’을 위한 사업으로 귀결이 될지, 당초 목적대로 중소기업 육성 지원이 되는 새로운 ‘구조고도화’ 사업의 모델로 재탄생될지 여부는 정부와 관계 기관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평가단에는 부동산 전문가도 있지만, 학자 및 교수들도 있다. 모두 명망이 높은 이들이다. 모든 것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