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이 10월 2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2000년 영광 재현 나서
지난 2000년 캐나다 에드먼턴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희소식이 날아왔다. 한국 청소년 대표팀이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그해 시드니올림픽 동메달과 함께 청소년 대표팀의 선전은 큰 화제가 됐다.
당시 청소년 대표였던 추신수(클리블랜드), 이대호(롯데), 정근우(SK), 김태균(지바 롯데) 등 동기생들이 이번 대표팀에 포함돼있다. 10년이 지나는 동안 이른바 ‘에드먼턴 키즈’는 국내, 국외 무대에서 주축으로 활약 중이다. 이번 아시안게임 역시 이들의 활약이 관건이다.
지난해 3월 제2회 WBC 때 추신수는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합류해 옛 선후배, 동기생들을 만났다. 하지만 당시 팔꿈치 수술 후유증 때문에 소속 구단으로부터 집중 관리를 받은 추신수는 동료들과 어울릴 만한 시간이 별로 없었다. 당시 애리조나 전훈캠프 때 동료들을 집으로 초대해 식사 대접을 하기도 했지만 추신수의 마음이 편치 않았다.
대신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스스럼없이 동료들과 여유시간을 즐길 수 있는 상황이다. 추신수 스스로 “정근우와 룸메이트가 되면 심심하지 않아서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병역 미필인 추신수는 금메달이 절실하다. 금메달 여부에 따라 그의 인생에 큰 변화가 생긴다. 때문에 “룸메이트의 빨래까지 도맡아 해주겠다”는 농담까지 나오기도 했다. 왼손타자 추신수와 오른손 거포 김태균의 하모니가 어떤 위력을 발휘할 지가 최대 관심사다.
‘병역브로커’ 이승엽 부재
요미우리에서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이승엽은 ‘병역 브로커’란 닉네임을 갖고 있다. 흔히 뉴스에서 접하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시작으로, 이승엽은 주요 국제대회 때마다 결정적인 안타와 홈런을 터뜨리면서 수많은 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이란 선물을 안겨줬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승엽은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터뜨렸다. 그 덕분에 현재 대표팀 주축 선수 중 상당수가 병역 혜택을 받았다.
이승엽은 현재 새로운 팀을 결정해야하는 중차대한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에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른 누군가가 ‘병역 브로커’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 결국 추신수나 김태균 같은 타자들이 그 몫을 담당해야 한다.
조범현의 ‘삿포로 굴욕’
정규시즌 막판이었다. 광주구장 기자실에서 KIA 조범현 감독과 독대한 일이 있다. 그때 KIA는 4강 진출이 물 건너간 상태였다. 당연히 정규시즌보다는 아시안게임 관련 얘기를 많이 나눴다. 그때 조범현 감독은 2003년을 언급했었다.
김재박 감독(현 KBO 경기감독관)이 2003년 말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 겸 2004아테네올림픽 예선전의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었다. 당시 국내 최고 선수들로 최강 전력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막상 대회에선 첫날 대만에게 뜻밖의 패배를 당한 뒤 결국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야구팬들이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당시 조범현 감독이 대표팀 코치로 포함돼 있었다.
조 감독은 “삿포로 때에는 솔직히 제대로 훈련도 못한 상황에서 대회를 치렀다. 팔이 아프다는 투수들도 많았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사전 훈련을 충실히 시키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지가 반영돼 이번 야구대표팀은 10월25일부터 일찌감치 부산에 모여 훈련을 시작했다.
일본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프로 선수들을 출전시키지 않는다. 대만은 정예가 모였지만, 리그 자체가 한국에 비해 한수 아래라는 평가를 받는다. 때문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따면 본전이고 실패하면 엄청난 비난을 받게 되는 양면성이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평소 철저하기로 소문난 조범현 감독은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일찌감치 선수들을 소집한 것이다. 2003년의 대표팀에선 코치 신분이었긴 하지만, 조범현 감독으로선 이번 아시안게임이 일종의 설욕전인 셈이다.
야구가 2012년 런던올림픽 정식종목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당분간 병역혜택의 기회가 없다. 결국 대만, 일본과의 금메달 다툼 결과에 따라 향후 프로야구의 선수수급 문제도 영향을 받게 된다는 얘기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