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종대 작가의 재능기부 모습.
[김해=일요신문] 김해시의 대표적인 젊음의 거리인 봉황대길이 더욱 풍요로워진다.
이 지역 토박이이자 국내외 유명 상업미술 작업에 참여해온 권종대(65) 작가의 재능기부로 벽화작업이 진행되고 있어서다. 권 작가는 일찌감치 상업미술의 길을 걸으며 이 분야에서는 이름이 꽤 알려졌다.
그는 2019년 4월 전남 신안군 천사대교 개통에 맞춰 육지와 이어진 신안군 부속섬 마을들의 벽화작업에 참여했다. 이 가운데 암태도 가동삼거리에 있는 ‘동백 파마머리’ 벽화는 전국적으로 이름을 날렸다.
담장 밖으로 머리를 내민 동백나무 두 그루를 머리카락 삼아 그 집 주인 노부부의 얼굴을 담장 밖으로 크게 그려 넣어 멀리서 보면 마치 파마머리를 한 사람 2명이 웃고 있는 모습으로 보여 붙여진 이름이다.
2011년 5월 인사동 서울미술관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2주기 추모전시회에도 권 씨의 작품 3점이 걸렸다. 퇴임 후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 들판을 배경으로 자전거를 타는 모습 등 생전 노 전 대통령을 트릭아트 형태로 그린 작품들이다.
권 씨는 어린 시절부터 독학으로 그림을 익혔고 김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상경해 경력을 쌓았다. 애초 인물화를 전문으로 해 젊은 시절 미8군 장교들의 초상화를 도맡았고 80년대에는 중동에서 왕족들의 초상화를 많이 그렸다.
그런 그의 재능기부는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 덕분에 가능했다. 주로 해외에서 그의 재능을 찾는 곳이 많아 1년 중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지 않은 편인데 1년 전 발생한 코로나 사태로 해외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면서 평소 마음만 가득했던 고향에 대한 봉사를 실천할 수 있게 됐다.
그는 봉황대길의 시종점이랄 수 있는 과거 안인정미소 건물 담장을 첫 캔버스로 정했다. 권 씨가 재능을 기부하고 재료비는 회현동행정복지센터에서 댔다. 며칠 전부터 그는 보기 흉한 낙서로 가득했던 정미소 건물 담장에 페인트로 바탕색을 칠하고 가야시대 유물 그림을 그려 넣기 시작해 과거 정미소 모습, 인근 봉황대 매화, 진영 단감 등을 그려 나가고 있다.
이 건물은 47년간 정미소로 쓰였고, 몇 해 전부터 봉황대길이 형성되면서 일부 공간은 현재 젊은 감각의 양식점이 입점해 있으며 건물 안집에 주인이 살고 있다. 6살 때부터 이 건물에서 살고 있는 안상준(70)씨는 “지저분하던 담장과 주변이 깔끔해져서 너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권 씨는 시간과 여건이 허락하는 한 더욱 많은 담장 벽화를 남기고 싶어 했다. “봉황대길을 찾는 젊은이들을 위한 포토존을 더 그리고 싶고 여건이 허락되면 외국인이 많은 동상지역에 다문화를 위한 벽화를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회현동행정복지센터도 그를 계속 서포트할 계획이다. 정영신 동장은 “우리 동은 2015년 도시재생사업지로 선정돼 봉황대길을 중심으로 특색 있는 식당, 카페 등이 형성되면서 청년과 원주민들이 어울려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며 “도시재생의 취지대로 주민 스스로 마을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일인 만큼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봉황대길은 경남청과직판장 오거리에서 남서쪽 길로 접어들어 서부탕, 성산맨션을 지나 엔젤리너스 커피점까지 700여m 구간으로 청년 점포들이 형성되며 자연스럽게 봉리단길로 불리다 2019년 지역 정체성을 살려 봉황대길로 도로명이 정해졌다.
정동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