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의 나라 한국 KBL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문태종-태영 형제.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한국에 대한 첫 인상은 어땠을까. 두 형제는 ‘어머니의 나라’에서 따스함을 느꼈다. 형보다 1년 먼저 한국 땅을 밟은 문태영은 “언어도 문화도 다른 부분이 많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이곳은 어머니의 나라고, 나는 한국인이기 때문이다”라며 입을 열었다. 태어난 뒤 한 번도 방문해보지 못했던 한국이었지만 신기하게도 전혀 낯설지 않았다고. KBL의 문을 두드린 이유도 이곳이 ‘어머니의 나라’이기 때문이었다. 문태종은 “여태껏 한국에 가보라는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해본 적 없는 어머니였다. 그런데 ‘KBL에서 농구를 하겠다’고 말씀드렸을 때 눈물을 글썽거리시더라. 어머니의 나라에 대한 내 관심과 애정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한국에 오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형제가 함께하니 좋은 점이 너무 많단다. 문태영은 “미국에 있을 때는 서로 살고 있는 지역이 차로 9시간 걸리는 거리에 있어 주로 전화통화로 안부를 전하곤 했다. 지금은 가족끼리 함께 모여 시간을 보낼 수 있단 점이 너무 행복하다”며 미소를 짓는다. 문태종 역시 “아이들이 삼촌을 자주 볼 수 있게 돼서 기쁘다”고 덧붙인다.
문화의 차이를 느낀 건 사실이다. KBL 선배인 문태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한국의 선후배 문화를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다. 한 살 차이인데도 깍듯이 대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처음엔 감독의 무표정한 얼굴에 겁을 먹기도 했다. 감독의 표정에서 의중을 읽을 수 없어 자신이 잘했는지 못했는지 도통 알 수 없었기 때문. 그러나 나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문태영의 플레이는 감독으로부터 ‘칭찬의 리더십’을 이끌어냈다. 문태종은 동생의 조언 덕분에 더 빠르게 한국 문화에 적응할 수 있었다. “전부터 동생이 ‘한국에 오면 엄청난 훈련을 각오하라’며 겁을 줬었다. 동생 조언을 듣고 미리 각오를 하고 온 덕분에 어려운 점은 없었다.”
문화의 차이를 느꼈던 두 선수지만 이들 모두 “자녀가 한국에서 농구를 하길 원한다면 적극적으로 밀어줄 것”이라며 KBL에 대해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두 아들의 아빠, 문태종은 “아이들이 농구에 재미를 붙인 요즘 부쩍 실력이 늘고 있다”며 “부모를 봐라. 재능이 있지 않겠느냐”며 어깨를 으쓱한다.
▲ 지난 10월 31일 창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자랜드와 LG 전에서 4쿼터 전자랜드 문태종이 LG 문태영과 자리 다툼을 벌이고 있다. |
형제의 두 번째 격돌은 12월 12일 인천에서 열린다. 문태종은 “어제 동생과 함께 일정표를 보며 다음 대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전자랜드가 이길 확률이 높다. LG가 9일, 11일에 경기를 한 뒤 인천으로 오기 때문이다”며 웃음을 보인다. 게다가 12일엔 어머니가 직접 경기를 관전할 예정이라고. 형제 모두 어머니가 자신을 응원해 줄 거라며 눈을 반짝인다.
한국어 실력은 누가 위일까. 두 형제 모두 “본인이 한 수 아래”라며 자세를 낮춘다. 문태영은 “형이 더 잘한다. 형은 두 아들과 함께 한국어 공부를 하기 때문이다. 내 딸은 아직 두 살이라 함께 한국어 공부를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한다. 이에 질세라 문태종은 “아무래도 한국에 1년 먼저 들어온 동생이 잘하지 않겠나. 앞으론 내가 더 잘하고 싶다. 1년 후에 다시 인터뷰하자. 그땐 한국말로 소화하겠다”며 주먹을 불끈 쥔다.
‘가족사랑’ 부문에서도 동생이 위인 듯 보였다. ‘하루에 몇 번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문태영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틈날 때마다 휴대폰을 들고 아내·딸과 영상통화에 푹 빠져 산다. 한편 문태종은 기자의 질문에 한바탕 웃음을 보이더니 “올해로 결혼 10년 차”라며 손사래를 친다. 거듭된 질문에 그는 “하루에 5~6번 정도 한다. 최대한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앞으론 동생보다 더 많이 하겠다”며 유쾌한 답변을 내놓았다.
두 형제에게 ‘농구’, ‘어머니’, ‘한국’은 어떤 의미일까. 이 부분에서만큼은 형제가 한 목소리를 냈다. “어머니와 한국은 내게 똑같은 의미로 다가온다. 날 세상에 낳아주고, 내게 인생을 가르쳐준 어머니는 내 존재 이유이자 사랑 그 자체다. 한국은 ‘어머니의 나라’이자 나의 조국이다. 이곳에서 농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내겐 행운이다. 가능한 한 오래 한국에서 농구를 하고 싶다.”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