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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배구, 야구 등 인기 종목에 책정된 지원금은 역대 아시안게임 최대 규모였다. 그만큼 기대도 높았다. 병역혜택과 억대의 포상금이 선수들의 사기를 높인 건 사실이지만 종목별 성적에선 희비가 엇갈렸다. 가장 먼저 웃은 건 야구대표팀. 1억 8000만 원(격려금)이란 목돈을 손에 쥐었던 야구 대표팀은 금메달을 획득해 기대에 한껏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야구 대표팀 선수들은 병역 혜택과 함께 2억 원의 포상금을 균등 배분받게 됐다.
가장 많은 포상금 지원을 약속받았던 농구 대표팀은 금메달 문턱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국가대표팀협의회(국대협)는 아시안게임 준비 단계서부터 다른 종목과 차원이 다른 지원금 규모를 발표했었다. 금메달 획득 시 5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할 뿐만 아니라 군 복무 중인 선수들도 병역 혜택을 받게 되는 파격적인 당근책을 내놓았던 것. 결승전서 나란히 중국과 만난 남녀 대표팀은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지만, 심판의 편파 판정으로 은메달에 머물렀다. 그러나 ‘아시아 농구 강국’의 면모를 보여준 남녀 대표팀은 3억 원의 포상금을 거머쥐었다.
배구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며 아쉬움 속에 아시안게임을 마무리했다. 대한배구협회와 한국배구연맹은 총 9억 1000만 원의 지원규모를 밝히고 광저우 입성 전 선수들의 사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그러나 엄청난 포상금과 병역혜택이 경기력에 마이너스가 된 걸까. 야구와 축구가 ‘도하참사’를 겪었을 때 체면을 세워준 남자배구는 광저우에서 일본에 분패하고 말았다. 16년 만의 금빛 메달을 기대했던 여자대표팀 역시 중국에 패해 은메달에 그쳤다.
포상금 규모를 규정에 구체적으로 명시해두고 성적에 따라 ‘+α’(플러스알파)를 제공하는 종목들은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효자 종목들 사이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육상은 금메달 4개를 목에 걸며 광저우에서 힘껏 도약했다. 육상은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시 선수들에게 2000만 원, 지도자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본인 기록을 경신할 경우 1000만 원을 지급하는 등 기록포상금제도를 마련해두고 있다. 총 13개의 금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선수단 선전의 원동력이 됐던 사격 역시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시 선수에게 1000만 원, 은메달 200만 원, 동메달 100만 원을 수여하고 지도자에게 금메달 획득 시 400만 원을 제공하는 법제상벌위원회 규정을 따로 두고 있다.
한편, 정구·사이클·역도 대표팀은 적은 규모의 포상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협회 차원의 예산이 부족한 탓에 임원들이 십시일반 2000만 원을 모아 선수단을 지원했던 정구는 금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격려금이 700만 원에 불과했던 사이클은 금메달 4개를 획득했다. 또한 책정된 포상금은 300만 원에 불과했지만 특별히 선수들 식단을 직접 준비해간 역도 대표팀은 금메달을 딴 장미란을 비롯, 2개의 은메달을 획득하며 선전했다.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