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20-20클럽 가입 달성에 3할 타율을 올렸지만 개인적으로 더 가치를 두는 건 손가락 부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술 없이 재활을 통해 복귀해서 좋은 성적과 금메달 획득까지 이뤄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만약 그때 수술을 하고 뒤늦게 재활을 거쳐야 했다면 아시안게임과 제가 인연을 맺을 수 있었을까요? 생각만 해도 눈앞이 아찔해지네요.
어제, 미국에 있던 아내와 아이들이 귀국했어요. 아내도 아이들도 서로 절 붙잡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내는 아마도 금메달 때문에 운 듯하고 아이들은 오랜만에 아빠를 봐서 감격에 겨워 운 게 아니었을까요?^^
가족들이 오니까 비로소 왠지 모를 허전함이 제대로 채워진 느낌이 듭니다. 제가 세상에 태어나서 제일 잘한 일이 야구를 시작한 것과 아내와 결혼한 거라고 생각해요. 부산 집에 도착해서 아내 목에 금메달을 걸어줬는데 어찌나 행복해 하던지, 정말 기분 좋더라고요. 결혼하고 나서 아내한테 준 제일 큰 선물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지금 쓰는 일기가 올 시즌 마지막 일기가 될 것 같네요. 솔직히 더 이상 쓸 말도 없습니다. 농담이에요^^. 전 이 일기가 참 소중합니다. 팬들과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적당한 소통 수단이 필요했고 일기란 매개체를 통해 제 소식도 전하고 팬들의 글들을 읽으면서 반성도 하고 용기도 얻고 더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각오도 다졌습니다.
그동안 저 대신 군대 가겠다고 하셨던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그만큼 절 걱정하고 염려해주셨기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 생각해요. 홈런과 안타를 치고 밥값을 제대로 했다는 생각이 들 때는 이 공간으로 들어오기가 수월한데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팬들에게 제 얘기를 늘어놓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가끔은 아무 말 없이 야구로서만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들었어요. 그래도 팬들과 한 약속이었고 제가 일기를 통해 얻은 게 너무 많았기에 월드컵 기간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빠트리지 않고 이 공간으로 들어와서 여러분들을 만났습니다.
추신수의 MLB일기는 ‘시즌3’로 내년에 다시 찾아뵐게요. ‘시즌3’에는 좀 더 풍성한 사연들이 담길 수 있도록 많은 노력 기울이겠습니다. 변변찮은 내용을 매번 훌륭한 글로 잘 다듬어주신 <일요신문>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면서 저한테 이 귀한 지면을 허락해주신 점 또한 고맙습니다.
‘올해보다 더 나은 내년’이 될 수 있는 게 지금의 제 목표입니다. 한국에서 좋은 추억 갖고 돌아가서 한층 업그레이드 된 추신수로 재무장해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