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성은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오는 26일과 27일 경기를 펼치는 빠듯한 일정으로 대표팀 훈련에 쉽사리 합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고르고 또 골라도 43명”
아시아축구연맹(AFC)은 12월 7일까지 아시안컵 예비엔트리 50명 명단을 제출하도록 대한축구협회에 알려왔다. 4년 전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베트남-태국에서 열린 대회 당시에는 예비엔트리가 36명에 불과했지만 이번에는 14명이 늘어났다.
조 감독의 고민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인력 풀이 워낙 좁은 탓이다. 국내 K리그 인원을 팀 당 40명씩 잡아도 600명이나 된다.
그러나 정작 뽑을 만한 인재는 부족하다. 조 감독은 “처음에는 충분할 줄 알았는데 50명은 너무 많다. 아무리 고르고 또 골라도 43명밖에 나오지 않는다. +7을 채워줄 만한 선수들이 없다”고 푸념한다.
최종 엔트리 23명 명단은 12월 28일까지 제출하면 되지만 50명 이내에서 뽑아야 한다. 최근 조 감독이 박태하 코치를 대동하고 유럽과 일본 등지로 자주 출장을 다녀왔던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조광래호는 출범부터 아시안컵 우승 특명을 안고 있었다. 아시아 축구 맹주의 위상을 되찾아오기 위함이다. 그러나 우승도 우승이지만 ‘세대교체’라는 또 하나의 과제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양새다.
조 감독은 아시안게임이 열렸던 중국 광저우를 직접 찾아 홍명보호 엔트리를 집중적으로 체크했다. 조별리그 2경기를 지켜본 조 감독은 당초 결승전에 맞춰 광저우를 또 한 번 방문할 생각이었지만 한국이 UAE(아랍에미레이트연합)와의 4강전에서 패하며 3~4위전으로 밀린 바람에 출장 계획을 전면 취소해야 했다.
‘세대교체’ 과제까지 풀어야
그러나 조 감독은 홍명보호의 젊은 피에 상당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현 대표팀 체제는 4년 뒤 열릴 브라질월드컵까지 시선이 향해 있다.
가장 최근 발표됐던 조광래호 엔트리는 10월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일본전을 대비한 24명이었다. 여기서 해외파는 무려 11명이었다. 물론 ‘해외파’란 타이틀이 곧 아시안컵 출전을 보장하는 건 아니더라도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 국내파 비중이 예전에 비해 대폭 줄어들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가 23명임을 감안할 때 해외파 11명을 빼고 나면 국내파의 자리는 고작 12명에 불과하다.
현재 나올 수 있는 변수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펄펄 날고 있는 신예 공격수 손흥민(18·함부르크SV)과 K리그 신인왕 수상을 노리는 지동원(19·전남 드래곤즈) 등이다. 이는 ‘포스트 박주영’을 선발하기 위한 포석. 대표팀은 오래 전부터 박주영(AS모나코)에게 모든 걸 맡길 수는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유력 주자는 손흥민이다. 지난달 말 독일을 방문했던 조 감독은 손흥민의 활약을 확인하곤 깜짝 놀랐다.
“문전 앞에서 세밀하지 못한 부분도 분명 있지만 스트라이커로서 자질이 충분하다. 특히 문전을 파고들 때 플레이와 탁월한 득점 감각은 타고났다.” 아시안게임에 나섰던 지동원에 대해서도 “큰 키에도 불구하고 위치 선정과 빠른 스피드는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국내 훈련 계획을 열흘 정도 예상한다. 23일까지 창원에서 훈련을 한 뒤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고 27일, 늦어도 28일까지 중동 현지로 떠난다는 것. 쿠웨이트 혹은 UAE에서 2차례 연습경기를 하고 카타르로 들어가는데 해외파는 전훈부터 합류시킨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마저 확언하기 어렵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국제 대회를 앞둔 2주 전 소집은 가능하지만 사실 유럽 대부분 리그는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박싱(Boxing) 데이’라 불리는 대단히 타이트한 스케줄을 소화한다. 대표팀의 ‘캡틴’ 박지성이 뛰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만 하더라도 26일(현지시간 기준) 선덜랜드와 홈 경기를 치르고 28일 버밍엄 원정을 떠난다. 쉬운 합류가 불가능하다는 쪽에 무게추가 기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더욱이 손흥민이나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아약스 암스테르담의 석현준(19)을 뽑는 것은 다소 무리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어린 선수들은 대표팀에 가더라도 주전 발탁이 어렵고, 벤치에 앉아있을 확률이 높은데 과연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해외파·영건 선발이 변수
복수의 에이전트들과 K리그 감독들은 “해외파는 당장 경기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참 잘나가는 선수를 벤치에 앉혀둔다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또 다른 축구인도 “대표팀이 세대교체 과정에 놓인 선수들을 실험하는 곳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그런 건 올림픽대표팀이나 청소년대표팀에 맡겨두고, 성인 대표팀은 당면 성적에 신경써야 한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