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곳곳에 아무렇게나 방치된 차량. 심각한 수준인 주차장의 관리상태도 확인이 가능하다.
[일요신문] 부산도시철도 수영역과 광안역을 잇는 지하상가 아래에 조성된 주차장이 관리부실로 인해 우범지대가 되고 있다. 관리에 최종 책임이 있는 부산교통공사가 아예 손을 놓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문제의 주차장은 도시철도 이용고객의 편의증진을 위해 2006년 8월 31일 건립됐다. 1만 6300㎡의 면적에 모두 304면의 주차공간이 조성됐다. 현재는 계약금액 연간 6500만 원에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최대 7년간 부산교통공사와 민간 사업자가 계약을 한 상태다.
주차장의 관리소홀은 바로 위에 자리한 수영역과 광안역을 잇는 지하상가의 운명과 궤를 같이 한다. 해당 지하상가는 수영역과 광안역 사이 왕복 1.3km 구간에 지어졌다. 시설물을 기부채납하고 20년간 관리·운영권을 갖는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건설됐으며, 106억 9000만 원이 투입됐다. 전체 면적 1만 2258㎡에 33∼50㎡ 규모의 점포 167개가 들어섰지만 현재 문을 연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2008년 2월 시작된 지하상가 개발 사업은 2010년 3월 부산교통공사가 프라임씨엔디 컨소시엄과 실시협약을 체결하면서 진전을 보이는 듯했다. 그러다가 2013년 9월 컨소시엄 대표 기업인 광림토건의 부도로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2014년 5월 보광이엔씨가 참여하면서 같은 해 10월 공사가 재개됐다.
이것도 잠시뿐이었다. 두 달여 만에 경영권 분쟁으로 다시 공사가 중단된 것이다. 2015년 6월 보광이엔씨의 부도 이후 같은 해 12월 도원건설이 시공사로 나서면서 다시 공사가 이어졌다.
그러다가 2016년 8월경에 빛이 조금 보이기 시작했다. 이 즈음에 운영법인 세븐스퀘어(주)가 설립됐고, 이듬해인 2017년 1월 드디어 지하상가가 준공됐다. 상가가 준공되자 부산교통공사는 같은 해 9월 개장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수영역과 광안역을 잇는 지하상가 및 주차장 전체 개념도.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후 제대로 분양이 되지 않아 지하상가가 계획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그러자 지하 2층과 3층에 걸쳐 건설된 주차장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게 됐다. 특히 병원 등 인근 대형시설과 주차장 및 지하상가를 잇는 통로가 닫혀있다는 점도 주차장 이용 활성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이용 실적이 떨어지면서 관리 소홀로 이어지고, 이게 다시 주차장의 우범지대화로 연결된 것이다.
해당 주차장의 문제점을 본보에 단독 제보한 A 씨는 “인근 병원 주차장에 자리가 없어 지하상가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밤늦은 시간에 다시 차를 빼려다가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녀 두 쌍이 으슥한 지점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도심의 한 시설이 우범지대로 변하고 있다는 생각에 모골이 송연해졌다”고 말했다.
제보에 따라 현장을 직접 확인한 기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우선 지하 2층부터 실내조명이 지나치게 어둡고 청소상태가 매우 불량하다는 점이었다. 수년간 아무런 관리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지하 3층은 더욱 상태가 나빴다. 여기저기에 오랫동안 방치된 차량들이 나뒹굴었다. 차 위에 꽤나 두툼하게 덮인 먼지 등으로 미뤄볼 때 오랜 기간 아무런 통제 없이 무분별하게 방치된 것으로 보였다. 방치차량은 주차장 곳곳에서 확인됐다.
부산교통공사에 대책 마련을 물었으나 대답은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공사 관계자는 “관리에 대한 책임은 임대사업자에게 있다. 지적한 문제점은 확인 후에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교통공사는 지난 2018년 당시 1000억 원이 넘는 순손실에도 불구하고 지방공기업 가운데 최고 연봉을 기록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사내복지기금과 퇴직금 등을 방만하게 집행한 사실로도 강한 질타를 받았다. 돈을 써야 할 곳에 제대로 쓰지 않고 제 배 채우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갖는 대목이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