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의 김치 담그기’ 행사에서 추신수 부부가 직접 담근 김치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태어나서 가장 바쁜 연말을 보내고 있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추신수. 요즘 그의 일상은 매일같이 이어지는 시상식 참가와 결혼식이다. 각 언론사에서 주최하는 ‘특별상’ 시상자로 서울 시내를 누비다보니 개인적인 스케줄은 잠시 미뤄둔 상태.
지난 12월 8일, 세종문화회관 별관에서 있었던 시상식장에 나왔다가 우연히 기자를 만난 그는 소공동에 있는 숙소에서 세종문화회관까지 걸어서 왔다고 얘기를 했다. 그날은 서울에 제법 큰 눈이 내렸던 날씨라 와이셔츠에 양복만 걸친 그로선 상당히 추웠을 것 같은데 “그렇게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체중 관리가 안 될 것 같아서”라는 게 도보의 주된 이유였다.
추신수는 잠시 후 기자에게 몇 가지 고민을 털어놨다.
#제가 연예인이 된 것 같아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때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후 추신수의 위상은 완전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가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추신수와 함께 거리를 걷다보면 모든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고 사인을 요청한다. 특히 여성팬이 절대적으로 많다. 지나가는 차들조차 멈춰 서서 그에게 손을 흔들고 축하 인사를 건넬 정도다. 그럴 때마다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추신수의 매너도 수준급이다.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건 기분 좋은 일이지만 어디를 가나 사인 요청을 받느라 볼 일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한다. 복잡한 시내에선 가급적 차를 타고 이동하기보단 걸어 다니고 싶은데 100미터를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이니 그의 입지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옷이 없어요
각종 시상식과 행사 등에 참석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추신수는 최근에 조금씩 고민이 생겼다. 매일 똑같은 옷을 입고 가면 게재되는 사진이 다 똑같기 때문에 행사 때마다 양복을 바꿔 입으려 하지만 워낙 스케줄이 많아 그때마다 모두 다른 옷을 입고 나가기란 불가능하다. 얼마 전엔 지인으로부터 “제발 그 가죽점퍼는 더 이상 입지 말라”는 지적을 당했다. 몇 개의 방송에 똑같은 가죽 점퍼를 입고 나간 게 지인의 눈에는 거슬렸던 것. 추신수는 “그래도 안에 입은 티셔츠는 달랐는데 가죽 점퍼가 더 눈에 띈 모양”이라며 웃음을 터트린다. 기자를 만난 그날 저녁 또 다른 시상식이 예정돼 있었던 추신수, “어휴, 저녁에는 무슨 옷을 입고 나가죠?”
#계약 문제는 저도 몰라요
최근 추신수의 계약 형태가 야구 기자들 사이에선 초미의 관심사다. 심지어 추신수가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는데 운전하던 택시 기사마저 “몇 년짜리 계약을 하는 거예요? 엄청난 연봉을 받게 된다면서요?”하고 추신수에게 질문을 했을 정도다. 추신수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미국에서 윈터미팅에 참가하며 현지 기자들과 가진 인터뷰 내용이 알려지면서 추신수의 계약이 장기가 아닌 1년 계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이에 대해 추신수는 “스캇 보라스랑 1월 초에 미팅을 할 예정”이라면서 “1년이든 3년이든 이번에는 온전한 몸값을 받고 싶다”는 말로 선을 그었다.
#최고의 스타를 만났어요
추신수는 얼마 전 강남의 한 주차장에 차를 대고 식당으로 들어가려다가 영화배우 설경구를 만났다. 먼저 설경구가 “추신수 선수시죠? 정말 저, 추신수 선수 팬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넨 게 인연이 돼 서로 전화번호를 주고받았고 ‘미국 들어가기 전에 꼭 만나자’라고 약속했던 게 부부 모임 형태로 발전됐다.
“저도 설경구 씨 팬이었거든요. 최고의 영화배우이자 나이도 한참 위인 분께서 먼저 팬을 자처하면서 꼭 만나자고 말씀하시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그래서 제 아내와 설경구 선배님의 아내되시는 송윤아 씨, 영화배우 박중훈 씨까지 오셔서 즐거운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모두 연예인답지 않게 소탈하시고 친근한 면면을 느낄 수 있어 좋았어요. 내년 연말에 나올 때는 더 발전돼 있는 모습 보여드릴 거라고 약속드렸는데, 그 약속 못 지키면 연락 못 드릴 것 같아요(웃음).”
12월 27일 출국 예정인 추신수는 당분간 계속해서 서울에 머물러 있어야만 한다. 시상식과 행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면 밀렸던 광고 촬영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 그러면서도 틈틈이 난치병 어린아이들과의 만남, ‘100원의 기적’ 모금을 통해 조성된 1000만 원의 후원금을 난치병 어린이들을 위한 기금으로 전달하고,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희망의 김장담그기 등 각종 선행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추신수의 진정한 휴가는 출국 후 미국에서나 가능할 것만 같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