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대표의 삼성동 자택 전경. |
2011년이 다가오면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예산안 ‘날치기’ 통과 당시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아 민주당 등 야권으로부터 유력 대권주자로서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비공식적인 박 전 대표의 모습은 차기 대권주자로서 차근차근 내일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당내 의원들과도 자주 만남을 갖고 있는 박 전 대표는 연말에도 빡빡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듯 정치행보를 강화하며 많은 이들과 교류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는 과연 자신이 사는 동네에선 어떤 ‘이웃사촌’으로 비치고 있을까. 지난 14일~15일 이틀에 걸쳐 서울 삼성동에 있는 박 전 대표의 자택 주변을 찾아가 이웃들을 만나보았다. 이웃들이 말하는 박 전 대표의 ‘사생활’은 어떠한지 박 전 대표만큼 ‘입이 무거운’ 이웃들로부터 어렵게 전해 들었다.
지난 14일 오후 2시 반쯤 박근혜 전 대표의 삼성동 자택을 찾아가 보았다. 박 전 대표의 집이 위치한 곳은 큰 길인 봉은사로에서 고작 한 블록 안쪽에 있지만 낮에도 큰 소음은 없는 조용한 동네다. 매서운 추위 때문인지 길거리에 행인은 많지 않았고 박 전 대표의 자택에도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박 전 대표의 자택 바로 뒤로는 초등학교가 붙어 있어 초등학교 후문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박 전 대표 집 앞을 지나가야만 한다. 박 전 대표 집의 뒷담이 초등학교 운동장과 바로 맞닿아 있어 집에서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노는 모습도 바로 볼 수 있을 정도다. 20여 미터 되는 골목길 끝은 학교로, 왼편으로는 박 전 대표의 집 대문이 위치해 있는 구조. 오른편으로는 아파트가 위치해 있고, 왼편 역시 7층짜리 오피스텔이 있어 박 전 대표의 집은 초등학교 운동장과 아파트, 오피스텔에 둘러싸여 있는 형국이다.
집 주변에는 세탁소와 식당, 미용실, 중국집 등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가게들도 곳곳에 있었다. 박 전 대표도 과연 동네에 있는 가게를 방문하거나 이용한 일이 있을까. 박 전 대표 집 바로 앞에 있는 한 식당의 아주머니는 “장사한 지 5년 되었지만 박근혜 전 대표의 얼굴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냥 그 집에 사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인근의 부동산중개업소 사장 역시 “아무래도 정치인의 신분이다 보니 직접 동네에 나와 이웃들과 어울리기는 어렵지 않겠나. 우리도 박 전 대표의 얼굴을 보는 것은 매스컴을 통해서다”라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박 전 대표가 식당이나 중국집 등에 직접 찾아와 식사를 하는 일은 없었지만, 박 전 대표의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간혹 근처 식당에서 밥을 시켜 먹기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배달’을 한 일은 한 번도 없었다고.
인근의 또 다른 식당 주인은 “일하는 분들도 밥을 주문해서 직접 가져가서 먹은 뒤 다시 그릇을 가져다주곤 한다. 우리가 직접 배달을 가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집에는 음식 등 집안일을 도와주는 파출부 아주머니와 경비원 정도만 집을 지킬 뿐, 운전기사와 비서진은 박 전 대표와 함께 움직이고 있다. 박 전 대표 측 설명에 따르면 파출부 아주머니도 집에서 거주하는 것이 아니라 출퇴근하고 있다고 한다.
집 주변 가게 상인들은 “박 전 대표의 얼굴을 직접 본 적이 없지만 집에서 일하는 분들은 가끔 얼굴을 본다. 모두들 사람들이 너무 좋다”고 평한다. 또 “입이 무거워 박 전 대표에 대한 얘기는 거의 하지 않는 편”이라고 전했다.
근처의 미용실 직원은 “(박 전 대표 집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가 머리를 하러 간혹 들르곤 한다”며 자신이 전해들은 박 전 대표의 ‘식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평소 건강식을 즐겨 먹는다는 박 전 대표가 잊지 않고 먹는 것 중 하나는 견과류와 블루베리라고. 땅콩, 호두, 잣 등의 견과류는 특히 피부 미용에 좋아 ‘동안’을 위한 필수 식품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박 전 대표가 나이에 비해 매끈한 피부를 유지하는 비결이 견과류 섭취에 있었던 걸까. 또한 박 전 대표는 고기류를 거의 먹지 않으며 나물 반찬을 많이 먹는데 조미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건강식 위주의 식단과 20년 가까이 꾸준히 해오고 있는 국선도를 통해 건강관리를 해오고 있는 것이다.
또 한 주민은 “아침마다 미용사가 들러 머리손질을 해준다고 들었다”는 얘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랜 동안 같은 헤어스타일을 고수해왔기 때문에 박 전 대표도 급할 때면 자신이 직접 머리를 만질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고 한다.
머리모양과 함께 종종 화제를 모으는 것 중 하나는 박 전 대표의 패션이다. 예전 한 매체에서는 박 전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입었던 옷을 모두 세어보니 수백 벌에 달한다면서 박 전 대표가 옷을 사는 데 상당한 돈을 들였을 거라고 짐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박 전 대표는 상당히 검소해 옷을 거의 사지 않는 편이라고 한다. 요즘 입는 옷들 중 상당수도 과거의 추억이 밴 옷들이라고. 퍼스트레이디를 대신하던 시절 계절별로 맞추어 두었던 옷을 수선해서 입는다는 것.
한 친박계 인사는 “가끔 옷 선물이 들어와도 주변 분들에게 나누어 주고 본인은 예전 옷들을 주로 입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5일 박 전 대표 자택 인근의 한 세탁소를 들러보았더니 “박 전 대표 댁에서 옷과 이불 등을 이곳에 맡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한 직원은 “간혹 박 전 대표의 옷을 수선하기도 한다”면서 “요즘 옷들은 없고 유행이 좀 지난 예전 맞춤 정장들이 많은데 소매나 바짓단 같은 데 수선을 간혹 맡기신다”고 설명했다. “지금 혹시 맡겨놓은 옷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박 전 대표 옷은 바로바로 찾아간다. 배달도 안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박 전 대표는 테러를 당했던 경험 때문인지 특히 보안에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자택 주변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밖에서 보이는 것만 5개였다. 이 CCTV를 통해 집 주변의 동정을 내부에서 모두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간혹 수상한 사람이 보이면 비서진이 경계태세에 들어간다고 한다. 박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아무래도 여성이고 미혼이다 보니 보안에는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근처의 한 아파트 경비원에 따르면 간혹 박 전 대표 집 앞에서 술 취한 행인들이 행패를 벌이기도 한다고. 이 경비원은 “얼마 전엔 술에 취한 행인이 술병을 박 전 대표 집 쪽으로 던지고 술주정을 하는 바람에 순찰대가 출동하기도 했다”며 “아무래도 박 전 대표의 집이 있다 보니 밤에는 물론 수시로 순찰차가 돈다. 밤에는 5분~10분 간격으로 순찰차가 다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근처 이웃들도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믿어 든든한 마음도 있다는 것.
박 전 대표는 집에 외부인을 거의 들이지 않기 때문에 여느 유력 정치인들과는 달리 집에 찾아오는 손님도 거의 없다고 한다. 지난 2002년과 2004년 두 차례 언론에 자택 내부를 공개했을 때 큰 화제를 모았을 정도로 박 전 대표의 집은 평소 ‘넘기 힘든 성벽’과 다름없다. 당시 공개되었던 박 전 대표의 집 내부는 단출한 가구에 특별한 가구나 인테리어도 없는 수수하고 평범한 모습이었다.
박 전 대표의 집에 서너 차례 방문했었다는 한 친박계 인사는 “집안에 들어서면 너무 조용해서 적막한 느낌마저 든다. 가족이 없는 박 전 대표가 혼자 지내기에 쓸쓸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가 이 집으로 이사 온 것은 지난 1990년. 올해로 꼬박 20년을 맞았다. 작은 마당이 있는 대지 484㎡(약 146평), 지하층을 포함해 317.35㎡(건평 약 96평) 규모의 2층 주택인 박 전 대표의 집은 주변 집들에 비해 다소 오래된 편이다. 1층에는 거실과 주방, 손님접견실 등이 있고 2층에는 박 전 대표가 잠을 자는 침실과 서재, 창고방이 있다. 지붕에는 여전히 예전에 사용하던 안테나가 설치돼 있을 만큼 오래된 집이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평당 3500만 원 정도에 거래될 수 있다고 하니 시세가 17억 5000만 원 선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취재 도중 박 전 대표의 집이 잘 보이는 인근에 거주하는 한 주민으로부터 “이따금씩 새벽 2~3시경의 밤늦은 시간에 박 전 대표가 외출하는 것 같더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 측 정호성 보좌관은 “그런 얘기는 금시초문이다. 한밤중에 가실 데가 어디 있겠느냐”고 답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