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주민들이 부산시의회를 찾아 청사포 해상풍력 반대시위를 갖는 모습. 사진=하용성 기자
[일요신문] “천혜의 풍경을 자랑하는 청사포 앞바다에 난데없이 흉물스러운 커다란 선풍기가 줄지어 세워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앞이 캄캄합니다”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 앞바다에 건립이 추진되는 해상풍력발전단지 사업과 관련한 논란이 점점 확산하고 있다. 공유수면 점유·사용 허가권을 가진 해운대구가 주민 동의 여부를 전제 조건으로 내건 가운데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해당 사업은 해운대구 청사포 인근 바다에 40MWh 규모의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사업자인 지윈드스카이는 해안가에서 1.2~1.5㎞ 떨어진 곳에 해수면 기준 100m 높이의 터빈 9기를 설치해 3만 5000가구의 연간 전기 사용량인 연간 10만MWh의 전기를 생산한다는 계획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해상풍력은 문재인 정부 들어 ‘그린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검토된 후 채택됐다. 이후 발전회사들이 사업추진에 본격 나서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한국남동발전이 제주도에 추진하는 탐라해상풍력과 한국남부발전이 참여키로 한 청사포해상풍력이다.
이 가운데 청사포해상풍력은 사업주체인 지윈드스카이가 부산 해운대구에 공유수면 허가를 신청하자 찬반 논의가 표면화됐다. 사업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반대의 외침이 상대적으로 더욱 거칠고 큰 상황이다.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해운대 청사포 해상풍력 반대 대책위원회(대책위)’를 구성하고 부산시청, 부산시의회, 해운대구청 등을 오가며 여러 차례 반대시위를 펼쳤다. 이들은 해운대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반대서명도 받았다. 5월 11일 현재까지 1만 3000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반대하는 이들의 논리는 명료하다. 해상풍력발전설비인 터빈이 설치되면 저주파 소음과 전자파, 도시경관 파괴, 생태계 교란 등의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대책위 핵심 관계자는 “일부 전문가는 마치 해상풍력에 대한 이해도 부족으로, 다시 말해 뭘 몰라서 무조건 사업에 반대하는 것처럼 의견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건 정말 자기중심적인 논리”라며 “저주파 소음, 전자파 영향 등은 둘째로 치고, 편안하게 바다를 조망하고 싶어 이곳에다 터전을 잡은 이에게 그러한 권리를 송두리째 뺏겠다는 것에 분개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저탄소로 설정한 방향성은 옳다고 본다. 하지만 태양광전지에서 배운 교훈을 벌써 잊은 것 같다. 국토의 산림황폐화를 목도하고도 똑같은 우를 범하려 한다. 해양을 포함한 전체 영토가 좁은 나라에 적합한 모델이 정녕 무엇인지를 다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특히 주민들은 청사포 해상풍력 사업이 문재인 정권이 추진하는 그린뉴딜 정책과 배치된다고 주장한다. 해상풍력발전은 땅에 기둥을 심는 ‘지주식’과 물위에 띄우는 ‘부유식’으로 나뉘는데, 문 정권이 부유식을 추진하고 있는 데 반해 청사포 해상풍력은 지주식이기 때문이다.
주민 반발이 이어지자 해운대구의회는 ‘청사포 해상풍력 발전사업 주민 수용성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사실상 사업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한 셈이다. 해운대구는 5월 10일 “청사포 해상풍력 사업 관련 집단 민원이 있어 주민이 동의하기 전에는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부산시와 산업통상자원부에 각각 발송했다.
지윈드스카이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저주파 소음은 물에 흡수되고, 송전선로는 지하로 매설되기 때문에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자와의 면담을 통해서는 “풍경에 대한 평가는 대단히 주관적인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지윈드스카이 측은 부산주민 우선채용 및 이익공유제 등을 내세우며 찬성 여론을 모으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와 병행해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하겠다는 뜻도 여러 채널을 통해 나타냈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