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부모들의 반란’인가. 세 멤버가 소속사 DSP엔터테인먼트에 전속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해체 수순에 돌입한 카라를 두고 국내 연예계는 물론이고 일본에서도 화제가 양산되고 있다. 일본 무대에 성공리에 진입해 인기 절정을 달리고 있다는 점, 해체 과정에 멤버들의 부모가 깊이 관여해 있다는 점 등이 동방신기의 해체 수순과 많이 닮아 있다. 일본 활동으로 수익이 급증했지만 수익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세 멤버의 부모들이 문제 제기를 한 것이지만 항간에선 이들 부모 뒤에 또 다른 연예기획사가 존재한다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사실상 해체된 동방신기가 일본에서 K-POP 열풍에 시동을 걸었다면 ‘신 한류열풍’이라 불리는 본격적인 K-POP 열풍의 주역은 단연 카라와 소녀시대다. 특히 카라는 소녀시대보다 먼저 일본 무대에 진출해 폭발적인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그동안 DSP엔터테인먼트(DSP)는 H.O.T에 대응해 젝스키스를 데뷔시킨 뒤 S.E.S-핑클, 동방신기-SS501, 소녀시대-카라 등 SM의 성공사례를 뒤따르는 행태를 보여 왔다. 그렇지만 카라를 통해 걸그룹의 일본 열풍만큼은 SM보다 먼저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지난 1월 19일 돌연 멤버 세 명(한승연 정니콜 강지영)이 소속사 DSP와의 결별을 선언하면서 카라는 해체 수순에 접어들었다. 일본 무대 진출에 성공한 뒤 멤버가 두 명과 세 명으로 갈라선 동방신기와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 게다가 멤버들의 부모들이 소속사와의 분쟁 중심에 서 있다는 부분도 유사하다. 이번에는 DSP가 SM의 실패 사례를 답습하는 셈.
지난 19일 오전 카라의 한승연, 강지영, 니콜, 구하라 등 네 멤버는 법무법인 랜드마크를 통해 DSP에 전속계약 해지, 매니지먼트 업무 중단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소속사와의 신뢰 관계가 깨졌기 때문. 멤버들이 원하지 않는 연예활동에 대한 무조건적인 강요, 인격모독, 그리고 멤버들에게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지 않은 채 맺는 각종 무단 계약 등이 그 근거다. 그렇지만 구하라가 입장을 바꿔 DSP에 가세하면서 전속계약 해지를 주장한 멤버는 셋으로 줄었다.
19일 저녁 법무법인 랜드마크는 2차 보도자료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이유를 밝혔다. 우선 (일본)소속사 ‘전속계약서’를 (카라에게) ‘일본 아티스트 등록 서류’라고 속여 서명하게 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또한 수익 분배 관련 문제점도 지적했다. “일본 매출금 가운데 일부를 DSP JAPAN의 수수료로 우선 공제한 뒤 남은 금액을 소속사와 카라한테 배분하는 부당한 배분 방법을 임의로 정했다”고 밝힌 랜드마크 측은 “일본 소속사 DSP JAPAN의 대표이사는 현 소속사의 대표이사인데 동일한 대표이사가 두 개 회사 사이의 형식적 거래를 통해 매출 일부 금액을 이중으로 공제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에 대해 DSP 측 관계자는 “오히려 수익분배를 카라에게 유리한 입장에서 정산 처리해 왔으며 배분시기도 돈이 입금되는 즉시 구성원 모두에게 동시에 배분했다”고 반박하며 인격모독에 대해서도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맞섰다. DSP는 이번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해 카라가 존속되기를 원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카라 논란의 중심에는 세 멤버의 부모가 서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니콜의 모친이 주도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니콜의 모친은 청담동에서 고급 한우전문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소속사 DSP와의 분쟁에 처음부터 참여하지 않은 박규리의 모친은 유명 성우 박소현 씨로 “지금의 카라를 키운 DSP를 믿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애초 분쟁에 참여했지만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꾼 구하라에 대해 DSP 측 관계자는 “구하라는 부모님이 연예활동에 관여하지 않아 본인의 잔류 결정에 부모도 동의했다”면서 “태국에서 귀국하자마자 관련 소식을 접한 구하라가 먼저 소속사로 찾아와 잔류 의사를 밝혔다”고 말한다.
문제는 수익 분배를 두고 소속사와 멤버들의 부모 사이에 의견 차이가 이번 논란의 핵심인지, 아니면 제3의 연예기획사가 세 멤버의 부모와 은밀히 연계돼 있느냐의 여부다.
법무법인 랜드마크는 20일 세 번째 보도자료를 통해 “카라의 멤버들과 멤버들의 부모님은 5명의 카라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라가 해체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 다만 “현재 카라의 활동이 중요한 것이지 회사는 다음 문제”라는 입장과 “카라의 멤버들과 부모들은 신뢰할 수 있는 매니지먼트 전문가를 원한다”는 요구조건을 통해 DSP와는 더욱 대립각을 세운 모양세다. 특히 ‘매니지먼트 전문가’라는 표현으로 인해 제 3의 연예관계자가 연계돼 있을 가능성까지 제기시키고 있다.
가요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번 카라 사태에도 제3의 연예관계자가 개입돼 있을 가능성이 짙다고 보고 있다. 수익 분배 등에서 DSP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다는 설과 특히, 한 거물급 연예관계자가 한 멤버의 부모가 하는 사업과 깊이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실체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도 하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 역시 “카라 세 멤버를 배후 조종하는 세력이 있다면 협회 차원에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니콜의 모친은 이런 논란이 계속되자 20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돈 때문에 자식의 인생을 도박하는 부모는 없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편 세 멤버 가운데 한 명이 입장을 바꿔 구하라처럼 DSP로 돌아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DSP가 박규리와 구하라, 그리고 추가 입장 선회 멤버를 중심으로 새 멤버 두 명을 영입해 멤버 교체를 단행할 가능성도 크다.
연예기획사들은 이런 물의를 방지하기 위해 멤버들의 부모 관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수익 배분 등과 관련된 중요 사안을 결정할 땐 멤버의 부모들과 회의를 갖곤 한다. 만약 잘나가는 연예인을 빼오려고 작업하는 기획사가 있다면 해당 연예인보다 그들의 부모를 먼저 접촉한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러다 보니 매니저들 사이에선 신인을 데뷔시킬 때 부모도 유심히 살펴야 한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