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브걸스 ‘롤린’ 시세 30배 이상 ‘껑충’…안정성 우려도
저작권을 양도받은 업체는 2016년 설립된 ‘뮤직카우’로, 세계 최초의 음원 저작권 거래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다. 실제 ‘롤린’을 비롯 △임창정-소주 한잔 △쿨-아로하 △악동뮤지션-오랜 날 오랜 밤 △빅뱅-거짓말 △태양-나만 바라봐 △이수-My Way 등 히트곡부터 인디밴드와 신인 가수의 곡까지 다양한 저작권이 거래되고 있다. 업체에 따르면 현재까지 거래된 음악은 850여 곡, 참여 아티스트는 누적 120여 명에 이른다. 누적 이용자 수는 약 45만 명이며 월 거래규모는 약 360억 원에 달한다.
음원 저작권은 신종 투자 대상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저작권은 창작자(원저작자)가 저작물에 갖는 법적 권리다. 뮤직카우는 원저작자로부터 저작권을 양도받은 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 저작권신탁사에 위탁한다. 이로써 음원에서 발생하는 저작권료를 일부 배분받는다. 양도받은 저작권은 1주씩 분할해 투자자에게 경매를 통해 제공한다. 투자자들은 저작권을 낙찰받아 시세 차익을 노려 거래하거나 매달 지급되는 저작권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주식 시장에 비유하면 기업공개(IPO) 이후 공모가로 주식을 배당받은 뒤 주가 상승 시 매도하거나 지속 보유하며 배당금을 받는 것이다.
음원의 역주행은 투자자들에게 최대 희소식이다. 낮은 금액에 샀다가 높은 금액에 팔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은 지난해 12월 종가 2만 3500원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2월 중순부터 유튜브·SNS 등을 통해 노래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고, 저작권 시세는 점차 상향해 지난 4월 17일 77만 5000원으로 고점을 찍었다. 4개월 새 시세가 30배 이상 상승한 것. SG워너비의 ‘우리의 얘기를 쓰겠소’는 지난해 7월 1만 1000원으로 낙찰된 가격이 올해 4월까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다가 SG워너비가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주목받으면서 4월 20일에는 17만 5000원까지 올랐다.
저작권 투자는 팬과 아티스트가 상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2017년 설립된 ‘레이블리’는 미발매 음반에 제작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이다. 아티스트에 대한 지지와 저작권료 수익을 동시에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뮤직카우의 경우 6일간 진행되는 경매에서 저작권의 구매가가 결정되는데, 가치 상승분의 50%는 원저작자에게 지급된다. 팬들이 직접 경매에 참여함으로써 원저작자인 가수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셈이다. 업체 관계자는 “일반 투자자는 구매가를 낮추려고 하지만 팬들의 경우 응원하는 아티스트를 위해 경매에서 일부러 고액 입찰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음원 저작권에 투자하고 있는 A 씨는 “원래 주식이나 비트코인에 관심이 있었는데 새로운 투자처를 찾다가 시작했다”며 “아티스트에게 단기적인 목돈 마련을 해줄 수 있고 더 좋은 창작물을 만드는 것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수료가 1.2%로 다소 높다”고 덧붙였다. 아이돌 가수의 팬인 B 씨는 “팬심으로 시작했다가 괜찮은 투자 수단인 것 같아 정착했다”면서도 “환매 수익이 5만 원 이상 나면 기타소득세로 22% 내야 한다는 점은 불만”이라고 말했다. 실제 저작권료 수익에 비해 거래되는 시세가 높은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롤린’의 현재가 대비 저작권료 수익률은 연 0.7% 수준이다. A 씨는 “제 경우 수익률이 초기에는 10% 이상이었는데 ‘롤린’ 이후 시세가 많이 올라 지금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음원 저작권 투자는 최근 주목받는 IP(지식재산권)금융의 한 형태다. IP금융은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거래·투자·자금 조달 등을 포괄하는 용어로, 저작권은 지식재산권에 포함된다. 특허청에 따르면 2020년 국내 IP기업이나 IP에 직접 투자한 금액은 약 2621억 원을 기록, 전년 대비 35.6% 증가했다. 정부는 2024년까지 IP 금융투자 규모를 1조 3000억 원 수준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KDB산업은행이 관련 분야에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향후 K-컬처의 세계적 인지도 확산에 따른 해외 진출이나 타문화 컨텐츠 IP로 확장 등 성장 가능성을 감안해 투자했다”며 “IP금융은 향후 음악 저작권뿐 아니라 웹소설, 웹툰 등 다양한 문화 컨텐츠 영역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IP금융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아직 부족한 편이다.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학과 교수는 “저작권 기반 비즈니스 모델의 소비자가 점차 40~50대로 확장되고 있지만, 여전히 IP금융이라고 하면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기업의 투자도 아직 미흡한 편”이라며 “벤처캐피탈과 은행 등 금융기관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신종 투자 대상으로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경환 교수는 “저작권신탁사와 플랫폼 회사 사이에 저작권이라는 자산의 가치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있다”며 “아직 법이나 제도적인 부분이 없고, 정부의 권고사항이 있긴 하지만 더 공정한 가치평가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저작권 권리가 강조되고 인정돼야 비즈니스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음원 시장 특성상 발표 뒤 3년까지는 일정 수준의 저작권료 수익이 발생하지만 이후엔 서서히 감소하는 롱 테일(Long Tail)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는 방편이라고 볼 수 있지만, 초기에 원금 이상의 수익을 거두지 못하면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 아직 금융당국의 제재나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위험 요소로 거론된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금융 거래는 무엇보다 투명성 보장이 중요하다”며 “새로운 투자 대상일수록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투자 유인을 위한 요소들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사무처장은 또 “저작권은 미래 가치가 높은 분야”라며 “다만 소비자 입장에선 원금 손실 위험에 대해 인지하고 소액 단위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성욱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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