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수당·추가수당 있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본부가 있는 UFC는 대전료에 관해 잡음이 없기로 유명하다. 대전료는 모두 공개되고, 선수별 계약(주로 4경기씩)에 따라 철저히 집행되며, 지급도 경기 후 라커룸에서 체크(수표)로 바로 이뤄진다.
UFC에서 총 6경기(1경기는 무효)를 치른 김동현은 처음 2만 달러로 시작했고, 이기면 3000달러씩 증가하는 옵션계약으로 링에 올랐다. 하지만 4경기가 되기도 전에 가능성을 인정받아 재계약을 했고, 이제는 이기면 다음 경기 대전료가 6000달러씩 오른다.
지난 1월 2일 ‘UFC 125’에서 ‘좀비’ 네이트 디아즈(미국)를 꺾을 때 김동현은 3만 5000달러를 받았다. 이 경기에서 5연승을 기록한 까닭에 5~6월로 예정되는 다음 경기에서는 4만 1000달러를 받는 것이다.
UFC는 대전료 외에 여러 가지 ‘수당’ 제도도 실시한다. 이기면 대전료만큼의 액수를 승리수당으로 제공하고, 오늘의 경기, 오늘의 서브미션 등 경기 내용에 따라 추가 수당을 받을 수 있다. 다른 수당을 제외하더라도 이기면 대전료를 두 배로 받는 셈이니 김동현은 다음 경기에서 이길 경우 최소 8만 2000달러, 즉 한국 돈으로 1억 원에 가까운 목돈을 하루에 챙기는 셈이다.
지난 1월 28일 저녁 무렵. 김동현은 친구 집들이에 참석하기 위해 대전 집을 나서 자가운전으로 용인까지 고속도로를 달렸다. 차는 4륜구동 외제차로 유명한 랜드로버였다. 1년 전쯤 중고 랜드로버를 구입했고, 혹시나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해서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기사화에 동의했다.
“1년 전만 해도 100만 원짜리 중고 경차를 끌고 다녔어요. 좀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수입 차를 산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힘들게 운동을 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일부러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저야말로 ‘백’도 없고, 인기 종목 스타플레이어 출신도 아닙니다. 그저 격투기가 좋아서 시작했고, 바닥부터 올라온 것이죠. 격투기를 잘하면 김동현처럼 저런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등 성공할 수 있다는 비전을 주고 싶은 겁니다. 그리고 둘째, 파이터는 몸이 자산입니다. 저는 비싼 옷을 사거나 술 먹는 거, 이런 사치에는 관심없습니다. 단 먹는 것, 집 그리고 차 등 생활에 직접 관련된 부분에는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튼튼한 차를 택한 건 이 때문입니다.”
김동현의 파이터 인생에서 5월 24일은 아주 의미 있는 날이다. 2006년 이날 일본의 중소격투기단체인 ‘딥’에 진출했고, 2008년에는 꿈에도 그리던 UFC 데뷔전을 치렀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2년 간 딥 시절의 수입은 무의미했다는 사실. 김동현은 “2년간 연봉이 300만 원이었어요. 7경기(6연승 후 1무)를 했는데 경기 당 100만 원을 받았죠. 1년에 세 번꼴로 경기를 했으니 연봉 300만 원인 셈이에요. 매니저 형이 하도 불쌍해 자신의 몫을 떼지 않을 정도였어요. 주목받는 한국의 격투기 기대주였지만 생활은 말이 아니었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동현은 2008년 UFC 진출 후 지금까지 2년 반 동안 약 5억 원을 벌었다. “한 5억 원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수입 구조는 대전료가 거의 대부분이고, 최근에 광고를 찍은 리복 CF모델료가 좀 도움이 됐죠. IB스포츠와의 매니지먼트 계약은 계약금이 없었고, 후원금도 팀이나 전지훈련 용도로 나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거의 없다고 봐야합니다.”
체력 위해 먹는 데 안 아껴
“올해 말이면 만 서른이 되는데 또래보다는 소득은 확실히 많죠.” 김동현의 말처럼 2년 반 동안 5억 원을 벌었다면 연봉 2억 원의 진짜 고소득자다. 하지만 파이터라는 직업의 특성상 지출이 많아 실속은 좀 떨어진다.
먼저 세금이 많다. 기본적으로 미국에서 받는 대전료 중에 30%를 세금으로 낸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세금으로 낸 돈만 해도 1억 원에 달한다. 한국에서도 고소득자인 까닭에 지역의료보험료가 한 달에 40만 원에 달한다.
또 야구 축구 농구 등 팀 스포츠와는 달리, 평소 생활 및 전지훈련에 드는 비용을 김동현이 개인적으로 충당한다. 전지훈련의 경우 함께 가는 팀원의 경우 각자 항공료만 부담하고, 현지 숙식비는 김동현이 내는 방식이다. 이렇다 보니 지출이 많아 생각보다 많은 돈을 모으지 못했다. 실제로 손에 쥔 것은 5억 원의 절반이 채 못 된다고 한다.
“평소 생활할 때는 먹는 데 쓰는 돈이 가장 많아요. 몸이 자산인 까닭에 고기도 가능한 가장 비싸고 좋은 것을 먹으려고 해요. 반면 나머지는 인색하다 싶을 정도로 돈을 아낍니다. 부산에 2억 원짜리 아파트를 7000만 원 주고, 그러니까 1억 3000만 원 정도 대출을 끼고 하나 장만했는데 그나마 시세가 조금 올라 다행입니다.”
김동현은 한 달 생활비로 300만 원 정도를 쓴다. 세금과 융자금 등으로 빠져 나가는 돈만 100만 원이 넘고, 식비, 차량유지비 등으로 150만~200만 원이 든다고 한다. 김동현은 아주 귀감이 될 만한 일도 하나 공개했다. 이번에 받은 대전료 7만 달러(약 8000만 원)를 아버지의 사업을 돕기 위해 모두 드렸다는 것이다.
“파이터는 갑자기 무직자가 될 수도 있어요. 부상당하면 끝이거든요. 2010년에도 따지고 보면 부상 등의 이유로 한 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자기관리, 돈 관리가 중요하고, 또 프로 파이터로서 돈을 버는 것은 이제부터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강자들이 즐비한 UFC 웰터급에서 이제는 확실히 톱 파이터로 자리를 잡은 까닭에 따지고 보면 김동현의 재무제표는 이제 시작인 셈이다. 그리고 그의 빼어난 그래플링 실력만큼이나 돈 관리도 제법 끈적끈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