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아닌 화가 박기웅은 자신을 ‘햇병아리’라고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이름 앞에 ‘화가’라는 칭호가 붙게 된 것은 최근 몇 달 사이의 일이다. 3월 24일 제22회 한국 회화의 위상전에서 특별상인 ‘K아트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작품 활동에 나섰으니 대중들에게 화가 박기웅이 알려진 시간은 고작 2~3개월이었다.
비교적 짧은 기간이지만 박기웅은 어느 정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그의 첫 수상작인 ‘Ego’(이고)를 포함한 초기 작품들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명품샵 갤러리 ‘럭셔리판다’에 전시됐다. 이어 6월에는 19일부터 26일까지 명동 L7호텔 버블라운지에서 그의 두 번째 전시회 ‘Ki.Park-Re:+’가 열렸다. 총 33개 작품 가운데 32개 작품이 전시 중에 완판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이 쏠렸다.
“그림을 판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구매하신 분이 진짜 그 그림을 좋아하고, 또 작가와 (작품을 통해) 소통할 수 있었으니까 그 그림을 골라서 구입하는 거잖아요. 심지어 제 그림은 그렇게 재테크 가치가 없을 것 같은데(웃음), 그런데도 구매하신다는 것 자체가 감개무량하고 너무 기분이 이상해요. 아, 좀 더 잘 그렸어야 했는데… 그런 생각도 들고(웃음). 더 열심히 발전해 나가야겠다 싶죠.”

“아주 엄청난 크리틱(비평)을 하고 갔어요(웃음). 그래도 그 친구들이 ‘실력이 빨리 는다’ ‘작업량이 어마어마하다’면서 ‘네가 정말 열심히 하는 것 같다’고 말해준 게 너무 기뻤고 또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어요. 제가 노력하고 있다는 걸 인정받는 칭찬이 무엇보다 좋거든요. 감동이었죠. 배우 친구들도 전시회를 보고 갔는데 제 작품 중에 ‘스포트라이트’라는 작품에 공감을 많이 해줬어요. 스포트라이트 아래 갇힌 우리 배우들의 자화상 같은 모습에 많이 공감이 갔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기뻤어요.”
박기웅은 ‘사람’을 그린다.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그림을 놓아본 적이 없다는 그의 작품에는 나이도, 생김새도 제각각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방향에 시선을 둔 채 잠겨있다. 모티브는 그대로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하고 있는 점이 있다면 실사적이었던 색채가 과감함을 띠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인물 그 자체가 가질 수 있는 이미지와 반대되는 추상을 더하면서 해석의 틀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제겐 아직 대단한 세계관이 없어요. 그저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거죠. 감정 그 자체와 감정에 따른 메시지를 표현하고자 하는데 그 매개가 인물이에요. 제가 원래 인물을 좋아하고, 배우 데뷔 전에 입시미술학원 강사 일을 할 때 소묘 강사였거든요. 인물을 가르치는 사람이었던 거죠. 또 배우 생활을 하면서 아무래도 직업 특성상 보통 분들보다 인물을 많이 살펴보며 연기를 해 왔잖아요. 그래서 좀 더 디테일하게 (인물화를) 그릴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

“연기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시야가 마니악해질 때가 있어요. 15년차 이상인 친구들끼리 모여서 항상 하는 얘기가 그거예요. 우리가 오래 활동하면서 변해가더라도 가장 대중적인 시선을 유지하자고. 가끔 사람들이 예술에 대해서 비판을 할 때 이런 말들을 하시더라고요. ‘넌 보는 방식이 틀렸어, 제대로 하려면 공부를 해야 해.’ 물론 그 말도 맞는 말이에요. 하지만 그런 비판을 강요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대중예술은 즐기는 사람들의 것이거든요. 예술의 어떤 장르가 됐든 즐기는 데 남의 잣대를 맞추면 그건 즐기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즐기는 분들이 주체가 됐으면 해요.”
박기웅은 7월에 열릴 단체전을 준비 중이다. 새로운 작품 활동을 위해 자는 시간도 줄여 가며 작업에 한창이다. 여기에 현재 촬영 중인 웨이브 드라마 ‘유 레이즈 미 업’까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다. 화가로서의 박기웅도 좋지만 배우로서 그의 활동도 여전히 기다리고 있는 팬들을 위해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물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연기와 그림 모두 꼭 병행하고 싶어요. 그 둘은 굉장히 합이 잘 맞거든요. 연기는 종합예술의 개념이어서 사람들의 공동 작업이다 보니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어요. 하지만 그만큼 우연치 않게 잘 맞아서 오는 희열도 굉장하죠. 그림은 혼자 조용히 제가 전지전능한 1인이 되는 직업이라 두 예술의 합이 잘 맞는 것 같아요. 가능하면 꼭 병행하고 싶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