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년을 이어온 대회인 만큼 이야깃거리도 풍성하다. GS칼텍스배는 그동안 이창호, 이세돌, 박정환 등 가히 최고라 불릴 만한 기사들을 우승자로 배출해냈다. 다만 1996년 시작됐음에도 ‘바둑황제’ 조훈현 9단이 단 한 번도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한 것은 신기하다. 조훈현 9단은 1996년 제1회 대회에서 결승에 올랐지만 유창혁에게 2-3으로 패하면서 타이틀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 후로는 단 한 차례도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최다 우승 기록은 ‘돌부처’ 이창호 9단이 가지고 있다. 이창호 9단은 통산 5회(2기, 3기, 6기, 8기, 9기) 우승을 차지했다. 1997년에 2회 대회에서 최명훈 9단과의 결승 5번기에서 3-0으로 승리하며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고, 이어진 3회 대회에서도 다시 만난 최명훈을 3-0으로 꺾고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 9단은 이후에도 박영훈, 최명훈, 조한승을 차례로 3-0으로 격파하면서 전성기 이창호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를 확인시켜줬다. 결승전 15승 무패는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한국바둑 향후 20년은 먹여 살릴 것’, ‘한국바둑의 미래’라고 불리며 촉망받던 신진서의 결승 상대는 또 한 명의 레전드 이세돌 9단이었다. 당시 이세돌은 2016년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1-4로 패하기는 했지만 전 세계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줬고, 당시 세계랭킹 1위라고 평가받던 중국 커제 9단과의 제주 해비치 대국에서 승리하는 등 여전히 전성기에 못지않은 실력을 보여주던 시기였다.
그에 비해 18세 신진서는 이세돌에 비해 아직 존재감이 없어보였다. 그래서 모두가 이세돌 9단의 압도적 우세를 예상한 것은 당연해보였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신구(新舊)를 대표하는 두 기사는 마지막까지 치열한 접전을 펼치며 자신의 진영에서 물러설 뜻이 없음을 보여줬다. 결승 1·3국은 신진서가, 2·4국은 이세돌이 가져간 가운데 최종 5국이 열렸는데 결국 신진서가 승리하면서 바둑계에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랭킹 1위 기전에서 이세돌을 뿌리치고 역사적인 승리를 거둔 신진서는 이후 두 번 더 GS칼텍스배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서 일인자 위치를 공고히 했다.

김지석은 25일 안성준과의 대국에서 승리한 후 가진 인터뷰에서 “신진서 9단이 강하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다(웃음). 솔직히 말해 목표를 우승으로 한다면 신진서 9단과 결승에서 만나 5번기를 두어 세 판을 이기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면서 “그렇지만 준결승전은 단판승부이기 때문에 충분히 내게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신진서 9단에게 세 번째 도전하는 마음으로 준결승전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둘 간의 상대 전적은 신진서가 현재 9연승 포함, 11승4패. 하지만 김 9단의 이야기대로 단판승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과연 올해 대회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 중 278명이 참가한 전체 예선전, 시드 5명이 합류한 본선 24강 토너먼트, 결승 5번기의 단계로 진행하는 제26기 GS칼텍스배의 우승상금은 7000만 원이다.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에 1분 초읽기 1회만이 주어진다.
유경춘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