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이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이글스 |
일본 오키나와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A 팀은 12억 원을 썼다. 선수와 코치진 여기다 프런트를 포함 70명의 인원이 한꺼번에 오키나와로 이동한 A 팀은 항공료와 교통비로만 1억 5000만 원을 지출했다. 교통비엔 구단 버스 3대와 단장, 감독이 사용하는 자가용과 미니버스 대여비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숙박과 식대다. A 팀은 오키나와에서도 알아주는 고급 호텔에 묵었다. 창문을 열면 바로 바다가 보이는 별 다섯 개짜리 호텔이었다. 하지만 경관 때문에 이 호텔을 고른 건 아니었다. 훈련 구장과 가깝기 때문이었다.
A 구단은 감독과 일부 선참 선수를 제외하고 예산절감 차원에서 2인 1실을 쓰도록 했다. 하지만, 아끼고 아껴도 숙박비로 4억 원을 지출했다. 식대도 무시할 수 없었다. A 구단의 아침식사 장소는 호텔 지하 뷔페였다. 점심은 구장에서 라면과 우동, 김밥 등으로 해결했다. 저녁은 다시 호텔 지하 뷔페에서 먹었다. 국내 호텔 뷔페보다 다소 저렴했지만 혈기왕성한 선수들의 식욕은 끝이 없었다. A 구단의 관계자는 “기본 식대만 2억 5000만 원이 나왔고, 야식비와 간식비까지 합치면 3억 원이 훌쩍 넘었다”고 귀띔했다.
지출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A 구단은 각종 야구 장비 대여와 구장사용료로 1억 원가량을 썼다. 세탁비로만 5000만 원이 나왔다. 여기다 선수단 격려비와 인스트럭터 초청에 2억 원가량이 나갔다.
C 팀의 운영팀장은 “원체 부자구단으로 소문난 A 구단이기에 12억 원을 썼지, 일본에 캠프를 차린 다른 구단의 경비는 대개 8억 원에서 10억 원 사이”라고 말했다.
대폭적인 경비 삭감은 선수단의 사기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B 구단이었다.
지난해 B 구단은 미국과 일본에 각각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구단 사장이 일본을 방문해 선수단을 격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격려금이 문제였다. 당시 구단 사장이 운영팀장에게 주고 간 격려금이 선수당 2만 엔 정도에 불과했던 것이다. 당시 선수들은 “다른 팀 격려금의 10분 1도 되지 않는다. 돈을 모아 되돌려주고 싶은 마음”이라며 볼멘소릴 냈다.
일본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구단들은 ‘엔고’ 압력에 시달렸다. 7개 구단 운영팀장들은 “엔화 강세가 이어지다 보니 3~4년 전보다 지출 폭이 훨씬 커졌다”고 울상을 지었다.
넥센만이 유일하게 엔고 압력에서 벗어났다. 미국에 스프링캠프를 차렸기 때문이다. 넥센은 1월 말부터 3월 초까지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 피터스버그에서 훈련했다. 넥센과 플로리다는 인연이 깊다. 넥센의 전신인 현대 시절부터 플로리다를 전훈지로 삼은 까닭이다. 그러나 넥센과 현대는 급이 다르다. 그래서일까. 넥센이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하겠다고 발표하자 많은 야구관계자가 “돈이 어디서 나 미국에 가느냐”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실제로 왕복항공료만 200만 원이 넘는다. 넥센 관계자는 “70명의 인원과 왕복 수화물까지 포함해 항공료로만 2억 원을 썼다”고 말했다.
하지만, 항공료를 제외하면 다른 경비는 일본보다 훨씬 저렴하다. 대표적인 예가 숙박비와 운동장 사용료다. 넥센은 53일간 숙박비로 15만 달러(약 1억 7000만 원)를 지출했다. 2인 1실의 경우 60달러, 1인 1실은 50달러였다. 일본 호텔비보다 2배나 저렴했다.
넥센이 훈련 구장으로 사용한 ‘월터퓨즈 콤플렉스’는 천연구장 4면으로 이뤄진 종합 야구장이었다. 2년 전까지 메이저리그팀 탬파베이 레이스가 사용했을 만큼 구장 환경과 상태가 최상이다. 넥센 선수들은 4면의 야구장에서 투구, 수비, 공격, 주루 등의 다채로운 훈련을 동시에 소화했다. 반면 일본 캠프지의 국내 구단들은 구장 한 곳에서 모든 훈련을 소화해야 했다. 시간대비 훈련 효과가 넥센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월터퓨즈 콤플렉스’의 하루 사용료는 우리 돈으로 73만 원에 불과했다. 여기다 구단 버스와 세탁비마저 무료였다.
넥센 관계자는 “스프링캠프 기간에 총 6억 3000만 원가량을 썼다”며 “일본 캠프지에 비해 저렴하면서도 더 좋은 환경에서 훈련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스프링캠프의 최대 단점으로 꼽혔던 연습경기 미소화도 이번엔 예외였다. 넥센은 네덜란드, 캐나다 대표팀과 미국 대학팀을 상대로 6번의 연습경기를 치렀다. 스프링캠프 막바지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마이너리그 연합팀과도 평가전을 가졌다. 일본이었다면 연습경기 때도 돈이 들었겠지만, 미국에선 10원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에서 온 프로팀’이란 소문이 퍼져 귀빈 대접을 받았다.
이처럼 넥센이 ‘저비용 고효율’의 전지훈련을 할 수 있었던 건 시의 도움이 컸다. 세인트 피터스버그시는 넥센의 스프링캠프 유치를 위해 많은 지원을 약속했다. 실제로 호텔비와 구장 사용료를 저렴하게 이용한 것도 시가 보조금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 수지타산을 매긴다면 넥센이야말로 돈은 적게 쓰고, 대접은 융성하게 받은 스프링캠프 최대 흑자 구단일 것이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