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국 메이저리그 사진전문기자 |
전 팔꿈치가 나아지고 있으니 경기를 뛰면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겠다는 주장이고, 팀에선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가급적 쉬면서 컨디션을 회복하라고 얘기합니다. 전 몸 상태가 정확히 어떤지를 빨리 알고 싶은데, 팀에선 별로 걱정하지 않는 눈치예요. 이미 팀 주치의를 통해 제 팔꿈치에 대해 얘기를 들은 코칭스태프는 그 증상이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는 것 같아요.
오늘(3월 12일 한국시간) 시범경기에서 2루타를 치기도 했는데 안타나 홈런보다는 송구할 때 통증이 있는지, 없는지가 더 크게 다가와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산’을 넘었다고 생각하면 또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고, 더 이상 힘든 숙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 또 다른 숙제가 주어지는 게 우리네 인생인 것 같습니다.
클리블랜드 선수들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올 시즌 우리 팀에 베테랑 선수 올란도 카브레라가 합류했다는 사실을 다 알고 계실 겁니다. 선수단 합류 이후 그 선수와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라커룸이 제 옆의 옆이거든요. 새로운 팀이지만 베테랑 선수답게 팀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더라고요. 선수들한테 편하게 다가가는 법도 알고, 클럽하우스 내에서의 행동도 절대 튀지 않았습니다. 특히 훈련할 때 어느 선수보다 파이팅이 넘치고,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진지함 그 자체였습니다. 그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면서 그가 클리블랜드 선수가 되었다는 사실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더라고요.
어쩌면 그동안 전, 뭔가 자극받을 존재가 필요했는지도 모릅니다. 팀의 주축선수, 붙박이 3번타자, 클리블랜드를 가장 빛낼 선수…. 이런 타이틀이 붙는 데 대해 무한한 감사를 느끼면서도, 제가 닮고 싶어 하고, 배우고 싶어 하고, 따라가고 싶어 하는, 야구 잘하는 선배를 기다렸던 거죠. 그 대상이 올란도 카브레라입니다. 그래디 사이즈모어, 카를로스 산타나, 트래비스 해프너의 복귀와 함께 올란도 카브레라까지 장착된 클리블랜드의 올 시즌, 기대해볼 만하지 않나요?
아, 투수층이 불안하다고요? 이 또한 조금 여유롭게 지켜봐주세요. 시범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거든요. 지금은 모든 걸 준비하고 시험해 보는 단계니까 투수층도 지난 시즌보다는 훨씬 탄탄한 실력을 갖췄다고 믿어요. 믿고 가야죠. 동료가 동료를 믿지 못하면 누가 믿어주겠어요. 많은 선수들이 올 시즌 제 성적이 지난 시즌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 것처럼 말이죠.
애리조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