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1R에서 15번홀 파세이브후 인사하는 김자영. 사진제공=KLPGA |
소속 선수가 투자 대비 확실한 수익률을 가져다준 회사가 또 있다. 주방용품 업체 ‘넵스’다. 골프를 좀 아는 사람들은 지금 이 회사가 매우 익숙해졌을 것이다. 프로 입문 후 3승을 기록하고 있는 국내 여자 투어의 블루칩 양수진(20)이 이 회사 소속이기 때문이다.
양수진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귀엽고 앳된 용모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선수가 이 회사에 한 명 더 소속되어 있다. 올해 창간된 KLPGA 잡지의 표지 모델이 된 김자영(20)이 넵스 소속이다. 골프전문잡지 <골프 다이제스트>의 표현에 의하면, 그녀는 골프 치는 ‘삼촌들의 로망’이란다. 워낙 빼어난 외모를 지니고 있고 우승권에도 심심찮게 진입하기 때문이다. 김자영이 넵스와 인연을 맺자, 계약에 실패한 모 회사의 대표가 심한 가슴앓이를 했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다.
그렇다면 과연 대박 신화만 존재할까?
작년 8월에 있었던 하이원 여자골프 대회 때의 일이 아직도 머릿속에 깊이 남아있다. 하이원은 골프장의 클럽하우스와 호텔이 한 건물로 운용되기 때문에, 호텔에서 내려오면 바로 클럽하우스다. 대회 둘째 날, 아침 겸 점심 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부스스한 산발 머리에 거의 잠옷 수준의 헐렁한 면티, 슬리퍼를 신은 누군가가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잠시 후 주변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알 만한 A 선수였다.
스타플레이어! 워낙 화려한 외모를 자랑하는 그녀라 그러한 모습으로 클럽하우스에 나타날 줄 상상도 못했다. 더군다나 대회 중간이었다. 약 한 시간 후, 티업을 해야 하는 선수였다. 아무리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곧 경기를 치러야 하는 선수가 자다 일어난 모습으로 대회가 열리는 클럽하우스에 등장한 것 자체가 놀라웠다. 더군다나 그녀는 조금도 서두르는 기색이 없었다.
그때 내가 머릿속에 떠오른 대상은 그녀의 스폰서 회사였다. 거액을 주고 영입한 것으로 언론에서 떠들썩하게 다뤘기 때문이다. 분명 유명세와 외모가 한몫했던 측면이 컸을 것이다. 든든한 스폰서 때문에 투어 생활을 너무 여유 있게 생각했을까? 20대 청춘이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 간밤에 긴장을 푼 걸까? 아무리 이해해 보려 해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회사 행사보다는 시합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해주는 사장을 만나는 것도 큰 복일 것이다. 돈과 홍보로만 엮여진 관계라면 오래가진 못할 것이다. 스폰서와 선수를 보면서 느끼는 게 많다. 골프는 인생과 참 많이 닮았다.
SBS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