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박주영 영국행 루머
▲ 박주영이 이적을 앞두고 많은 클럽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지난 4일 한국 축구대표팀과 세르비아와의 친선 경기에서 골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당연히 이적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 박주영의 모습은 큰 축복을 받는다. 오히려 “국내 최고 스트라이커가 2부 리그에 남아서는 안 된다. 이적은 당연한 선택”이란 반응이 주류다.
현재 시점에서 크게 박주영의 행보는 두 갈래로 나뉜다. 이탈리아 세리에A,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등 굵직한 리그들이 있지만 세간에서는 박주영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나 프랑스 잔류를 택할 것이라 전망한다. 영국과 프랑스 스포츠 미디어들도 박주영의 소식을 다루면서 자국 리그로 옮기거나(영국) 혹은 남아있으리라(프랑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적어도 이적 루머가 나올 때마다 존재해온 ‘사실무근’이란 얘기는 들려오지 않는다. 박주영 역시 “아직 이적에 대해 들은 것이 없다”고 했지만 “결코 이적을 추진한 적이 없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최종 정착지와 행보에 대해 입만 닫았을 뿐이다.
자의 반, 타의 반 수많은 클럽들의 강력한 러브콜에 휩싸였다. 프리미어리그 명문 클럽 리버풀FC를 비롯해 이청용이 속한 볼턴 원더러스, 에버턴, 애스턴 빌라, 풀럼FC 등에 이어 토트넘 홋스퍼까지 줄을 잇는다. 특히 볼턴의 경우, 구단 스카우트 측에서 직접 이청용에게 “박주영에 대해 잘 알고 있느냐”고 물어볼 정도로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했을 정도이다.
몸값 문제도 꽤 구체적이다. 당연히 AS모나코와 계약 기간이 남은 터라 이적료는 분명 발생한다. 조광래호가 세르비아-가나로 이어지는 2차례 A매치 시리즈를 소화하기 위해 소집됐을 때 만난 박주영의 측근은 “계약 조건과 선수의 가치 척도에 따라 박주영이 AS모나코를 떠나기 위해 지불해야 할 이적료는 약 600만 유로(한화 약 94억 원) 선”이라고 했다.
그러나 변수도 있다. 600만 유로라는 기준은 어디까지나 AS모나코가 1부 리그에 잔류했을 때의 상황이다. 2부 리그로 강등됐으니 이보다 낮은 금액에 이적할 공산이 높다. 이 측근 또한 “금액이 다소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흥미로운 한 가지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박주영의 가치와 거의 근접한 금액을 제시한 클럽이 나온 것. 토트넘이 약 530만 파운드(약 93억 원)에 박주영의 영입을 검토 중이라는 영국 현지 언론 보도가 지난주 전해졌다. 현재 전 에이전트와 결별한 박주영은 남은 국내 측근 외에 해외 파트너를 따로 구해 이적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해외 파트너가 토트넘과 협상에 이미 돌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토트넘은 박주영이 가장 희망하고 있는 조건과도 상당히 부합한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리그에 다음 시즌에 출전하는 토트넘은 런던에 연고를 두고 있어 여러모로 나쁜 선택이 아니다. 더욱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최고의 왼쪽 풀백 이영표(알 힐랄)가 몸 담았기에 전혀 생소하지 않다.
복수의 에이전트들에 따르면 볼턴은 ‘관심’ 이상은 줄 수 없다는 게 정설이다. 이미 볼턴이 이청용을 보유했는데, 1군 스쿼드의 한 자리를 또 다시 한국 선수에게 주는 것은 솔직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애스턴 빌라와 풀럼은 뚜렷한 장점을 갖고 있지 못해 딱히 매력적이지 않다.
이에 반해 리버풀은 좀 더 신빙성이 있다. 오히려 솔직한 편이다. 리버풀은 “아시아 축구 시장 개척에 관심이 있다”고 공식화했다. 최근 K리그 유소년 축구와 교류를 위해 방한했던 리버풀 홍보대사이자 레전드 출신 이안 러시는 “단순히 마케팅에 의존해 선수를 뽑는 일은 없다”고 하면서도 “분명 그 점(마케팅)이 전혀 ‘No’라고 답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리버풀도 자금 사정이 나쁘지 않은 데다 작년 이맘 때 박주영의 영입설이 불거졌을 때에 흘러나온 이적료는 800만 파운드로 토트넘이 이번에 제시했다는 금액보다 많다.
하지만 일종의 걸림돌이 있다. 항상 나오는 군 문제다. 현재 박주영이 병역 혜택을 받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내년 런던올림픽 메달 확보가 거의 유일하게 남은 기회지만 새로이 정착하게 될 클럽이 박주영의 올림픽 출전을 허락할지의 여부는 확실치 않다.
일단 박주영의 측근은 “최대한 연기할 수 있는 만큼 하겠다”고 선언했다. 만에 하나 군에 입대한다면 K리그 유일의 군 팀인 상주 상무보다는 경찰청에 무게가 실려 있는 발언이다.
#환영 못받는 지동원
완전히 실력이 검증됐고, 유럽 무대에서 통할 만한 기량을 갖췄다고 판단되는 박주영과는 조금 다른 입장에 놓인 지동원이다. 어디까지나 현 시점에서 보면 지동원은 유망주를 조금 넘어선 ‘우량주’ 정도다. 물론 본인은 강력하게 해외 진출을 희망했다.
지동원에게 관심을 표명했던 팀들은 EPL 선덜랜드와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이 있었다. 여기에 1월 카타르 아시안컵 당시 카타르에서 만난 유럽 클럽 스카우트가 귀띔해준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엘 레버쿠젠을 지동원의 이적 가능 범위에 넣을 수 있다. 사실 아시안컵 도중 레버쿠젠의 관심이 처음 보도됐을 때 지동원의 에이전트도 굳이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동원의 가치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지동원은 전남과 재계약을 하면서 일종의 바이아웃을 설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단-선수 간 상호 합의된 이적료만 충족되면 구단 동의 없이 해외 진출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바이아웃이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으로 책정돼 있다면 어떨까? 대략 70만 달러(약 7억 5000만 원)였는데 축구계는 충격이라는 반응을 내보였다. 일각에선 전남이 예상보다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인 지동원을 붙잡기 위해 재계약 조건으로 연봉과 부대조건을 제대로 채워주지 못한 대신,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의미라는 해석도 내놓았다.
선덜랜드는 지동원에게 100만 달러(약 11억 원)를 이적료로 제시한 뒤 130만 달러가량에 합의했다. 전남과 약속했다는 바이아웃은 상회하지만 솔직히 지동원이 한국 축구의 차세대 스타라는 사실을 전제할 때 쉬이 동조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전남은 그들이 가장 자랑하는 유스 시스템이 만들어낸 최고의 스타 지동원의 가치를 최소 350만 달러 이상으로 여겼다. 많게는 500만 달러 수준이다. 축구인들 상당수도 “한 번 몸값을 낮게 받으면 이후에도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며 헐값에 전남을 떠나려는 지동원의 선택에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주변 정황도 좋지 않았다. 영국 언론들은 지동원이 선덜랜드에 안착하더라도 주로 벤치에 앉혀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청용이 볼턴으로 떠날 때 200만 파운드(2009년 기준 45억 원)를, 기성용은 200만 유로(2009년 약 40억 원)를 이적료로 받았다. 전남이 희망했던 350만 달러도 아주 높은 금액은 아니다.
지동원 측은 “이청용과 기성용을 직접 지동원과 비교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난색을 표명했지만 100만 달러는 너무 낮았다. 지동원의 에이전트가 지동원과 오는 10월 계약이 만료돼 ‘할 일은 한다’는 걸 지동원 측에 알리기 위해 일부러 외부(언론)에 정보를 흘렸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여기서 아시안컵 시점으로 시계를 되돌릴 필요가 있다. 레버쿠젠 영입 리스트에 지동원이 올랐을 때 나온 지동원의 가치는 약 150만 달러, 당시 환율로 16억 8000만 원이었다. 대회 개막에 앞서 독일의 축구 이적시장 전문 사이트 ‘트랜스퍼 마르크트’도 지동원의 예상 몸값으로 90만 유로(약 13억 7000만 원)를 내놓았다.
분명한 점은 선덜랜드가 처음 제시했다는 100만 달러로는 지동원에 대한 축구계의 기대치와 눈높이를 채워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