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지부·지회 만들어 노조가입 불가능한 사업자 규합 통로 이용…“노조가 약자 아닌 기득권 보호” 지적
양대 노총이 노동시장의 제왕으로 군림하게 된 근원지는 울산으로 지목된다. 지난 2016년도부터 시작해 울산을 기점으로 싹이 튼 후 부산·경남으로 퍼지고, 다시 전국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파장이 컸던 울산 레미콘 공급 중단 사태다. 당시 건설사들이 백기를 들면서 양대 노총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이다.
이후 건설사들이 현장을 만들면 하루는 민주노총, 또 다른 하루는 한국노총이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시민의 안전과 안락한 생활을 파괴하려고 드는 경우가 지금도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발판을 만들어 준 곳이 바로 고용노동부라는 비판이 나온다. 노조법을 관장하는 고용노동부의 안이한 행정이 양대 노총에 면죄부를 줘 이 같은 상황을 초래했다는 지적인 것이다.
현행 노조법에는 분명히 사업자는 노조원으로 가입이 불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양대 노총은 전국건설기계조합이라는 노동조합을 만든 후 다단계로 산별노조지부·지회를 조직해 사업자를 규합하는 통로로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수차례 지적해도 고용노동부는 요지부동이다. 고용노동부가 묵인하는 동안 건설시장은 양대 노총의 놀이터로 전락하고 말았다.
건설사와 건설관련 직종이 양대 노총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사례는 이제 차고 넘친다. 양대 노총이 레미콘업체에 납품중단을 지시하면 곧바로 중단되고, 건설기계 작업도 마찬가지다. 타워크레인의 월례비를 안주면 역시 작업을 중단한다. 만일 건설사가 양대 노총 말을 거역하면 현장 전체 및 인근 현장까지 작업을 중단시킨다. 노동단체가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 건설업계 최상위 포식자가 된 셈이다.
최근 만민토론회 운영위 주최로 열린 ‘끝없는 타락 노동운동, 해묵은 숙제 노동개혁’ 토론회에서 민주노총 출범 당시 산파 역할을 했던 김준용 사무총장을 비롯한 노동계 인사들이 민주노총을 향해 “양아치 같은 노동귀족 주사파”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한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전태일 정신은 온데 간데가 없다”며 “민주노총은 표를 주고 정치권의 운동권 출신 기득권은 민주노총에 특권을 비롯해 입법·일자리를 제공하며 철의 카르텔을 맺었다”고 직격했다.
노동단체가 무조건적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쟁취하는 것은 아니다. 울산시 북항 대우건설 현장은 노동단체의 요구에 강력히 대처해 민주노총이 약 48일간의 농성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바를 얻지 못했다. 건설사의 약점을 잘 알고 있는 노동단체이지만, 이들에 대한 강력 대응만이 건설사가 마지막으로 취할 마지막 보루임을 나타낸 사례인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이와 관련 “쟁의행위가 (근로조건의 유지 및 향상이 아닌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요구사항의 관철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노조법의 규제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고용노동부의 모호한 논리 때문에 지금도 건설현장 입구에는 사업자가 노조원으로 위장 가입해 이권을 챙기고 있다.
노조법에는 사업자가 노동조합에 노조원으로 가입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다. 사업자단체가 노동조합 설립 신고를 하면 반려하면서 편법으로 가입한 노동조합에 대한 감사 및 형사 고발을 꺼리는 것이 지금의 노동시장을 엉망으로 만든 주된 요인이라는 지적에도 방점이 찍힌다.
한국노동경제학회장을 지낸 김태기 전 단국대 교수는 “노조는 사회적 약자와 임금 못 받은 사람들을 지키고자 만든 것인데 지금은 힘 있는 사람, 사회적 강자, 고임금·고용보호 받는 사람들의 자리 지킴용이 됐다”고 성토했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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