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더 오래 사용한 ‘수송대’로 바꿀 것” vs 거창군 “잘 쓰고 있는데, 혼란만 초래” 반발
문화재청은 “관계 전문가의 검토와 자문회의를 거쳐 거창 수승대를 수송대로 명칭으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문화재청이 이처럼 명칭 변경에 나선 것은 해당 절경지가 수승대보다 수송대라는 이름으로 사용된 기간이 더욱 길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의 문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수승대로 이름이 사용된 시기는 조선중기인 1543년 이후다. 수송대는 삼국시대부터 ‘수송대’, ‘수송암’으로 사용돼 상대적으로 명칭 사용시기가 오래됐다.
특히 문화재청은 이 같은 내용을 확실히 뒷받침하고자 전국 명승과 별서정원(전원이나 산속에 지은 정원)을 대상으로 역사성 고증작업을 펼친 후 그 결과도 함께 공개했다.
공개 결과 수승대 명칭은 퇴계 이황이 지은 한시 ‘수승대에 부치다(寄題搜勝臺)’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송대라는 이름의 유래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거창군 일대가 백제에 속했을 당시 국력이 약했던 백제가 상대적으로 강한 신라로 사신을 보내는 일이 잦았는데, 신라로 간 백제 사신 가운데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국경지대에 있던 해당 명승지를 ‘근심 수(愁)’와 ‘보낼 송(送)’을 사용해 수송대로 불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재청은 고증을 통해 수송대라는 이름이 삼국시대부터 유래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명칭을 변경키로 결정했다. 10월 5일까지로 예정된 예고 기간에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 이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거창군과 지역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거창군은 정부의 일방적인 명칭 변경 추진은 철회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행정적·지역적 제반 여건 등이 고려되지 않아 혼란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표했다. 거창군은 문화재청 예고기간 내에 유관기관 간담회 개최 등을 통해 반대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거창군청 고위 간부는 “수송대에서 수승대로 바뀌어 불린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라며 “아무런 문제없이 잘 쓰고 있는 수승대의 이름을 단지 역사적으로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변경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나섰다. 국민의힘 김태호 국회의원은 9월 10일 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 개막식에 참석한 김부겸 국무총리와 별도로 만나 문화재청의 ‘거창 수승대 명칭 변경 반대’를 건의했다.
김태호 의원은 이날 “문화재청이 거창 ‘수승대’를 역사적 연원이 오래된 명칭이라는 이유로 ‘수송대’로 바꾸려는 것은 거창군과 지역주민들의 의견수렴이나 협의 과정 없이 일방적인 계획”이라며 “지역의 혼란과 파장이 큰 사안인 만큼 분명히 반대한다”고 전했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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