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 최대 규모의 남미륵사 거대 불상 ‘아미타부처’. |
전남 강진은 백련사와 무위사 등으로 잘 알려진 민중불교의 고장이다. 강진만 서쪽 깊숙한 곳에 자리한 백련사에서는 원묘국사(1163~1245)에 의해 귀족 중심의 불교를 서민과 함께 공유하자는 운동이 일어났다. 그게 바로 백련결사다. 이 사찰은 동백숲과 함께 숲길로 연결된 다산초당 때문에 오늘날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월출산 기슭에 앉아 있는 무위사는 왜구의 침탈로 인해 정신과 신체 모두 피폐했던 강진사람들을 위로하는 수륙재를 열었던 곳이다. 무위사는 극락전의 벽화가 유명하다. 극락전은 국보로, 벽화들은 보물로 지정돼 있다. 백련사와 무위사 모두 신라시대 창건된 고찰이다.
반면, 지금 소개되는 남미륵사는 1980년 세워진 사찰이다. 기껏해야 그 역사가 30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찰이 주목받는 이유는 불상 덕분이다.
미륵대종 총본산인 남미륵사는 군동면 풍동마을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남미륵사에는 특별한 불상이 하나 있다. 바로 동양 최대 규모의 아미타부처다. 그 크기가 얼마나 대단하냐면 그 키가 무려 36m로 건물로 따진다면 12층까지 쌓아올린 아파트 높이다. 이 불상은 둘레가 45m, 무게가 370톤에 달한다. 연꽃모양 좌대높이도 5.6m나 된다. 가히 상상할 수 없는 크기다. 강진이 도시처럼 높은 건물이 있는 곳이 아닌 까닭에 이 불상은 멀리서도 눈에 띈다. 황금 옷을 입은 우람한 불상이 강진의 랜드마크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거대불상 외에도 남미륵사에는 볼거리가 많다. 이 사찰은 이색적인 불교 조각품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곳곳에 특이한 형태의 건물과 탑을 비롯해 불상들이 널려 있다. 2만 부처를 봉안하는 2만불전을 비롯해 국내 최대 규모의 33관음전, 13층으로 쌓은 탑 등 어느 것 하나 눈길 가지 않는 것이 없다. 다만 그것에서 격조를 찾기는 어렵다.
찬찬히 남미륵사를 살펴보자면, 불이문을 지나면 일주문까지 수많은 법사들이 도열한 철쭉꽃길이다. 일주문을 통과한 후 쌍계루를 지나 대웅전 앞 광장으로 든다. 13층석탑이 마당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다. 대웅전 안에는 석가모니 삼존불과 누워 있는 와불, 금동으로 조각된 탱화, 천수보살이 있다. 명부전과 용왕전 등 대웅전 주변의 건물에도 조각품들로 넘친다.
남미륵사의 거대 불상은 대웅전에서 왼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나온다. 황동으로 만든 불상은 햇빛을 받아 은은히 빛난다. 불상 앞에는 뾰족 솟은 두 개의 탑이 있고 여러 작은 부처 불상들이 주위를 두르고 있다. 특별한 불상과 조각품들 때문에 강진의 여행명소가 됐지만, 종교를 떠나서 남미륵사를 찾을 때는 ‘자비’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문의: 남미륵사 061-433-64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