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시티즌은 충남 공주시에 위치한 계룡건설직업훈련학교를 숙소로 이용하고 있다. 외진 곳에 있는 데다 내부 시설마저 낙후돼 있다.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
시민구단들이 화두가 될 때마다 항상 거론됐던 부분이 바로 전용 훈련장과 클럽하우스 시설이다. 불행하게도 기업 구단들이 아닌 상당수 팀들은 당연히 있어야 할 시설마저 갖추지 못했다.
경남 함안군에 숙소가 있는 경남FC와 강원도 강릉시 축구공원 내에 기반을 둔 강원FC를 제외하면 나머지 팀들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민구단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대전 시티즌과 대구FC, 인천 유나이티드, 광주FC 등 대다수의 시민구단은 클럽하우스가 없다.
대전은 홈구장 대전월드컵경기장 인근에 있는 계룡건설 직업훈련소를 숙소로 활용하지만 워낙 외진 곳에 위치한데다 시설마저 대단히 낙후돼 있어 선수들 사이에선 ‘귀곡 산장’이란 결코 웃을 수 없는 닉네임으로 통한다. 심지어 일부 내비게이션에선 검색조차 되지 않아 업무 등으로 방문하려다 한참을 헤매기 일쑤다.
다른 구단들도 사정은 매한가지. 대구는 아파트, 광주는 원룸 빌라, 인천은 공무원 연수원을 활용하고 있다. 그나마 이마저도 수량이 부족해 일부 구단들은 2군 선수들에게 방을 제공하지 않아 따로 ‘선택받지 못한’ 자들은 숙소에서 생활하며 택시를 잡아타고 훈련장에 출퇴근하는 불편까지 감수해야 한다.
이뿐 아니라 전용 훈련장 시설도 항상 지적대상이다. 아무리 일주일, 한 달 훈련 계획을 코칭스태프가 완벽하고 세밀하게 준비해도 정작 훈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지 않아 돌발 변수가 벌어지기 일쑤다. 대전만 해도 기본적으로 지역 내 4곳을 오가야 하고 때때로 신탄진과 조치원 등 비교적 멀리 떨어진 곳까지 나가곤 한다. 그나마도 주변 눈치를 살펴야 한다. 시(도)의 결정에 따라 만약 이미 대여하기로 약속된 장소를 쓸 수 없는 경우에는 계획된 스케줄도 전부 바꿔야 하는 상황도 닥친다.
약속은 항상 거창했다. 시(도)의 수장이 되는 정치권 인사들은 항상 시민을 대표하는 프로 팀을 위해 클럽하우스와 전용 훈련장을 마련해 주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이는 한 순간의 공염불에 불과했다. 약속만 이뤄졌을 뿐 실행은 지지부진했다.
대전 구단은 시(市)로부터 이르면 올해 12월, 늦어도 내년 1월까지 전용 훈련구장 시설이 딸린 클럽하우스를 지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정책이 늦어져 내년 봄이나 돼야 잔디구장만 간신히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대전 선수단이 마치 메뚜기처럼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대전월드컵 보조구장과 한밭종합운동장 보조구장의 경우는 한국형 잔디로 조성된 탓에 감각을 익히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한국형 잔디는 사계절 잔디에 비해 표면이 거칠고 볼의 속도가 느리다는 결정적 단점이 있다. 그나마 이마저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으니 걱정은 태산. 1997년 이후 클럽하우스 확보는 대전 구단의 숙원 사업이었지만 ‘강산이 한 번 변할 수 있는’ 시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대전 구단이 1군 선수들의 오전 훈련을 자율 참여형으로 바꾼 것도 오전에 훈련장을 대여하기가 어려운 탓이 컸다. 브라질 용병 박은호는 팀 합류 이후 오전 훈련에 참여한 적이 두어 차례에 불과했다.
올 시즌 K리그에 참여한 광주도 2015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를 겨냥해 축구전용구장이 건립될 계획이지만 이를 광주 구단이 전용 훈련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광주 구단은 광주월드컵 보조구장을 주 훈련장으로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대전과 마찬가지로 이곳저곳 훈련장 찾아 떠돌아야 하는 처지다.
‘돈 먹는 하마’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시민구단이지만 여전히 신생 팀 창단 관련 소식은 끊이질 않고 있다. 지역 통합이란 정치적 공약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현재 충청북도를 기반으로 한 충북도민구단(가칭), 안양시 등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축구계에는 무작정 팀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는 내실을 확실히 다지는 걸 최우선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신생 구단 창단 관련, 프로축구연맹 가이드라인에는 ▲경기장 시설(조명 시설까지) ▲주주 명부를 첨부한 5년 단위 자금 확보 등이 포함돼 있지만 클럽하우스와 훈련장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은 아직 없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실사단을 파견해 2013년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 부여를 놓고 아시아 대륙 전 지역을 오가며 집중 점검하고 있는 부분도 법인화와 프런트 숫자, 클럽하우스 보유 여부가 포함돼 있다.
연맹이 추후 17번째 팀으로 K리그에 참여할 구단에게는 좀 더 엄격한 잣대를 대고 창단 심사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한 구단 감독은 “솔직히 대학팀보다 못한 인프라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대부분 시민구단들이 그렇다. ‘배고픈 팀’이란 외부 평가는 정말 듣기 싫다. 정신력을 강조하고 의지를 불태워주길 바라는 것도 한두 번이지 매번 그럴 순 없지 않은가. 솔직히 한 자릿수 순위에 포함되는 것도 풍성한 지원을 해주는 팀들에게 솔직히 민망하고 부끄러울 지경”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