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우여 의원 |
먼저 소장파의 승부수가 성공했다는 평가다. 정태근 의원은 이번 경선을 전후해 당과 국정기조 쇄신을 위한 연합 결사체인 ‘새로운 한나라’ 결성을 주도했다. 이 ‘초계파’ 모임이 사실상 황우여 반란의 모태가 됐다는 후문이다. 정 의원은 이에 대해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그동안 내재돼 있던 당 쇄신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표로써 확인되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소장파의 다음 목표는 당권 도전이다. 정 의원은 이에 대해 “영국 보수당도 토니 블레어-고든 브라운 등의 노동당에 계속 눌려오다 데이비드 캐머런(66년생·만 45세)이라는 젊은 대표를 총리로 밀어 올리지 않았느냐. 한나라당에도 쟁쟁한 의원들이 많다. 박근혜 김문수 오세훈 등 빅 주자들도 많지만 찾아보면 소장파에도 인물들이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소장파의 또 다른 의원은 이에 대해 “원내대표 경선은 젊은 대표론의 서곡에 불과하다. 청와대도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을 읽고, 이미 (젊은 대표론 추진을 위한) 정무적인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 이제부터 쇄신은 시작된다”라고 말했다.
‘황우여 대이변’은 이재오 특임장관 세력의 몰락이라고도 할 수 있다. 조직선거의 달인으로 불리는 이 장관은 이번 선거에 안경률 의원이 당선될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맨투맨’식으로 밤늦게까지 의원들에게 일일이 직접 전화하며 표 단속을 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친 이재오계의 몰락은 바로 그의 핵심 측근에서부터 비롯됐다는 분석이 있다. 소장파의 한 재선 의원은 이에 대해 “이 장관의 핵심 측근인 A 의원이 직접 전화를 해왔다. ‘소장파 분위기가 좋다’며 사실상 우리 쪽을 지지하는 발언이었다. 그가 오랫동안 이 장관의 측근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이었고, 그것으로 이번 선거에서 확실히 이길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장파 의원은 “전체 의원 중 친이계 80여 명, 친박계 50여 명, 소장파 40여 명 정도로 분석됐다. 친이계 중 이탈 표가 많았고 친박계와 소장파는 응집력을 보였다”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경률 의원이 1차 투표에서 58표, 결선투표에서 64표를 얻은 만큼 친 이재오계의 결속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진단은 적절치 않다”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이 장관 계열로 분류되는 ‘함께 내일로’ 소속 의원이 60여 명인 만큼 경선 패배를 곧바로 이 장관의 당 장악력 약화로 보는 것도 무리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장관은 이번 선거 패배로 회생 불능의 상황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단 당 장악력에 큰 구멍이 생긴 만큼 서둘러 당에 복귀해야 한다는 측근들의 요구가 더 거세질 전망이다. 하지만 당에 복귀해도 당권 쟁취가 여의치 않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으로 소장파의 쇄신운동이 일단 바람을 탔기에 비대위 등에서 지분 챙기기에 나설 경우 기득권에 안주하려 한다는 비난 등에 휩싸이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친 이재오계의 한 의원은 “일단 이 장관이 당내로 들어와 혼란을 수습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하지만 자리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라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장파의 한 초선 의원은 이에 대해 “궁지로 몰린 친 이재오계가 충격적인 정계개편을 주도하는 등의 극렬한 저항을 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는 탈당도 포함된다. 차라리 야당이 집권하는 게 낫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나가는 순간 죽는다. 그를 따를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