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세계 팝시장을 집어삼켰고, 영화 '기생충'은 아카데미 4관왕 거머쥐었다. 한류는 음악, 영화, TV, 패션, 음식, 게임, 만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적인 주류가 되고 있다. 지금 할리우드와 한류라는 양대 산맥이 전 세계 대중문화를 지배하고 있고, 그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류는 1990년대 후반에 태어난 20대 초반의 청년이다. 1920년대에 태동해 전 세계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된 할리우드는 100세의 원숙한 노인이다. 전 세계 대중문화 파이를 놓고 할리우드에 ‘맞짱’을 뜨는 것은 한류가 유일하다고 말할 수 있다.
기생충이 2019년, 방탄소년단과 오징어 게임이 2021년에 전 세계 대중문화의 본산지 미국에 깃발을 꽂았다. 이제 그 깃발은 전 세계를 향해 진격하고 있다. 그야말로 진짜 한류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이 하나 있다. 세계 지도에서 변방에 지나지 않는 작은 나라, 그것도 분단된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한류’라는 기적이 만들어졌을까?
영화 ‘올드보이’에서의 대사가 떠오른다. 이우진은 말한다. ‘이우진은 왜 오대수를 가뒀을까?’가 아니라, ‘이우진은 왜 오대수를 딱 15년 만에 풀어줬을까요?’라고. 마찬가지로 한류에 대해 물어야 한다. 한류가 왜 딱 1990년 말에 시작됐을까?
1990년대 위성방송시대가 열렸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수십 개에 이르는 다채널 위성방송을 시작된 것이다. 그 이전에는 지상파방송 몇 개에 불과했기에 자국의 영화, 드라마, 쇼 등과 미국 대중문화로 채우면 충분했었다. 하지만 위성방송시대에 들어서 절대적으로 콘텐츠가 부족했다.
자연스럽게 세계 각국은 미국 이외의 값싼 방송콘텐츠를 수입해 송출하기 시작했다. 이제 190여 개국이 전 세계 시장에서 진검승부를 펼친 것이다. 여기에서 한국의 콘텐츠가 선택된 것이다.
1990년대 이전에는 190여 개의 국가들이 서로 연결되지 않은 섬들에 불과했다. 그 섬들을 유일하게 지배했던 할리우드 독점체제가 위성방송시대 개막으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인터넷은 국가 단위가 아니라 개인 간의 연결로 만들었다. 특히 유튜브는 한류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2012년 지구촌을 뜨겁게 달군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유튜브의 최고 수혜자였다. 역으로 유튜브는 강남스타일 덕분에 전 세계적인 동영상 플랫폼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제는 넷플릭스가 한류를 견인하고 있다. 세계적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기업인 넷플릭스 입장에서 ‘오징어 게임’은 신의 한 수나 다름없다. 막강한 OTT 경쟁상대인 디즈니 플러스를 만년 2등으로 만들 비장의 카드가 바로 한류다.
한류의 가치를 미리 알아보고 지난 5년 동안 한류 콘텐츠 제작에 7700억 원을 투자한 넷플릭스는 그 결실을 지금 보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그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에 불과하다. 내달 19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을 위시해 한류 블록버스터가 줄줄이 사탕처럼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한류 덕분에 넷플릭스 앱 다운로드가 급증하고 있고, 넷플릭스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한류는 그저 얻어걸린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미국 대중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퍼진 것은 교통수단의 발달이 결정적이다. 마찬가지로 한류도 위성방송, 인터넷, 유튜브, 넷플릭스 등의 도움 없이는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했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 기회가 전 세계 190여 개국에게 공평하게 주어졌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미국과 한국만 그 혜택을 고스란히 누리고 있다. 즉 할리우드와 한류는 그 자체로서 범접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미국과 한국의 공통점은 용광로(melting pot) 문화다. 미국은 다민족, 다인종으로 구성된 짬뽕 국가이다. 세상의 거의 모든 문화가 할리우드에 스며든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프랑스, 독일, 일본, 중국 등 다른 국가와는 달리 자국의 전통과 문화만을 고수하지 않고 타 문화를 쉽게 받아들이고 잘 녹여낸다. 바로 비빔밥 문화가 우리의 위대한 경쟁력이다.
100여 년 이상 전 세계 77억 명은 미국 대중문화에 젖어있었다. 할리우드가 자국 문화만큼 친숙하다. 한국은 할리우드를 아무런 편견 없이 흡수해서 우리 것으로 재창조한다. 이것은 우리의 청출어람(靑出於藍) 정신 덕분이다. 스승(미국)보다 나은 제자(한국)가 미국 위주의 천편일률적이던 대중문화를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소프트파워(연성권력) 측면에서 한국은 미국과 더불어 양극체제를 이루고 있다. 소프트파워란 쉽게 말해 ‘매력을 통해 얻는 권력’이다. 미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된 것은 매력적인 국가였기에 가능했다. 지금은 그 바통을 한국이 이어받고 있다.
이 지점에서 드는 궁금증이 있다. ‘그 무엇이 한국을 그토록 매력적으로 만들었는가?’다. 그 답을 얻기 위해서는 미국 매력의 원천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바로 ‘영어’다.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 그 뒤를 이어받은 미국의 경쟁력은 바로 영어다. 영어를 매력적인 문자로 만든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오늘날의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만든 것이다.
한글은 세상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다. 한글이 한국인과 대한민국은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한글이 우리의 창의성, 예술성, 근면성, 포용력 등을 만드는 원동력이다. 위대한 학자이자 독서광인 세종대왕의 애민사상이 없었다면 조선은 이미 오래 전에 중국이나 일본에 편입되어 신기루처럼 사라졌을 것이다. 세종대왕이 오늘의 한류를 만든 것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 산술급수적으로 퍼지던 한글은 이제 임계점에 도달했다. 영어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급격하게 퍼지기 시작했듯이 한글은 한류와 더불어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될 것이다.
2030년 본격적으로 시작될 메타버스 시대에는 콘텐츠가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그 중심에 한글이 있다. 세계는 앞으로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위대한 한글 시대를 맞을 것이다. 동북아의 오징어가 고래로 변신한 것이다.
한승범 한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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