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7일 오전 10시 30분 부산고등법원 정문 앞에서는 고 정순규 씨의 2주기 추모 기자회견이 열렸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부산운동본부’가 주최한 이날 기자회견에는 태안화력발전소 사망자 김용균 씨 어머니, 평택항에서 숨진 고 이선호 군 아버지, CJ제일제당 공장 현장실습 사망자 김동준 군 어머니, 수원 공사장 사망자 고 김태규 씨 어머니와 누나 등 일하다 숨진 노동자들의 유가족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사망사고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다며 책임자의 처벌을 면피시킨 1심 판결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고인의 죽음의 원인이 제대로 규명될 수 있도록 검찰과 2심 재판부에게 정확한 진상을 밝혀내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어 “사법부는 이번 재판을 통해 명명백백히 사실을 조사하고, 책임자들을 엄중 처벌해 다시는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한 노동현장을 만드는데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사문서를 위조하면서까지 자신들의 죄를 덮으려고 한 경동건설은 지금이라도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산업재해 예방에 힘쓰기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정순규 씨의 사진을 들고 나온 아들 정석채 씨는 “사진으로라도 아버지와 함께하고 싶어 사진을 챙겨왔다. 돌아가신 지 2년이 됐지만, 아버지가 참 보고 싶다”며 울먹였다.
정 씨는 “아버지의 죽음은 과실이 축적되고 수많은 잘못이 모여 일어난 사건이다. 부디 2심에서는 구형과 판결이 더욱 강력하고 엄중하게 내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순규 씨는 지난 2019년 10월 부산 남구 경동건설 신축 아파트 공사장에서 일하다가 추락사했다. 이후 고인의 아들인 정석채 씨는 현장의 안전장치가 미흡했던 점과 사건 현장이 사후 훼손된 사실을 조목조목 짚었고, 특히 정순규 씨를 안전관리 감독자로 표시한 문서가 위조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지난 6월 원청업체인 경동건설 현장소장과 하청기업인 JM건설 이사 등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경동건설 안전관리자에게는 금고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에 유족들은 처벌 수위가 낮다고 반발하며 검찰에 항소를 촉구했다. 이후 검찰이 6월 22일 항소장을 제출했고, 7월 9일 항소심이 접수됐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재판 기일은 잡히지 않고 있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