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
먼저 가빈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삼성화재가 시즌 초 최하위로 곤두박질쳤었다. 그러다 챔피언결정전까지 오르게 됐는데 누구보다 많이 힘든 시간들을 보냈을 것 같다.
▲잘 아시다시피 지난해 손발을 맞췄던 선수들 중 4명이나 바뀌었다. 내 자리는 라이트에서 레프트로 옮겨갔고 유광우는 세컨세터에서 주전으로, 부상으로 빠진 석진욱의 공백으로 김정훈이 들어온 데다 박철우도 올 시즌 처음으로진식 호흡을 맞춘 상태였다. 당연히 팀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지만 언젠가는 치고 올라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당시에 힘들었던 건 사실이다.
―이 질문도 상당히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일부에선 삼성화재를 ‘가빈화재’라느니, ‘몰빵배구’라느니 하면서 비난한다.
▲난 지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사람이다. 이기기 위해선 모든 걸 할 수 있다. 팀을 위해서라면 리베로로도 뛸 수 있다. 사실 캐나다대표팀에 있을 때는 나한테 이런 공격력이 없었다. 프랑스리그에서도 지금과는 또 틀렸다. 그러나 한국에선 많이 때려야 한다. 팀에서 그런 역할을 필요로 한다면 난 당연히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걸 못하는 게 문제지, 잘한다고 비난하는 건 모순 아닌가?
―이제 일요일이면 대한항공과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치르게 된다. 어떻게 예상하고 있나.
▲물론 쉽지 않은 도전이다. 대한항공은 가장 강한 팀이다. 이기거나 지거나 둘 중 하나 아니겠나. 하지만 실패는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모든 선수들이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있다. 말뿐이 아니라는 걸 코트에서 모두 보여주겠다.
가빈과의 인터뷰 후에 이어진 박철우와의 만남은 왼손 약지 부상에 대한 안부를 묻는 것으로 시작했다. 박철우는 “재활 중이긴 한데 손가락에 테이핑하고 경기에 뛸 수는 있을 것 같다”면서 “내 정신력을 시험해 보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가빈한테 공격력이 몰리는 부분에 대해 말들이 많다.
▲그걸 해소시키기 위해 내가 온 건데, 여전히 ‘몰빵’으로 가고 있으니, 나도 많이 답답하다. 그러나 삼성에 와서 난 아주 많이 달라졌다. 이전의 난 공격만 하는 배구 선수였다. 그러나 지금은 리시브는 물론 블로킹도 잘한다.
―시즌 초반 팀 성적이 바닥까지 내려갔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
▲내가 여기서 뭐 하고 있나, 내가 선수 맞나? 싶었다. 모든 잘못이 다 나한테 있는 것 같고, 내가 들어와서 팀을 말아먹는 것 같기도 하고…, 우리 팀이 챔프전에 올라갔지만 그건 내가 잘해서 올라간 게 아니다. 그렇게 힘든 시기에 내가 뭔가를 할 수 없었다는 게 너무 서글펐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선수들은 웃었다. 우리가 꼴찌에 있을 때도 감독님께선 ‘우리 목표는 챔피언결정전이다’라고 강조하셨다. 오히려 그런 아픈 시기들을 통해 선수단의 응집력이 더 강해진 것 같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