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LPGA 대회 주최 측은 본경기 못지 않게 손님을 모시는 프로암대회를 중시한다. |
나도 프로암대회 참가해 보기 전에는 남자 아마추어들이 선호하는 여자 프로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다. 탑 프로이거나 외모가 출중한 프로! 물론 최고는 예쁘고 실력도 좋은 프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예외는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몇 년 전 모 여자 대회 프로암대회 때, K 프로와 한 조가 됐을 때도 그랬다. 첫인상부터 카리스마가 대단했다. 이름 자체로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프로였다. 경험에서 오는 여유도 보였다. 그런데 라운드가 시작되자 그 관록이 차고 넘치기 시작했다. “다시 해봐요, 에이 잘못 됐잖아. 이렇게 해야지, 그러니까 거리가 안 나지.”
헉! 첫 홀부터 잔소리 레슨이 시작됐다. “그렇게 치면 백날 공 쳐도 제자리예요. 내가 거리가 많이 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야! 딴 거 하지 말고 가르쳐 주는 대로 해봐요! 어, 아니지! 다시 해보라니까요!” 3명의 겁먹은 아마추어의 험난한 라운드가 시작됐다. 그리고 18홀 내내 K 프로의 목소리가 매번 귓가를 쫓아다녔다. 공은 안보이고 김이 올라왔다. 라운드가 끝나자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동시에 서로를 측은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많이 지친 얼굴들이었다.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투어 입문하자마자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또 다른 K 프로와 작년 모 프로암대회 때 만났다.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프로라 인터뷰를 할 생각으로 살짝 들떠 있었다. 그런데 그날은 조용했다. 라운드에 침묵만이 흘렀다. 그녀는 과묵했다. 묻는 말에만 아주 짧게 대답했다. “와 어떻게 쳐야 그렇게 거리가 나요?” “그냥 치시면 돼요.” “그냥 어떻게 치는데?” “…” 대답 대신 그녀는 자주 미소를 지었다. 그냥 미소만 계속됐다. 할 수 없이 3명의 아마추어들은 그날 서로 알아서 레슨을 주고받았다. 말없이 자기 길을 가는 한 분의 프로를 모신 날이었다.
그 이후 프로암 때 함께 라운딩하고 싶은 여자프로가 바뀌었다. 나이나 외모 실력 다 상관없다. 잘 쳤을 때 ‘굿샷!’이라고 크게 외쳐주는 프로. 못 쳤을 때 ‘괜찮아요!’ 하고 웃어주고 고칠 점은 살짝 속삭여주는 프로. 프로암 때 아마추어는 프로에게 레슨을 바라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단지 ‘추임새’를 원할 뿐이다.
SBS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