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을 알아듣나 봐’ 빅데이터 수집 사생활 침해 우려…스마트폰 초기화·타이밍 케이스 등 방법 공유
공업정보부는 11월 30일 ‘빅데이터 산업 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5년 빅데이터 산업 규모는 3조 위안(약 554조 7000억 원)이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25% 성장할 것으로 점쳐졌다. 공업정보부는 빅데이터 시장 육성을 가속화하고, 관련 서비스 및 제품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위샤오후이 중국 정보통신연구원장은 “빅데이터 혁신은 단순한 기술 발전 차원이 아니다. 전 산업 사슬의 융합, 혁신, 자체 제어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리 전자정보산업발전연구원장도 “빅데이터의 자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지적자원, 산업자원 등을 폭넓게 모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빅데이터가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은 에너지와 건설 부문이다. 당국은 전력량, 손실 등 에너지 사용 현황을 알려주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에너지 정책을 세우고 있다. 전력 공급 회사들은 이를 바탕으로 기업과 개별 가정에 에너지를 제공한다. 건설업계 역시 설계 단계부터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고운 것만은 아니다. 특히 젊은층에선 빅데이터로 인한 프라이버시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 기술이 생활 전반에 너무 깊숙하게 들어왔다는 자성이다. 한 유명 블로거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글을 남겨 최근 화제를 모았다.
“알고리즘이 삶을 파고들었다. 이전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 비통한 마음까지 든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나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또 다시 휴대전화 화면을 들여다본다. 통제할 도리가 없다. 이제 젊은 층은 반항해야 한다. 주도적인 개인의 삶을 되찾아야 한다.”
베이징에서 직장을 다니는 25세 여성 리즈는 휴대전화를 켜서 한 동영상 사이트에 접속하니 ‘키작녀(키가 작은 여성) 겨울 패션’이라는 동영상이 떴다고 전했다. 그 다음엔 ‘밀크티 신상 리뷰’가 나왔단다. 리즈는 “내가 키가 작으며 밀크티를 즐겨 마시는 여성임을 휴대전화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리즈가 ‘게임’을 검색했더니 평소 관심사와 관련 있는 게임 목록들이 올라왔다.
톈진사범대학 2학년생인 샤오뤼는 얼마 전부터 휴대전화에 깔린 쇼핑 애플리케이션(앱)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친구와 함께 화장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한 브랜드 제품을 언급했다. 몇 시간 뒤 쇼핑 앱을 켜서 보고 있는데, 아까 말했던 브랜드의 화장품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샤오뤼는 “처음엔 놀랐다가 조금 있다간 공포스러웠다”고 덧붙였다.
샤오뤼와 같은 사례는 인터넷과 SNS(소셜미디어)상에서 넘쳐난다. ‘여자친구와 고양이 이야기를 하자마자 쇼핑 앱에서 고양이 광고가 나왔다’ ‘저녁 반찬으로 햄을 사서 먹어야겠다고 했는데, 검색엔진에 햄의 포장을 뜯는 방법이 올라와 있었다’ 등과 같은 식이다. ‘내 휴대전화에 도청장치가 있다’는 괴담이 빠르게 퍼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휴대폰을 초기화하는, 이른바 ‘폭파’가 유행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중국사회과학원 세계언론연구센터 부주임 쑨핑은 “알고리즘의 논리 생성은 사실에 가깝다. 개인의 특징을 기반으로 하는데, 지금의 알고리즘 추천은 대부분 들어맞는다. 비즈니스 부문에선 고객을 겨냥하는 용도로 쓰인다”면서 “문제는 이런 현상이 직접 발생했을 때 느끼는 감정들이다. 알고리즘의 프라이버시 침공은 이미 상륙 완료”라고 말했다.
베이징의 한 대학 신입생인 왕 아무개 씨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시간 대부분을 짧은 동영상 시청에 쓴다. 그는 “게임, 드라마, 개그 동영상이 순서대로 나온다. 뭘 누를 필요도 없다. 계속 이어지는 영상을 멍하니 볼 뿐”이라고 했다. 그는 “이제 앱을 깔아서 뭔가 새로운 내용을 보는 게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랴오닝 사범대학 신문방송학과 부교수 장웨이는 이런 현상에 대해 “알고리즘에 얽매이면 인간은 수치심과 공허함을 느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웨이는 “사용자의 기존 검색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제공할 경우 시간을 크게 단축하고, 맞춤형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는 소비 습관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더 은밀한 방식으로 사람을 삼키고 있다. 현대 중국인들이 알고리즘 추천 기술에서 허우적대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이런 알고리즘 ‘길들이기’에 저항하려는 젊은이들이 다양한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이른바 ‘타이밍 케이스’도 그중 하나다. 길이 약 20cm의 케이스에 휴대전화를 넣은 후 정해진 시간이 될 때까진 꺼낼 수 없도록 하는 식이다. ‘휴대전화에게 취침 시간을 주자’는 구호와 함께 말이다.
휴대전화 화면을 ‘흑백’으로 설정하면 보고 싶은 욕구가 떨어질 것이란 충고도 나온다. 온라인 대신 오프라인 쇼핑으로 휴대폰 의존도를 낮추자는 사람들도 있다. 다소 극단적이긴 하지만 휴대전화를 아예 초기화하거나 또는 통화를 제외한 모든 앱을 지우자는 주장도 퍼지고 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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