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골프를 산업의 측면으로 바라 볼 때, 중심축이 아시아로 옮겨질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 골프는 경제적 여건과 비례하는 스포츠다. 아무리 대중화되었다고는 하지만, 돈과 시간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즐길 수 없는 종목이다. 흑인과 히스패닉, 또는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계 선수 중에 생각나는 골프 선수가 있는가? 타이거 우즈도 엄밀히 말하면 흑인이라 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의 미래는 밝다. 특히 한·중·일, 세 나라는 경제적 역량과 선수층의 스펙트럼만 봐도 무게 중심이 튼실히 잡혀있다.
얼마 전 미국 골프용품 제조사의 상징 타이틀리스트의 산실 아쿠쉬네트 본사가 한국기업에 경영권을 넘겼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배경이 몹시 궁금했다. 마침 한국 아쿠쉬네트의 경영진과 친분이 있어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인수합병에 응찰한 거대 기업들이 있었지만, 최종 판단의 관건은 ‘골프의 미래’였다는 것이다. 골프산업이 점점 축소되어가는 미국보다는 잠재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아시아, 그중에서도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한국의 기업이라는 점이 탁월한 장점으로 고려되었다고 한다.
골프계의 흐름이 아시아로 이동할 것이라는 예측의 다른 이유는 ‘선수’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사람 자원’이다. 아시아를 넘어서 세계를 대표할 동양인 골프 스타의 잠재 가능성이 이미 충분하다. 솔직히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외국에서 좀 알려진 동양인 선수는 K J Choi나 Se Ri Pak 정도였다. 지금은 어떤가! LPGA 리더 보드를 점령한 한국여자 선수들 기사는 지겨울 정도다. 여자뿐 아니다. 동양인 최초 PGA 투어 메이저 챔피언 양용은이 있다. 꽃미남 이시카와 료도 있다. 미야자토 아이도 존재감을 과시한다. 최연소 4대 메이저 챔피언 청야니도 주목받고 있다. 유럽 투어에서 열심히 발품을 팔고 있는 노승열도 있다. 일본 투어 한국인 최초 상금왕 김경태도 자랑스럽다. 게다가 아직 숨겨진 진주를 품고 있는 경제 대국 중국이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데, 텔레비전에서 한·일 남자 골프 국가 대항전이 중계되고 있다. 아직은 우리나라와 일본 양국만 관심 있는 대회다. 라이더컵, 프레지던트컵, 솔하임컵이 국가를 넘어선 골프인들의 축제가 되는 것을 그동안 부럽게 지켜봤다. 앞으로 한·일전은 한·중·일전으로 더 발전할 수 있다. 아시아 대 유럽, 아시아 대 미국 투어도 충분히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시아는 골프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SBS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