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빈이 리틀야구 어쩜 날 똑 닮았는지^^
원래 예정된 수술 시간이 1시간이었는데, 무려 3시간이나 걸렸더라고요. 그라함 박사가 수술 후 그 이유를 설명하셨어요. 제 손가락 상태가 마치 유리관을 위에서 바닥으로 떨어트렸을 때 산산조각이 난 것처럼 깨진 뼛조각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고요. 그걸 일일이 다 모아 붙이느라 시간이 더 걸렸다고 합니다. 수술은 잘 됐습니다. 지금은 회복 상태에 있고, 5일 후 다시 그 박사님한테 가서 수술 부위를 보여준 후 구단의 재활프로그램에 돌입할 계획입니다.
백수 아닌 백수 신분이 됐지만 나름 바쁘게 보내고 있어요. 아내와 함께 아이들 돌보느라 정신이 없는 셈이죠. 하루 종일 아이들 쫓아다니다보면 야구선수로 생활하는 게 훨씬 더 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이랑 함께 보내는 시간들이 너무 행복하면서도, 여전히 아이들을 챙기는 게 힘들어요. 정말 ‘엄마’란 이름은 위대합니다.
오늘, 무빈이가 리틀야구하는 데 따라갔었어요. 무빈이가 애리조나에서 야구할 때는 제가 동행을 해도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여기 클리블랜드는 아빠가 추신수라고 하면 난리가 아닙니다. 오늘 무빈이가 제 앞에서 홈런성 타구를 때려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를 지르며 환호성을 보냈는데, 아깝게 수비수한테 잡히고 말더라고요. 어쩜 그런 점도 아빠를 똑 닮았는지….
제가 부상으로 긴 공백기를 가지는 데 대해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 중에서 시즌 전, 구단의 장기계약을 거절했던 게 과연 잘한 선택이었는지, 잘못된 선택이었는지, 묻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네요.
전, 그 당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자부해요. 저 혼자만의 생각도 아니었고, 에이전트도 동의한 부분이라, 그 선택을 후회해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부상을 떠올리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선수는 늘 부상의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그 계약을 거절했다가 부상을 당하기라도 하면 분명히 어떤 화살이 쏟아질 거란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잘한 선택이었다고 믿습니다. 지금의 이 부상이 야구를 완전히 못하게 되는, 치명적인 부상이 아니라, 고치고 조이고 두들기면 낫는, 그런 부상이니까요. 전 이전의 모습으로 회복할 자신이 있고, 제가 그렇게 만들게끔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을, 잘 알기에 걱정하지 않습니다.
햄버거 사 먹을 돈이 없던 시절도 있었어요. 무빈이 분유 살 돈이 없어 아내랑 부둥켜안고 운 일도 기억이 납니다. 궁핍함을 견디지 못하고 한국행을 떠올렸다가 아내의 만류로 주저앉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 생활을 했던 전 돈도, 명예도, 인기도 추구하지 않습니다. 열심히 하다보면 이런 부분들은 자연스레 따라온다고 믿고 있고, 앞으로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을 겁니다.
마이너리그에서 경험한 처절함을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승격 후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였던 긴장감도 잊지 않습니다. 누가 저한테 손가락질을 하든, 비난을 하든, 전 제 길을 갈 것입니다.
팬들이 없었던 시절도 있었고, 추신수란 선수가 미국에서 야구하는 것조차 관심을 받지 못했던 시절도 있었어요. 외롭고 힘들 때 저한테 힘이 돼준 사람들은 오로지 아내와 부모님이었습니다. 올 시즌 바닥까지 내려가봤습니다. 그런데 감사한 것은, 바닥으로 내려가보니 올라갈 수 있는 힘이 생기더란 사실이죠.
이번 주에는 클리블랜드가 홈에서 경기를 치릅니다. 미국에서 야구한 이래 처음으로 아내와 함께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볼 생각입니다. 야구장 안과 관중석. 그 실질적인 거리만큼 제 몸과 마음도 잠시 거리를 두고 있지만, 곧 그 거리를 좁혀갈 수 있도록 열심히 재활에 돌입하겠습니다.
클리블랜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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